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제대로 된 겨울날씨가 시작됐습니다. 간밤에 보름달이 환하게 뜨고 많은 1등성 별들이
반짝거리더니 오늘은 쾌청한 날씨 그 자체네요. 가을보다 더 새파란 하늘을 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하네요. 다행히 몇 년 전에 구입한 비닐집이 있으니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걱정 없습니다. 겨울산행이라 준비물이 좀 많지요? 그래도 챙길 것은 챙기자구요.
아이젠은 아예 몇 달 동안 붙박이로 배낭에 넣어두고 햇빛에 반사되는 눈(雪)으로부터 눈(眼)을
보호하기 위해 선그라스를 준비하는건 필수일겁니다.
오늘은 39명이 계방산으로 출발합니다. 아침에 뜨끈뜨근한 떡과 음료수는 오포소녀님께서
찬조해주셨고, 산행에는 못 오셨지만 어연준님께서 사과를 보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느릅나무님께서는 듬직한 아드님과 함께 참석해주셨습니다. 반가워요~~
계방산으로 눈꽃산행을 가려는 차들이 같은 휴게소에 대기를 하는데 평소의 2~3배는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운두령에 내리니 얼굴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합니다.
많은 인파 속에서 차량을 피하기도 바쁜 상황인지라 준비체조는 자동으로 생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 구경을 왔는데 사람구경부터 제대로 하면서 올라가네요.
하지만 산행 들머리부터 눈 쌓인 길을 걸으니 뽀드득뿌드득 소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계방산은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답니다.
산행을 시작하는 운두령은 1000미터가 넘는 곳이거든요.
1시간 쯤 지났을까요? 바람부는 소리와 눈 밟는 소리 외에도 한 가지 소리가 더 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코 훌쩍거리는 소리지요. ㅋㅋ 사람이 너무 많아서 쉴 장소를 찾는 것도 힘이 듭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힘이 들까봐 풍천대장님께서 쉬어자가고 하시네요.
오랜만에 산행에 참석하신 작가님께서는 이 추운 날씨에 땀범벅이 되셨습니다. 모두들 말을 하지
않지만 숨이 헉헉대는 것은 베테랑이든 초보자든 마찬가지였을겁니다. 느릿느릿 걸어가기 때문에
짬짬이 쉬는 시간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추위 탓인지 산새들도 어디론가 숨어있나봅니다.
눈에 띄는 새라고는 가끔 날아다니는 까마귀 몇 마리가 전부였거든요.
어처구니 없게도 눈길에 스틱을 짚을 때마다 나는 소리를 새소리로 착각하고 계속 하늘만 쳐다보았네요.
덕분에 초록색 겨우살이 군락도 볼 수 있었지만요~~
전망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전까지 오르막길은 계속됐습니다. 후미로 마지막에 합류한
매송님, 현주님, 용숙님도 모두 따뜻한 비닐집 안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39명이 왔는데 4개의 비닐집 속의 인원은 38명.... 한 명이 빕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보니 분당산사랑에 두 번째로 참석하신 김중석님께서 대열을 놓치고 벌써 계방산 정상을 지나
주목군락지쪽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하네요. 연락이 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중석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도 첫 산행에서 미아가 될뻔 했던 경험이 있답니다. ^^~
점심을 먹는 비닐집 안은 후끈후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바깥에는 칼바람이 부는데 비닐 안은
한여름날씨를 방불케 하네요. 비질비질 땀을 흘리며 밥을 먹었답니다. ^&^
매송님께서 가져오신 달달한 매실주를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독하지 않아 목으로 잘 넘어가네요.
어차피 정상에 가면 단체기념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전망대쪽에서 사진을 찍고 갑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38명이 함께 사진 찍을만한 장소찾기도 힘든 오늘입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계방산 표지석에는 기념사진 찍으려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네요. 미리 도착해서 회원분들 사진도 찍어드렸어야 하는데 출근시간 꽉찬 지하철처럼
우리 팀을 찾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사진을 찍은 거라곤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맑고 파란 하늘 뿐입니다. 주목 군락지는 계방산의 포토존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그런데도 눈이 쌓여 미끄러운 내리막길에 위치해있고, 계속 좁은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념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계방산은 다 좋은데 길이 좁은게 옥의 티네요.
예전에 오대산에서도 그랬는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길, 내려갈 때는 계속 내리막길...
아주 단조로운 코스입니다.
내려올 때 미끄러져서 엉덩방아 한번씩 찧으셨나요? 저는 기념사진 대신 엉덩이 도장 하나 찍고 왔습니다.
상고대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고 가신 분들은 강렬하게 내리쬐는 은색 햇빛 때문에 조금
아쉬우셨을 겁니다. 그래도 산행의 시작점부터 끝까지 눈을 밟을 수 있음에 계방산 산신령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살얼음이 언 계곡을 지나고 커다란 전나무 숲을 지나니 콘크리트가 깔린 도로가 나옵니다.
이승복 생가터를 가보려다가 몇 번 가봤고 다리도 아파서 그냥 내려왔네요.
이승복이 59년生이라는 건 오늘 풍천대장님의 설명을 듣고 처음 알았습니다.
공산당이 싫다고 말했다가 입을 찢어서 죽였다니... 나쁜 공산당 놈들!!!
다 내려왔다 싶지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까지는 꽤 긴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아이젠을 벗고도 한참을 내려와 반가운 현다우관광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아마도 오늘이 2017년
최대인파를 기록했을겁니다. 대기하고 있던 차량 대수만해도 수십 대가 넘으니까요~~우와~
이젠 맛있는 저녁을 먹을 차례지요. 풍천대장님께서는 쉼바위라는 송어요리 전문점에 먼저 가서
식사준비를 해 주셨답니다. 평창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급요리를 맛나게 먹었답니다.
막힐 것만 같았지만 우리 분당산사랑의 베테랑 기사님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분당에 도착했답니다.
4월 산행 제주도 한라산입니다. 4월 4주 토․일요일(4월 22~23일) 1박2일의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미리 준비해야할 것이 있으니 제주도 산행신청은 짱구 총무님께 미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추운 날씨에 만만치 않은 코스였는데 모두들 쉽게 잘 가네요.
비닐쉘터 속에서의 점심식사~집행부의 준비 덕에 추운 줄 모르고 잘 먹었습니다.
공비침투사건도 이제는 잊혀져 정말 역사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여전히 북괴는 존재하고 있는데~~.
귀한 송어회 잘 먹었습니다. ^&^
사람구경 실컷하고 왔습니다.
계방산이 겨울에 다시는 못 올곳이 되어 버린 것이 서글프네요.
그럼에도 저는 고즈넉한 하산길이 너무 좋았어요.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모처럼 눈구경 실컷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하고 스트레스 확확 풀렸어요.
기분 좋게 신년산행 잘 다녀 왔어요.
싹수 씨 산행기 쓰시느라 고생 했어요,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참석한 산행~~ 반가운 산우회원님들도 만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눈산행지가 대부분 복잡하죠. 태백산 오대산 계방산...
그래도 우리 가기전에 눈이 와서 제대로 눈산행은 했죠?
무사히 올해 첫 산행을 마쳤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