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비행복장의 두식 결혼식 참석,,, 미안스러웠다. 그러한 한 켠에 잡혀진 비행일정에
양복을 입고 나설 순 없었다.
신림동 런던웨딩하우스의 맛있는 부페를 뒤로 하고, 유명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윈드구루엔 유명산은 동풍바람이 분다고 예보가 나와 있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
동풍일리가 없을텐데,,, 대부도가 어떻냐는 팀장의견에 과감히 유명산을 주장해본다.
올림픽대로를 거쳐 팔당댐을 지나면서도 차안에서는 게스트와 운짱형의 자녀교육론에
대한 격론이 끝나지 않는다.
유명산 산 정상이 멀리서 보이는데도 글라이더는 한대도 보이질 않는다.
괜히 여기 오자고 했나 은근스레 걱정보다는 뭔지 모를 나의 직감에 대한 든든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풍은 당연 들어올게야,,,,
동풍이륙장이 있으니, 동풍이 들어와도 상관 없잖아,,,,,
몽실몽실 피어오른 야무진 구름들이 하늘에 피어있잖어,,,
징크스를 불러일으키는 문구,,,
어제 밤에 술자리 옆에 놓여진 소주병,,, 그 병 밑단에 쓰여진 커다란 경고문구
“19세 이하에게는 판매금지”
근데 취기에 가물거리는 내 눈에는 순간적으로,,, ‘판매금지’ 문구가 ‘비행금지’ 문구로 보였다.
비행금지??? 헉 왠 예지적 문구일까??
유명산 착륙장에서 패러러브 팀장은 바람이 안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몇 대의 글라이더는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륙장에 올랐는데,, 바람은 북동풍,,, 동풍으로 가까스로 이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곤 대기상황,,,
이륙한 몇몇 글라이더들은 고도 1,500이상에서 상승력 좋은 뭉게구름 아래에서 구름에 헤딩을
하고 있었다. 동풍에서도 이륙이 가능한 바람이었다. 괜찮은 동풍이륙 바람,,,,거친 바람이 아니라
순순한 동풍바람이었다. 진글라이더 테스트 파일럿들이 연신 이륙과 탑랜딩을 쉽사리 하고
있었다. 이륙장 상공에서 원사이드클랩을 몇 번이고 시도하면서 글라이더가 돌지 않는지
체크하고 있었다.
억새풀들이 가득한 평원 같은 유명산 정상,,, 백여명의 패러인이 모여들었다. 이륙장도
3개씩이나 되니 알아서 각자 알아서 이륙하고 있었다. 텐덤을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햇살이 나오자,, 바람이 서서히 서풍으로 바뀐다. 잔잔히 서풍바람이 들어온다. 아래의
골짜기 분지의 데워진 공기가 팽창하면서 부풀어오른 탓이리라,,, 햇살이 있을때만 서풍이
들어올게야
아직 영글지 않은 서풍에 팀장인 이때다 하고 뛰어나간다. 좀 빠른데,, 좀 빠른데,,, 5분만
늦게 이륙해도 되는데라는 마음이었는데,,
팀장은 연신 쪼올,,,, 5부 능선까지 쪼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새 이제서야 열이 피어올랐는지 팀장이 연신 서클링을 시작한다..
초당 3미터 이상의 상승력이 있는 열,,,
꽤 범위도 큰 열이었다. 그리고 그 열을 잡고 1,500까지 오른다.
아까 팀장에게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비행을 안하겠다고 말했다..
어제 본 그 ‘비행금지’라는 문구가 떠올라서,,,,,
팀장은 쉽게 수긍한다. “그래 알아서 해”
이륙장에는 나,,, 허리를 삐긋한 성탁형,,,그리고 안전제일의 운짱형이 남았다.
나와 성탁형이 비행을 안한다면,, 운짱형도 상당히 부담스러울게다.
바람은 북동풍이 주류지만 간간히 서풍도 들어와,, 그 타임에 우수수 패러글라이더를
날려보낸다.
바람은 좋고, 고도도 좋고, 열도 좋은데,,, 계속 마음에 걸리는 ‘비행금지’라는 문구,,,,
내가 장비를 안 꺼내놓으니, 운짱형도 그리 선뜻 비행마음이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백여대의 글라이더가 이미 이륙장을 박차고 날아올라갔다.
이륙장도 이제 한가해졌다.
늦게서야 운짱형이 글라이더를 펼쳐놓는데,,,,,,
아무래도 내가 먼저 나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징크스,,,
징크스 아니라면 될 것이지,,,
글라이더 산줄을 더 정확히 살핀다… 서풍이 들어오는데 바람이 약하다.. 1~2분 대기하며,,
억새풀의 흔들림을 살핀다.. 저멀리에서 억새풀의 소란스런 몸짓이 보인다., 하나 둘 셋,,,,
글라이더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리버스,,,
햇살 가지런한 하늘의 바람은 아주 고요하다
릿지를 타는 글라이더들이 많다.. 오늘은 열을 피하고 피해,,, 그냥 착륙장으로 직행할
계획이다
착륙장으로 직행하다가 남은 고도가 아까워 착륙장 왼쪽사면에서 릿지를 가볍게 붙여본다.
좀더 과감하면 고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도,, 눈길은 착륙장의 바람상황을
체크한다.
앞에 초급자 기체 6대가 줄줄이 착륙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저렇게 크게 선회할 필요가
없는데,, 요란스레 크게 선회하면서 착륙장을 진입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와의 고도차이
100정도,,, 아마 그 글라이더와 착륙 시간 차이는 2분 정도 나겠쥐,,,
착륙장 상공에서 바람을 체크한다. 착륙장 상공 150미터 상공,,,
근데,,저 아래 착륙장에 진입하는 노란 글라이더가 급격히 기체가 무너지면서 추락하는 장면이
보인다… 어어어,,, 왜지 왜지???? 와류권인가? 지금은 연못방향에서 위로 이륙장방향으로
착륙해야 하는 바람이기에,,,, 겁이 덜컥 난다,,,
그리고 뒤따른 파란 기체가 착륙장 옆의 돌밭 계곡으로 쳐박힌다.
천운인지,, 노란 기체는 숲 끝자락의 작은 나뭇가지에 걸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조금전 그 와류권 루트를 지나 착륙해야 하기에,,, 바싹 긴장한다… 와류권을 피해 측면으로
루트를 비스듬이 잡는다. 검지손가락으로 조종 줄을 두 바퀴 감는다. 회전을 하면서 속도를
높여 글라이더 압을 탄탄히 유지한다. 그리고 스트레이트가 아닌 약간의 회전을 주고
착륙장 진입… 그리고 착륙,,,, 잉 뭐야? 와류권은 아니넹,,,,
팀장이 멀리서 달려온다… 아까 저기 글라이더 먹힌 건 뭐냐고 물으니,,
팀장 이야기로는 착륙하려다가 공중충돌났다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 다행이다…
이륙장에서는 운짱형이 이륙을 진행한다.
절대 안전비행을 향한 운짱형만의 절대 보신철학,,,
이쁘장하게 이륙하고,,,, 이쁘장하게 착륙하고,,,
이륙장에서 만났던 대한패러 여자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집이 인천이란다…
대단한 여자분,,,,,리그전 출전하는,,,,,오늘은 1,700잡았다고 한다…
아,,, 어제 소주병에 그 문구만 안 봤다면,,, 그 1,700을 나도 노렸을텐데,,,
다들 무사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 같은 비행여행,,,,
오랜만에 가을의 햇살을 만끽한 날이었음을,,,,
첫댓글 다겸이 보셨나보내용~ ㅋㅋㅋ
응 씩씩하고 서글서글한 여자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