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원주(原州) 땅 비알밭에
시름겨운 개도라지 쑥쑥 뽑히면 어디 덧나나 잡풀 우거져
칠십 근력 똥심 쓰다 뒤로 벌렁 자빠지네
한 골 두 골 여남은 골 묵지근한 하늘 이고 도라지밭 엉기정기
온종일을 헤매는데 동무따라 나선 길에 볼기 삭신 지끈거려도
고샅 방귀 비파(琵琶) 소리 쟁쟁거려도 이승길이 나는 좋아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심심(深深) 도심(都心) 중에
쭉쭉 뻗은 씹도라지 이보소 봉화 양반 어쩌다가 강원도 땅
도라지밭 풀베기로 납시었나 내도 모르요 노가다 팔자 일당 인생
어찌어찌 오다보니 홀홀단신(忽忽單身) 예까지 흘러왔소
그러는 할메 나 좀 보소 한평생 살다보니 세상 살 맛 어떠했소
개떡같은 서방놈 그래도 살았을 적 작신작신 쪼개주는 허구리
숨막혀도 잠자리 송사(訟事) 그만이었는데 제 볼일로 바삐 떠나
홀로 남은 과부 팔자 오뉴월 장마통에 물러터진 개씹맛이오
살기 싫다 저 먼저 떠난 서방 생각하면 무엇 하나 저승살이
삼 년이면 청기와집 불끈 짓고 새장가 간다는데 길 떠난 지
삼십 년에 열 계집은 보았겄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니미럴 감탕밭에 쇠심줄같은
좆도라지 객지 나간 아들자식 우리 어메 평안하게 놀놀히 살고지고
삼도(三道) 땅 건너들며 날도라지 캐는 줄은 꿈에라도 모를거라
한두 뿌리 캐다보니 물컹하는 우리 서방 영락없는 물건이로고
줄줄이 과부 한데모여 점심 공양 번잡한데 된장국에 겉절이김치
고추장 듬뿍 덜어 쓱썩 비벼 넘어가는 여물맛이 꿀맛이라
평생 먹은 풀떼기죽 이 다 빠져 씹는 고기 소용없는 호사로다
멍멍대는 누렁이야 우리 신세 괄시마라 타관객지 떠돌아도
살아있는 같은 목숨 개꼬랑지 질긴 목숨 흔들흔들 반겨주소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저문 인생 비지땀 알토란같이
번 돈인데 아까워서 어찌 쓰나 건몸 달아 못 꺼낸다 돌아오는
한가윗날 손주새끼 찾아오면 구중심처(九重深處) 곳간 열 듯
물풍(物豊)하게 쏟아보세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해는 지고 어두운데 돌아가는
치악령(稚岳嶺)길 노랫소리 요란하다 있을 때 잘할 것을 이제 와서
무릎 치니 일락서산(日落西山) 떨어진 새 날개짓이 서글프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심심산천(深深山川) 우리 님
가신 길에 봉긋봉긋 피어나서 못 따라간 이내 심사 꽃처럼만
전해주소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 눈물같은 꽃봉오리
방긋방긋 벌어진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청도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