영화 : <크레센도>
1. 2022년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쿨>은 많은 화제를 남긴 대회였다. 최종 입상자 3인 중 하나는 러시아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였기 때문이다. 전쟁이 한참 진행 중이었던 시기에 서로를 꼭 껴안은 모습은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평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예술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 대회가 한국인에게 더욱 특별한 것은 우승자가 한국인 임윤찬이었다는 점이다. 이 대회는 18세 이상 30세 이하의 젊은 음악인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데, 원래는 2021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되어 2022년에 개최되었고 만 18세가 된 임윤찬은 대회 출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2. 다큐 영화 <크레센도>는 2주간에 걸친 치열한 음악가들의 경쟁을 따라가며 그들이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 우승에 대한 욕망, 더 나은 연주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 콩쿨 대회의 우승은 성공과 명예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많은 음악가들이 유수의 콩쿨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점점 축소되는 클래식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콩쿨의 입상 경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인터뷰에서는 입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라도 결코 진심이 아닐 것이다. 경쟁은 클래식 세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성공의 사다리를 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3. 우승자가 결정되기까지는 치열한 단계를 밟는다.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최종 30인이 본선 진출하게 되고 1차 경연을 통해 18인이 선발되며, 다시 2차 경연을 통해 12인, 3차 경연을 통해 6인이 결정되고 마지막 결선 무대를 통해 최종 입상자 3인이 확정되는 것이다. 각각의 경쟁무대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긴장의 연속이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지만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배짱과 기술적 창의성이 필요하다. 각각의 경연에서 누군가는 다음 단계로 진출하고 누군가는 탈락하는 순간은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느낌을 최대한 진폭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최근 엄청나게 늘어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미와 냉정함이 그대로 표출되는 순간인 것이다.
4. 다큐는 제목 <크레센도>처럼 점점 강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압박적인 상황 속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남은 6인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연주자들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은 참가자는 최연소였던 임윤찬이었다. 그의 연주는 최고의 연주 중에서도 특별한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최종 결선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곡을 마치고 단원들이 보여준 존경과 탄복이었다. 단원들은 연주가 끝난 후 윤찬에게 최고의 찬사를 바쳤다. 18세 어린 소년이 몸둘바를 모르게하는 진심어린 헌사였던 것이다. 결국 그런 과정 속에서 임윤찬은 우승하였다.
5. 다큐는 어느 과정이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치러야하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를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관찰하고 있다. 경연의 실패가 결코 인생의 패배는 아니다. 참가자들은 젊기 때문에 또다른 형태로, 또다른 의지로 도전하고 발전할 것이다. 경쟁은 자신의 내부에 담겨져 있는 알 수 없는 잠재성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쟁이 아니었다면 누구든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고통의 시간에 쉽게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거에 다큐는 방점을 찍는다. 경쟁과 도전 속에서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 관점 뒤에 숨어있는 좌절과 아픔은 숨겨져 있을 수밖에 없다. 입상하지 못하면 연주가로서 성공할 수 없는 세계에서, 노력이 반드시 성공에 이르는 확신을 가져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천재들의 모습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진심어린 표현으로 위로하고 서로를 향해 격려한다 할지라도, 결국 남는 것은 입상자에 대한 찬사이다. 배제된 자들은 혼자의 힘으로 견뎌내야 한다. 그것이 삶의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확실히 한국의 음악가들의 실력이 우수하고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크레센도>에서 알 수 있는데, 12명이 선발된 결선 무대에 한국인들이 4명 선발된 것이다. 비록 최종 결선에는 1명이 진출했지만, 한 국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상 가능성에 다가갔다는 사실에서 한국의 음악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댓글 - 혼자의 힘으로 견뎌내야 한다. 그것이 삶의 불편한 진실인 것!!!
- 스토리보다는 현장감있는 사운드를 듣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