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항공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국민을 위한 사법
2005. 12. 30 외할머니댁으로..
전날의 여독을 풀 겨를 없이 아침도 거르고 외할머니댁으로 출발했습니다. 외할머니댁은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면 상태동리에 있습니다. 이 곳에 가려면 목포를 출발하는 상태도행 배를 타야 합니다.
송정리역을 9시 16분에 출발하는 고속철 승차권을 예매해 두었습니다. 120번 시내버스(에어로타운)를 타고 송정리역으로 갈 때의 사진입니다.
이 120번 기사님, 아마도 습관적인 듯 거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치다가 손님이 타려고 하면 끼익~ 소리를 내며 정류장을 20여미터 뒤에 두고 정차하는 일을 반복하십니다.-.-
120번 버스는 송정리역 앞으로 바로 가지 않기 때문에, 정류장에서 약 500미터 정도를 걸어갑니다. 광주 지역에 내렸던 폭설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송정리역 앞 재래시장. 폭설의 영향으로 원래 지붕 역할을 하고 있던 비닐이 저렇게 찢어져 있었습니다.
송정리역에 도착하여 촬영한 전측면 사진입니다.
맞이방에 들어서서 승차홈의 열차를 바라본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현재 정규여객열차로서는 운행이 중단된 무궁화호 특실이..
승차홈에 나가서 바라보니, 해태중공업 제작 98년식 무궁화호 특실이 여덟 량이나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정규열차로서는 운행이 중단되었지만 이렇게나마 무궁화호 특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제가 탈 목포행 고속철이 승차홈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8호 편성입니다.
고속철 좌석의 뒷면. 이 자리에 타고 오셨던 분, 좀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내리셨으면 좋았을 텐데요.-_-
고속철 특실 내부 풍경.
구간 승차라서 특실 서비스가 나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리 승객 리스트를 확인해 두었던 듯 승무원님이 좌석으로 다가와서 '어떤 음료를 드시겠습니까'하고 물어 옵니다. 캔커피를 부탁했더니 차내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오시며 과자를 곁들여 주십니다. Thanks!
눈으로 뒤덮인 바깥 풍경.
열차가 나주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승차홈에 두껍게 쌓여 있는 눈이 얼마 전 폭설의 위력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열차가 무안역을 통과하며 우리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대전발 목포행 무궁화호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고속철 특실 좌석의 레그룸과 바닥. 바닥이 카페트 재질로 되어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내고, 사람이 걸어갈 때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 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에 반해 일반실은 05년식 대우 시내버스의 실내 바닥을 연상케 하는 재질로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송정리역을 출발하여 30여분을 무정차로 달린 열차는 정시로 목포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제가 앉아 온 5호차 5A석. 사진을 찍은 뒤 앞의 캔커피 등은 가지고 내려 휴지통에 버렸고, 식판도 제 위치로 돌려 놓았습니다.
목포역에 내려 제가 타고 온 고속철을 한 컷
10시에 출발하는 목포발 부전행 무궁화호입니다.
유진운수 1번 시내버스를 타고 여객선터미널로 가는 길. 부산과는 달리 목포에서는 빛고을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차가 아까 말씀드린 05년식 대우 시내버스입니다.
제가 타고 갈 배가 출발하는 목포항제3여객터미널입니다.
대합실 내 운임표입니다. 가운데 수록된 서거차행 노선은 소요시간 10시간을 자랑하는 초 압박적인 노선입니다. 운항 선박으로 신해6호와 신해7호 두 대가 나와 있지만, 이것은 1일 2회 운항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해6호가 목포->서거차를 운항하는 날에는 신해7호가 서거차->목포를 운항하고, 다음 날에는 그 반대로 운항을 하는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소요 시간만을 따지면 13시간이 소요되는 인천-제주 선박 노선이나 1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던 이전의 부전->청량리 통일호 제1222열차도 있지만, 이 노선이 진정한 압박을 자랑하는 이유는 바로 대체 교통 수단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서거차도에 가려면 목포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이 배를 탈 수밖에 없으니,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해외여행을 나가는 수준의 소요 시간과 수고로움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가 타고 갈 배의 승선권입니다. 정상 운임 8,250원을 예상하고 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는데 거스름돈이 3,000원이길래 이상한 느낌에 승선권을 바라보니 어라, 웬 도서민(섬 지역 주민) 할인이?-_- 도서민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할인에 대한 언급 없이 상태도 가는 표를 달라고 했을 뿐인 저에게 도서민 할인을 해 준 것이 그저 의아할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도서지역 주민처럼 보이기라도 했나 봅니다.-.-
그건 그렇고, 클래스를 구분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나와 있는 3등객실이라는 꼴사나운 표현은 언제나 고쳐질런지 모르겠습니다. 클래스 구분을 하더라도 일반실이라는 정도의 표현을 쓰면 될 텐데 말입니다. 항공기의 일반석 승객이나 철도의 일반실 승객에게 승무원이 '3등석 손님'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그 뒤의 Situation이 어떻게 되겠습니까?-_-
제가 탈 진도운수 신광훼리호가 선착장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배는 하루의 운항 일정(목포-상태도 3왕복)이 끝날 때까지 목포에서도 쉬지 않고 바로 출항을 합니다.
배를 타고 온 승객들이 내리고 있습니다. 목포에서도 따로이 대기 시간이 없는 만큼, 타고 온 승객들의 하선과 타고 갈 승객들의 승선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승선한 뒤 갑판에서
적재해 온 차량들이 모두 하선한 뒤,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의 승선이 이루어집니다.
쾌속선 오클랜드호의 거대한 머플러
출발 시간이 되어 배가 목포항을 나섭니다.
다른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대흥페리5호와 오클랜드호가 같은 시간에 출항합니다.
후진을 마치고 천천히 기수를 돌린 배는 기관차가 노치를 올리듯 조금씩 엔진 소리를 높여 가며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배가 오클랜드호, 오른쪽으로 보이는 배가 대흥페리5호입니다.
쾌속선인 오클랜드호가 금방 앞서 나가고..
곧이어 우리 배가 대흥페리5호를 앞지릅니다.
객실 내부입니다. 옆에 앉은 아이들이 선내 매점에서 사 온 1,500원짜리 럭셔리 컵라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지출을 할 생각이 있었지만,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은 상황에서 어쩐지 바가지라는 느낌이 드는 돈을 내 가며 라면을 먹고 싶지는 않아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선실 내를 뛰어 다니던 아이들이 놀라운 놀이를 개발해 내었습니다.-_-; 한 아이가 기둥을 타자 그것을 본 다른 아이들이 모두 따라하기 시작하더군요. 성인들이 저런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게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아이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귀엽지 않나요?^^
이 사진 속의 여자 아이와, 바로 전 사진의 왼쪽 기둥에 매달려 있는 남자 아이를 잠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유는 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선실에 앉아 창 밖 풍경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배 안에서 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 럭셔리 컵라면을 먹던 옆자리의 남자아이에게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구도가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 찍어 준 사진으로서 이 정도라면..^^
제가 '너희들 사진도 찍어 줄까?'하고 말하자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며 몰려들었습니다. 여자아이는 그래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라서 그런지 부끄러움을 타며 옆자리로 숨습니다.^^ 촬영을 한 뒤 사진 파일을 보내 줄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 보니 여자 아이가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니까 이메일 주소를 말해 주기는 하는데, 그게 좀 이상했습니다. 일반적인 아이디의 영어 스펠링을 한 자 한 자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메일 주소로 쓰일 것 같지 않은 우리나라 단어만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몰라서 스펠링을 잘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에 첫 번째 음절인 '수'자를 영문으로 바꾸어 '아이디가 에스, 유(s,u)로 시작하는 거 맞아?'라고 물었더니 엉뚱하게 '응, 그게;; t 뭐였지?'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t'라는 말이 들리자 그 때서야 감이 오더군요. 한글 단어의 발음을 영문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컴퓨터 키보드 언어 설정을 영문으로 해 놓고 한글 단어를 친 알파벳을 아이디로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예: 신광훼리호->tlsrhkdgnpflgh).
그 생각을 말하고 맞는지를 확인하니 그때서야 '네, 맞아요!'하고 웃음을 짓습니다. 소소한 추리 게임이 끝남과 동시에 제가 정말 여행이란 것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목포-상태도의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로,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앉아 있다 보면 조금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목포로 올 때 타고 온 고속철에서 가지고 내린 차내지(혹시나 모르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지만, 고속철 차내지는 항공기 기내지와 같이 승객이 가지고 내릴 수 있습니다)가 상태도 가는 길의 선내지로 변신하여 지루함을 잊게 해 주었습니다.^^
매거진 위에는 옆자리의 아이들이 준 추억의 불량식품 아폴로가 놓여 있었는데, 이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있는 어떤 남자아이가 달려오더니 후다닥 가져갔습니다.-.-;; 절도(?)의 개념은 아니고, 제가 아폴로에 관심이 없어 보여 그냥 자기가 가지고 놀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고속철 차내지를 읽으며. 마침 이번 달 관광 명소 특집으로 부산시티투어편이 실려, 기사를 읽으며 바로 어제 다녀온 부산 여행을 매거진 속의 사진들과 비교하며 떠올려 볼 수 있었습니다. 매거진 제작 관계자분들의 의도와는 달리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버스를 타고 왔지만..-.-;;;
선실은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어른들, 대화를 나누는 어른들과 끼리끼리 어울려 노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각양각색입니다.^^
창문을 열고 촬영한 바다의 풍경.. 하루 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배를 내려다보는 입장에서, 오늘은 배를 타고 가는 입장에서(하늘에 비행기는 안 보이지만-.-)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네요.^^
선실 밖으로 나와 배의 뒷고물에서.. 이렇게 바라보면 배의 항적도 꽤 긴 편인데, 어제 하늘에서 이것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그저 짧고 하얀 띠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점에서 위치에 따른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는 진행방향 왼쪽 머플러
열려 있는 엔진실 문에서 엔진을 촬영했습니다. 사진은 조용한 정지 영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지만, 중간의 아무런 차단막 없이 직접 귀청을 때려 오는 엔진 구동음의 엄청난 포스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배가 중간 경유지인 장산 두루메에 도착하여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마지막 차량이 하선하고 있습니다.
배가 저의 목적지이자 복항지인 상태도 선착장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해치가 선착장에 닿자마자 목포로 나가는 승객들이 몰려들어 옵니다.
2005년 3월에 왔을 때 신의여객으로 운행했던 BF105는 사진 속의 GLOBAL 900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신차야 좋지만, 매니아적인 입장에서 보면 BF105를 타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죠.-.-
외할머니댁입니다.^^ 이전 여행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외할머니는 1996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이 곳에서 혼자 살고 계십니다. 혼자 계시면 적적하실 법도 한데, 고향을 떠나실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십니다.
외할머니께서 해 주신 점심상입니다. 외할머니댁에 올 때마다 기대(-.-)하는 것이 바로 외할머니가 해 주시는 밥입니다.^^ 사진 속의 밥상은 평범한 가정집의 그것처럼 보이고 또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식사보다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혈압 때문에 고기를 전혀 드시지 못하는데 공기 왼쪽에 돼지고기볶음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오로지 저만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며,
사진 속에는 외할머니의 공기가 나와 있지 않지만, 손자인 저에게는 방금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을 주신 데 반해 당신은 보온밥통 속의 오래 된 밥을 드셨고,
모르기는 몰라도 평소 혼자 식사를 하실 때에는 이 모든 반찬을 다 꺼내 드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제가 발견(?)한 것만도 벌써 세 개나 됩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어머니께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시며 나중에 꼭 효로 보답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꼭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방 안에서 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외할머니댁을 둘러봅니다. 작은 마당에 정원(?)이 딸려 있을 뿐인 전형적인 시골집이지만, 저는 외할머니댁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
텃밭 쪽으로 몇 걸음 나아가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만드셨다는 초 오리지널 푸세식 화장실입니다. 당연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화장실을 봐 왔지만, 이 녀석은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저를 맞이합니다.
들어서면 바닥에 고정되지도 않은 두 장의 널판지가 덜컹거리고 전구도 없어 밤에도 아무런 조명이 없는 화장실. 저는 낮에도 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데, 외할머니께서는 밤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를 오신다니, 저로서는 뭐라고 할 말이;;;
실내를 좀더 자세히(!?) 촬영해 볼까 했지만, 역시 이런 순간에는 자제력을 발휘해야겠죠?-.-
외할머니댁 앞의 염전. 왼쪽의 건물은 신의초등학교입니다.^^ 상태도에는 중학교까지만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뭍으로 나가야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염전들. 염전길 한가운데로 나가 눈앞에 펼쳐지는 염전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제가 상태도에 올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담아 가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개인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고 있지만(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상상에 맡깁니다-_-;),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어디에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데이트 장소들은 논외로 하고, 제가 여친을 데려와 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바로 외할머니댁입니다.
일단 이 곳에 온다는 것 자체가 도시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지만, 제가 특별히 이 여행기를 읽으시는 회원님들이나 훗날의 여친(-_-)에게 소개하고 싶은 상태도의 풍경은 두 가지입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위 사진에서도 소개해 드린 염전길 한가운데에서 바라본 염전의 풍경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태동리인 외할머니댁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상태서리의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사방이 탁 트인 바다의 풍경입니다.
염전 사진만 여기에서 소개해 드리고 상태서리의 언덕 풍경 사진을 촬영하여 올리지 못한 이유는, 서리에 다녀오려면 거의 한나절을 잡아야 하는데 저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외할머니댁에 온 것이라, 마지막 배를 타고 목포로 나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진으로 소개를 해 드린다고는 해도, 이 풍경을 보는 진정한 묘미는 직접 현장에 나가 몸으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두 눈으로 직접 눈앞의 정경을 확인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것을 체험한 저도 사진만을 봐서는 느낌이 잘 오지 않습니다.
말이 좀 길어졌지만 하여간 이 문단에서 내린 결론은 '언젠가는 여친과 손잡고 여기에 오겠다'입니다.ㅋㅋㅋ
말씀드렸다시피 사진만으로는 여기서의 체험을 온전히 보여 드리기 부족하지만, 상태서리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은 외할머니댁에서 이틀동안 신세를 지려고 하는 다음 여행의 후기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말라 있는 염전. 염전은 이 다음 소금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린 뒤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합니다.
개방형 요금통. 원하는 승객은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놓여진 옆의 사탕들을 보며 시골 버스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태도 매표소입니다. 승선권 발급을 담당하는 아저씨가 어머니의 초등학교 동창이셔서, 제가 갈 때마다 반표나 공짜 표를 주십니다.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자 "어, 순화(제 어머니의 성함) 아들이지? 엄마한테 안부 전해 드리거라"하시며 반표를 주셨습니다.^^
갈 때는 가방 하나 매지 않고 양 주머니에 각각 휴대폰과 디카를 찔러 넣은 채 손에 고속철 차내지를 덜렁덜렁 들고 갔을 뿐인데, 올 때는 무엇을 이렇게 많이 담아 주셨는지 무게가 압박적이었던 짐을 들고 왔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Approach!
접안을 할 때에는 어프로치를 완전히 마친 다음에 해치를 살짝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보시는 바와 같이 이미 해치를 완전히 내린 상태에서 부두를 들이받습니다. 왼쪽 부분을 보면 그 순간의 충격으로 시멘트 먼지가 날리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조타실로부터 선체 전면까지의 거리가 있는 데다, 거리에 상관없이 공간 감각을 잡는 것이 여렵기 때문에 저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앞고물(본체)를 들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축 이상의 특대형화물차를 비롯한 각종 자동차들의 적재로일 뿐만 아니라, 접안시의 충격에 견디기 위해서도 저 해치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객실로 들어와서 앞으로 트인 창문을 바라보며. 신광훼리호에 한 군데 뿐인 명당이라, 저는 배에 타자마자 언제나 이 자리를 잡는 데 주력합니다.^^
상태도를 떠나며.. 다시 이 곳에 올 날을 기약해 봅니다.
또다시 고속철 차내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다소 피곤한 느낌에 차내지를 베개 삼아(차내지에서 선내지로, 다시 베개로-_-) 누워서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저씨~'하면서 어깨를 흔드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지 하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떠 보니, 위 사진에서 제가 잠시 기억해 주시라고 말씀드렸던(선실 기둥에 매달려 있었던-.-) 그 여자아이가 옆에 와 있었습니다. "이거 베고 자세요~" 하면서 무언가를 저에게 내밉니다.
선실 내에 비치되어 있는 베개(?)입니다. 페트병 속에 무슨 물컹한 느낌의 액체와 과자 봉지를 채워 넣어 밀봉한 것입니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침목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이 물건으로 품목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저에게 이걸 내밀 때까지만 해도 저것이 침목을 대체한 비치 물품이라는 것을 몰랐던 상황이어서, 낮에 럭셔리 컵라면(-_-)을 먹던 아이들이 저것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참 특이한 걸 가지고 다니네 하고 생각했는데 한번 머리를 대고 누워 보니 의외로 쓸만하더군요.
하여간 낮에 같은 배를 타고 들어왔던 아이와 또 한 배를 탔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느끼면서, 그와 함께 생판 모르는 사람인 저를 흔들어 깨우며 저것을 내미는 순간에는 여자아이가 정말 천사(-.-a)로 보였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이 사진을 찍는 저를 바라보고 있길래 사진 찍어 줄까? 라고 했더니 낮에 사진을 찍어 줬던 아이들처럼 금방 '네!'하며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낮에 상태도로 가는 배에서 선실 기둥 매달리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이 두 아이들이 알고 보니 남매였습니다.^^ 흐미.. 화면은 잘리고 눈은 빨갛게 나와 버리고 완전히 실패작이군요.-_-;;
애들한테 카메라를 맡겨도 될까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카메라를 워낙 신기해 하는 것 같아 큰맘 먹고 한번 촬영을 맡겨 보았습니다. 작고 심플하면서도 LCD화면은 큰 DSC-T3의 디자인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 것 같습니다. 셔터 위치와 그립 포인트 등 대강의 사용법과 렌즈에 손이 닿아서는 안 된다는 주의 사항을 간단히 알려준 뒤 제 사진을 찍어 보라고 했습니다.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이, 남자아이에게 제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하거나 심지어 같이 사진을 찍자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먼저 사진과 같이 제 무릎 위에 앉아 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 날 제가 실제로 체험한 아이들의 순수함은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아이도 스스로 제 무릎 위에 앉아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은 아직 어린 남자아이의 미숙한 촬영술로 도저히 공개가 불가능할 정도로 실패작이 되어;; 몇 번을 반복해서 촬영한 사진 중 이 사진이 가장 양호했습니다.
흐미;;;; 제 피부가 지성이기는 한데 이거 아이들의 고운 피부와 너무 대조되는 것 아닙니까.-_-;;;
남자아이가 찍은 자기 누나 사진인데, 이 날 남자아이의 최고 작품인 것 같습니다.^^
여자아이는 일곱 살로 내년에 학교에 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카메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맡겨도 될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렌즈를 만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집어 들며 동생에게도 렌즈를 만지지 마라고 주의를 주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정말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기특했습니다.
낮에 선실 기둥에 매달리며 놀던 천진난만함과 이런 기특함이 공존한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한층 더 두터워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외모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원래 저는 아이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a
외할머니댁 여행의 또다른 매력은, 겨울에 마지막 배를 타고 나올 때 감상할 수 있는 목포의 야경입니다. 막배의 목포 도착 시간이 18시에서 18시 20분 정도이기 때문에, 선상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은 오직 겨울에만 가능합니다. 이 풍경을 보고 싶어 저는 항상 막배를 타고 목포로 나옵니다.
아이들과 노는 데 빠져서 배가 어느새 목포에 들어선 줄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여자아이가 목포에 다 왔다는 말을 하자 그때서야 황망히 창 밖을 바라보고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은 유달산과 그 능선을 따라 설치된 조명을 촬영한 것입니다. 괜히 카메라 탓만을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야경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에는 T3가 아무래도 딸린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들이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같은 장면을 촬영했다면, 정말 멋진 야경 사진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포항에 도착하기 전 왼쪽으로 목포 시내를 끼고 달리며..
위의 두 사진은 자동 모드로, 이 사진은 야경 모드로 찍어 본 것입니다. 자동 모드로 촬영을 하면 셔터 속도가 빨라서 흔들림은 덜하지만 화면이 어둡고, 야경 모드로 촬영을 하면 그 반대로 화면은 보다 실제 상황에 가까울 정도로 밝게 나오지만 흔들림이 심합니다.
삼각대를 이용해서 흔들림을 없앤다고 해도, 촬영 장소가 움직이는 배인 이상 배 외부의 피사체는 모두 움직이는 피사체가 되어 역시 선명한 화면을 얻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실감케 합니다.
야간 모드의 흔들림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촬영 모드를 다시 자동으로 돌리고;;
유달산 정상을 바라보며..
배가 목포항에 접안합니다.
여자아이가 '사진 찍은거 우리 집으로 보내 줄 수 없어요?'하고 물어 오는데, 그나마 초등학교 고학년생이 끼어 있었던 낮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 아이는 너무 어려서 이메일을 통하여 사진을 보내 줄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안 좋은 사진이나마 사비를 들여서라도 현상소에서 인화하여 집으로 보내 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설혹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더라도(-_-) 눈 딱감고 그 아이의 부모님들에게 주소를 여쭈어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하선하여 제가 타고 온 배를 바라보며.. 배는 내일 새벽의 첫 출항까지 휴식을 취할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목포역으로 오자 막 제가 탈 열차의 개표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목포에서 광주(극락강역)로 갈 때 이용할 통근열차의 승차권입니다.^^
제가 타고 갈 목포발 광주행 통근열차입니다.
우리 열차가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며..
통근열차의 좌석에 앉아 촬영한 사진
열차가 일로역에 정차하고 있습니다.
제 뒷좌석에는 네 명의 여학생이 좌석을 돌려 마주보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대화 내용을 들어 보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이번에 수능시험을 보고 목포 여행을 갔다가 광주로 돌아오는 길인 듯 했습니다.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는 데다가 워낙 목소리가 커서 저의 의지와 상관 없이(-_-) 대화 내용을 그대로 다 듣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목적지까지 지루하지 않게 올 수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이야기, 여행 이야기, 남자 이야기 등 그 나이의 여학생들이 할 만한 전형적인 대화들이 오가는데, 그 중에는 '나는 밤에 남자애랑 전화를 할 때에는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브러. 근디 그 다음날에는 잡아먹어블제. 푸하하'등등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저에게도 여성의 심리에 관하여 나중에 참고 사항(?)이 될 만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ㅋㅋ 극락강까지의 운임 1,800원에 이런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거의 무료 강의가 아닌지..;;
여학생들의 사투리를 그대로 쓴 것을 보고 웃으신 분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데요.^^ 출생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광주에서 살아 온 제가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에 올라온 뒤 가장 신기해 했던 것 중의 하나는, 지방에서 쓰던 언어 습관이 거의 바뀌지 않는 남학생들과는 달리 여학생들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혀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것을 신기해 하다가 나중에는 적응이 되어 그러려니 하던 상태(정확히 말해 거의 당연하게 여기는;;)에서 어느 날 광주에 내려가 시내버스를 타는데, 여학생들이 '~~했당께', '~~해브러'와 같은 전라도 말씨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아, 여기에서는 여자도 사투리를 쓰는구나' 하며 새삼 제가 근 20년을 살아 왔던 고향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위에서 뒷자리 여학생의 말을 표준어로의 수정 없이 쓴 이유는, 그 말을 들을 때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실감있게 표현해 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 말을 했던 여학생 역시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한다면, 어느새 표준말만을 사용하며 집에 내려올 때마다 방언을 사용하는 고향 여학생들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열차가 노안역에 정차하고 있습니다. 노안역은 상하행을 모두 합하여 통근열차가 1일 6회 정차할 뿐이며, 이른바 통궁호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대전-목포간 무궁화호나 경전선 완행 무궁화호도 이 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1시간 20여분을 달린 열차는 제시간보다 약간 지연되어 저의 목적지인 극락강역에 도착하였습니다. 광주 내에 있는 공항, 역, 터미널과 같은 각종 장거리 공공교통 시설 중, 저희 집에서는 극락강역이 가장 가깝습니다.
다만 극락강역 착발 서울행 열차 및 서울발 열차는 각각 1일 2회 있는 무궁화호뿐이라, 서울-광주 구간에서 무궁화호를 이용하지 않는 저희 집에서는 승차권 구입의 목적 외에는 막상 이 역에 올 일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저 역시 극락강역에서는 승차를 해 본 적이 없고, 하차를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즉 이 여행을 통해 첫 극락강역 방문을 한 셈입니다.
제가 열차에서 내리기 직전, 뒷자리의 여학생이 극락강역을 보고 역이 너무 예쁘다며 자기는 이런 작은 역이 좋다는 말을 하자, 다른 여학생들도 모두 이에 공감합니다. 오호.. 일반인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주를 20시에 출발한 용산행 고속철이 먼저 교행을 하며 극락강역을 통과하고
곧이어 제가 타고 온 열차가 다음 역이자 종착역인 광주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승하차홈에서 바라본 극락강역 역사-1
승차홈에서 바라본 극락강역 역사-2
밖으로 나와서 본 극락강역
극락강역에서 집으로 가는 120번 버스 안에서.. 이 버스의 기사님, 제가 아침에 집에서 송정리역으로 타고 온 버스의 기사님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겠다고 손을 분명히 들었는데도 오전과 같이 정류장을 수십미터 지나쳐 '끼이이익~'하고 정차를 하는 것입니다.-_-;
평소 저는 다음 신호나 차를 기다렸으면 기다렸지 푸른 신호등이 켜져 있는 횡단보도를 절대 달려서 건너가는 법이 없고, 지하철이든 시내버스든 역시 절대로 달려가서 타는 법이 없는데, 이번에는 오직 저만을 위해 버스가 선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들고 뛰어가서 탔습니다. 버스에 오르자 기사님도 무안하셨는지 '안 타려고 했죠?'하고 말을 걸어 오십니다.-.-
집에 도착하여 할머니께서 전해 주신 보따리를 어머니께 전해 드리는 것으로 오늘의 여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때마침 이 날이 금요일이라 아버지께서도 집에 와 계셨는데(서울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는 금요일 저녁에 광주에 오셔서 월요일 새벽 고속철 첫차를 타고 올라가십니다), 12월 중순 파리 출장을 다녀오시며 현지에서 사 오신 초콜릿을 주셨습니다.
파리에서 사 온 초콜릿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개인이 소지품으로 가져온 것인가 정식 수입 절차를 밟아 시중에 나온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특별한 맛은 없었습니다.-.-
*일일 지출 내역
-교통 관련 비용
1. 집-송정리역: 800원(교통카드)
2. 송정리-목포: 11,200원(고속철 특실, 정상운임)
3. 목포역-여객선터미널: 830원(교통카드)
4. 목포-상태도: 7,000원(도서민 운임-_-)
5. 선착장-외할머니댁: 1,400원
6. 외할머니댁-선착장: 1,400원
7. 상태도-목포: 4,000원(임의할인^^)
8. 여객선터미널-목포역: 830원(교통카드)
9. 목포-극락강: 1,800원(통근열차, 정상운임)
10. 극락강역-집: 800원(교통카드)
-기타 비용: 0원
-일일 소계: 30,060원
12월 31일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쳤고, 따로이 여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날의 기록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메모리칩의 용량(256MB)이 충분치 못하여 그렇게 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2006. 1. 1 새해를 맞다
2006년 1월 1일 0시 정각을 알리는 시보가 울린 직후에 촬영한 사진. 아버지와 어머니는 송년회에 참석하러 가셨고, 동생은 군에 있어 결과적으로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저는 소파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여행기에 올릴 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새해의 첫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_-
날이 밝은 뒤에도 특별한 상황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 부모님은 외삼촌댁에 가시고 저는 하루종일 혼자 집을 지키며 쫄쫄 굶다가(굶으면 굶었지 무엇을 차려먹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입니다-_-) 배가 고파서 광주에 올 때마다 가는 국밥집을 찾았습니다.
이날 제가 버스를 타고 찾아온 곳은 조선대학교 정문 앞의 청진동해장국입니다. 1월 1일인 이 날에도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청진동해장국의 국밥입니다.^^
제가 이사를 온 곳은 막 주거 단지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라, 업소들도 거의 모든 곳이 새롭습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도서 및 비디오, DVD 대여점이 있어 회원 가입을 하고 책을 빌려 봤습니다. 첫 번째 책은 화려한 표지와 제목의 특이함에 끌려(-_-) 빌리게 되었고, 두 번째 책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법 전공자로서 교과서에서 마르고 닳도록 보는 단어 중 하나인 '사기'라는 말에 관심이 가서 빌리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책은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알맹이 없는 내용에 대 실망을 하여 읽다가 말았고, 두 번째 책은 다음날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느라 손 한번 대지 못하고 반납하고 말았습니다.-_- 괜히 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신 어머니께 유치하게 논다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피조개 손질을 하고 계시길래 옆에 가서 몇 개를 집어 먹었습니다. 피조개는 최소한 몇 센티미터 정도로 큰 것을 껍질채 구워서 줄줄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떼어 먹는 맛이 일품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그냥 이렇게 먹어도 맛있더군요.^^
2006. 1. 2 일상으로의 귀환
서울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고 몇 군데의 은행에 들린 뒤, 집으로 돌아가서 서울로 갈 채비를 하기로 합니다.
새벽에 도착한 한 통의 문자. 제가 광주에 오는 바람에 때맞추어 신년회를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던 친구가 오늘 신년회를 하자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광주의 귀염둥이 후배와 함께 먹은 국밥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린 뒤 귀경길에 나섰습니다.
택시를 타고 광주공항으로 왔습니다. 사진은 탑승수속이 이루어지는 1층 풍경입니다.
대한항공의 탑승수속 카운터입니다.
카운터에서 발권받은 탑승권입니다.
2층 출발층의 실내입니다.
KAL 라운지의 입구입니다.
라운지의 내부 풍경입니다.^^
라운지에 설치된 컴퓨터입니다.
커피, 쿠키, 음료 등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Bar입니다.
이번에도 손이 가는 대로 한가득-.-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신분증과 탑승권을 챙겨 라운지를 나왔습니다. 탑승장에 나가 비행기를 본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12월 29일 김포공항에서 제가 부산으로 타고 갔던 비행기 옆에 서 있었으며, 사진 촬영까지 했던 HL7708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12월 29일, 당일 제가 타고 갈 비행기와 며칠 뒤 타고 올라올 비행기를 동시에 본 셈입니다.
HL7708은 2002년 8월 8일 첫 시험 비행을 하였으며, 건설교통부 항공기등록원부에는 동년 10월 7일에 등록된 기체입니다.
탑승이 이루어지는 도중..
창 밖을 촬영해 보았지만, 야간이라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주기장 한쪽에 주차되어 있는 스텝카들..
'손님 55명 타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하는 대화가 들린 후 출입문이 닫히고 푸쉬백을 시작합니다. 승객 정원 188명(비즈니스 클래스 8석, 이코노미 클래스 180석)인 BOEING 737-900에 55명이 탔으니 적자인 셈입니다.-.-
몇 분간의 택싱 끝에 활주로 입구에 들어선 비행기는 곧 가속을 시작하여 이륙합니다.
이륙 직후 광주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야경에 감탄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보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한 것인데, 화면이 워낙 어둡다 보니 사진으로 본 모습은 아름답기는커녕 무슨 고담시를 보는 듯 하군요.-_-
설명이 없으면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도 분간이 잘 안 될 듯 하지만;; 737-900의 날개와 CFM56-7 엔진
오늘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저를 포함하여 총 여섯 명이 탑승했습니다. 비어 있는 옆좌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쿠션. 원래 안전벨트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놓여 있었는데, 제가 옆좌석 쿠션까지 가지고 놀다가 흐트러지게 만들었습니다.-_-
비즈니스 클래스 객실 풍경. 서울로 향하는 약 35분동안의 순수 비행 시간동안, 승객들은 저마다 짧은 잠을 청하거나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며칠 전 부산행 아침 비행기를 탔을 때와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좌석의 팔걸이.
비즈니스 클래스 시트의 뒷모습..
머리 위의 선반입니다. 흡연 금지를 알리는 사인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습니다. 순항중이기 때문에 안전벨트 착용 사인은 소등된 상태입니다.^^
좌석을 뒤로 리클하고 옆좌석의 헤드레스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객실 풍경.^^
서비스로 제공된 음료수입니다. 주스를 마시며 창 밖으로 아련하게 보이는 야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짧은 순항이 끝나고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신문을 읽으시던 분도 주섬주섬 정리를 하십니다.
고속도로를 촬영한 것인데, 역시 사진에는 나타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육안으로는 훨씬 잘 보입니다.
서울대학교 캠퍼스 전경입니다. 왼쪽이 정문 방향이고, 오른쪽의 거의 끝에 보이는 네 개의 빨간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신공학관입니다.^^ 역시 사진에는 나타난 것이 별로 없지만, 육안으로는 정문의 조형물과 서울대입구역 방면 언덕길, 그 위를 달리는 차량까지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예전의 여행기에서도 비스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지만, 저 곳에서 비행기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반대의 입장이 되어 저기를 바라볼 때의 느낌은 무척 특별합니다.^^
신림동 지역을 촬영한 것입니다.
이륙 30여분만에 김포공항에 착륙하였습니다. 여객 청사 방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오늘의 운항을 모두 마친 비행기는 여객 청사의 탑승구에 접속하지 않고 주기장 한가운데에서 승객들을 내려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짐을 챙겨 곧바로 하기하여 대기하고 있던 네오플랜 초저상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저를 태워다 준 비행기를 한 컷.. 두 대의 네오플랜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승객이 55명밖에 되지 않아 한 대의 버스에 모든 승객이 승차하였습니다.
네오플랜의 실내 풍경..
짧은 주행 끝에 여객 청사에 도착한 네오플랜.
도착장을 빠져나와 651번을 타고 집으로 갑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온 서울대학교 정문 앞. 조형물은 언제나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부산으로 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이 곳에 와서,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분을 촬영한 것이 엊그제도 아니고 방금 전 같은 느낌입니다.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진로포도주와 1,200원짜리 소시지를 사 와서 친구와 신년회를 한 놀이터입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재학중인 친구. 제 친구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녀석은 나중에 무언가 큰일을 해 낼 것 같습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며, 10년 뒤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이 사진을 보게 될까 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글쎄요.. 10년, 20년 뒤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런지 모르지만, 결국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지금을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자'라는 교과서적이면서도 당연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귀결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의 신년회 사진은, 신광훼리호에서 찍은 사진을 여자아이의 이메일로 발송하면서 이 친구에게 함께 보냈습니다. 10년 뒤, 그 때를 기약해 봅니다. 친구와의 조촐한 신년회를 끝으로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집품들입니다. 대한항공 기내지 Morning Calm 2005년 12월호, 2006년 1월호, 고속철 차내지 12월호, 그리고 각종 탑승권과 승차권입니다. 달을 바꿔 비행기를 타니 기내지 두 권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일일 지출 내역
-교통 관련 지출
1. 집-광주공항: 6,800원(택시)
2. 광주-김포: 83,900원(비즈니스 클래스, 월-목 주중 할인 운임)
3. 김포공항-서울대: 800원(교통카드)
-기타 지출: 0원
-일일 소계: 91,500원
2005. 12. 29~2006. 1. 2 총계: 248,160원
여행기를 마치며..
이번 여행기는 개인적으로 저의 여행 후기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하였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은데, 부족한 촬영 실력과 메모리칩의 용량 문제 등은 여행기를 쓸 때마다 항상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좀 오버일런지 모르지만, 이제는 여행을 하며 느끼는 직접적인 즐거움 외에도,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 여행기를 작성하여 카페에서 회원님들과 함께 이를 공유하는 것이 저에게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 되어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저의 여행기를 회원님들께 소개드리고, 저 또한 회원님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제가 가 보지 못한 곳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함께 여행이란 것의 묘미를 느껴 보고 싶습니다.
다음 여행기의 예고(!?)
2월 25일에서 3월 5일에 걸쳐 서울-부산-광주-목포-상태도-목포-광주-여수 향일암-광주-전라북도 고창에서의 성묘-광주-서울 일정으로 이번 여행기와 거의 비슷한 일정의 여정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2년 반에 걸친 긴 휴학을 마치고 모교에 복학하기 전의 마지막 여행입니다.
2월 25일과 3월 5일에 탑승할 비행기의 항공권 구입 확인증입니다. 예약 번호를 삭제한 점 널리 양해를 바랍니다.
2월 25일 부산에서 광주로 올 때 이용할 고속버스의 예약 알림 화면입니다.^^
길었던 여행기를 읽어 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헐 정말 대단합니다, 다음 여행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역시.대단합니다..사진구경을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기 경비도 적어주심 감사^^
경비는 하루 여행일 끝에 일일별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집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숙박비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적혀 있듯이 5일동안의 총계는 248,160원이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부럽기도하구요 구경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