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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다녀와서
/ 기행문
먹빛 어둠이 고밀도로 내린 2008년 5월 2일 21시 15분
엄청나게 가고 팠던 1박 3일 일정의 여행을 위해 집결지인 동천체육관을 찾았다.
그 얼마나 가슴 설레던 밤들을 보내왔던가.
이름만 들어도 마음 출렁이던 “ 금강산”
지구촌 그 어디에 이토록 치밀한 신의 안배 또 있으랴.
장엄함을 더하는 기암, 괴석, 암릉들의 배열은 가히 “천변만화”의
신묘함으로 “일만 이천 봉우리”로 일어선 경이의 풍광!
시야를 옮길 때마다 초대형 스크린이 진동한다.
절경의 파노라마엔, 뇌파를 요동하는 “운명 교향곡”의 질주가
웅장한 음 빛 감동이 되어 영혼을 덮어오는 일렁임에야
무아의 안개를 밟아가듯 감동의 물결들은 격랑의 스크럼을 짜고 심연까지 짓 쳐오니
전신의 모공이 “천군만마”의 창검을 세워 경계를 풀지 않는다.
가슴이 시리고 먹먹해 온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들을 접은 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불현듯 스쳐와
사치의 행보를 흔든다.
간사한 마음은 이내 상념을 떨치며 자리를 정리해버린다.
혼란한 마음에, 이제야 무서(無序)의
감흥 뒤로 밀며 여행기의 서두를 펼치는 필자의 심경을 해량(海量)하길 첨언 드린다.
금강산 관광 일정(1박 3일)
제1일 차(5/2): 금요일
21:40 → 울산 북구 동천 체육관 집결
화진포 아산 휴게소 향 발(관광버스)
제2일 차(5/3): 토요일
06:40 → 화진포 아산 휴게소 도착 후 조식
07:40 → 아산 휴게소 출발
08:00 → 명파 해수욕장 지나 동해선 도로 남북 출입 사무소 도착
(관광증 수령) → 남방 한계선 → 군사 분계선(DMZ)
08:55 → 북측 통행 검사소 도착 후 수속
10:00 → 만물상 코스 관광
13:00 → 중식 및 쇼핑
14:00 → 삼일포 관광
16:00 → 서커스 공연(평양 예술단) 관람
18:00 → 석식 및 금강산 온천. 구룡마을 숙박(컨테이너 하우스)
제3일 차(5/4): 일요일
07:00 → 조식
08:00 → 구룡연 코스 관광
12:30 → 중식 및 자유 시간(쇼핑)
15:10 → 온정각 출발
15:35 → 북측 통행 검사소 도착 및 수속 → 북방 한계선 → DMZ
17:00 → 동해선 도로 남북 출입 사무소 도착 및 수속
18:00 → 고성 출발, 울산 향 발 중 석식
제4일 차(5/5) 월요일 02:00 →울산 북구 동천 체육관 도착.
※ 북측 통행 검사소에서 타 관광버스 관객 한 사람이 “축음기” 휴대
적발로 5/4일 남측 행 전체 관광버스가 30여 분, 발이 묶이는 사고발생.
*** 휴대금지 품목 : 10배율 이상의 망원경
160㎜ 이상의 망원렌즈 부착 사진기
24배줌 이상의 줌 렌즈 부착 비디오카메라
여행기 서술 중에 문득 떠오른 “잠언”이 있어 잠시 첨언하면,
그 심결이 혜지의 눈 뜨게 하리라 사료되어
옛 성현들의 말씀을 되새겨 충언의 마음 드린다.
『무릇 육신이 행하는 일체 제업은, 마음의 선택에 따라 “길흉화복”
형태로 표상함이니, 작다 하여 무심히 행한 언행의 날들 쌓이면 회한의
人生으로 귀결됨을 경계하라.』
본 여행기를 다시 펼치며 부족한 사람이 꼭 전하고 싶은 으뜸의 마음은 이렇다.
“人生은 마음만 바꾸면 가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노동자의 삶 속에 이렇듯 귀한 금강산 관광의 즐거움을 추억으로 남기는
재조명 본론의 텍스트!
밤의 시간이 채워놓은 먹빛 공간을 하루의 근로를 마친 한 쌍의 중년 부부는
즐거움에 설레던 긴 여운의 마음을 승용차에 감아 싣고, 전조등 불빛 따라 달렸다.
금강산 집결지에 도착한 시간은 21시 15분
미리 나오라는 시각보다 25분이나 이른 시각.
장거리 관광에 1박 3일은 피곤함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울산발 화진포 행 장장 7시간의 발길.
관광버스의 좌석도 긴 시각의 피로감까지 소화해 낼 수 없음은 자명한 일
명일 시작될 금강산 관광
무슨 여행 절차는 그리도 까다롭든지
새 나오는 실소를 삼키며,
화진포 해수욕장을 거쳐 명파 해수욕장을 지난다.
안내를 총괄하는 사람을 북측에서는 “조장”이라 칭하며
필자가 탄 금강산 관광버스는 23세 남짓의 앳된 “최재훈” 조장이 맡아
숙련된 안내 멘트에 열심이다.
동해선 남북 출입국 사무소 수속 후부터 이틀간 일정은 조장의 통제 하에
도움을 받으라는 청년의 피부가 갈색으로 빛났다.
아마, 연일 계속되는 햇빛의 노출결과 이리라.
동족이면서 이념의 차이로 단절된 한겨레의 반쪽 땅!
그 북녘의 대지 위를 꿈결조차 설렘으로 갈망하며 화약과 포탄에 산화해 간
순국선열의 피를 잊은 채, 마음은 희열로만 달 떠오는 “격세지감”의 아이러니.
현실의 즐거움은 아픈 기억을 희석하고 변화의 물결은
한반도의 하나 된 봄을 재촉하는 시기이다.
언 땅을 해빙하며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저 “남강”처럼…
통일 전망대를 지난 비무장 지대(DMZ)에 수목들이 꽃보다 더 찬란한
푸른 잎사귀 손짓으로 우릴 반긴다.
북측으로 가는 길목에 낙타의 등을 연상하는 구성봉(187M): 낙타봉과
주변 암봉들이 고산의 산정 거대한 바위 부를 수평으로 절개해
수반 위에 올려놓은 듯 참으로 이채로운 모습들이다.
남강을 지나는 평야엔, 객토를 한 듯 일궈진 밭들만 쓸쓸하다.
작은 촌락의 집들은 담이 없고 수목마저 없어
마치 벌거숭이를 보듯 을씨년스러운데
길목마다 세워진 초병들은 부동의 자세로 햇볕 아래 방치되어 있었다.
무슨 통제는 그리 많은지…
차량 이동 시와 사진촬영금지 장소가 너무나 많았다.
아마 최소의 관광지만 사진을 허용하는 듯하다.
시간도 휴대폰에 의지한 생활을 하다, 그것마저 휴대금지 당한 채
철저한 이 타의 적국 절차를 거치니 시계를 찬 사람들이 부럽게도 비쳤었다.
이윽고 도착한 온정리 마을은 금강산 관광의 요충지요 숙식과
관광버스 승, 하차의 종합 주차장에 문화회관, 면세점, 병원을 두루 갖춘 심장부였다.
관광 2일 차인 본 관광의 시작 첫날 오전 10:00시
온정각(동관) 앞 정몽헌 회장 추모비 광장에서 처음으로 사진촬영이 허용되어
몇 컷의 사진을 찍은 후 변경된 일정인 “만물상 코스”의 버스에 올랐다.
「 관광코스 」
만상정 → 삼선암 → 칠층암 → 안심대 →하늘문 → 천선대 → 망양대(약 3km)
「 소요시간 」왕복 약 3~4시간
버스가 만물상에 이르는 산 고갯길을 향할 때 차 이동 중 안내를 맡은
앳된 여자 조장의 애교스런 말투가 퍽이나 사랑스러워 파안대소에 흔들리는 버스 안
『 지금 이 고개는 저의 몸매처럼 완벽한 “S라인”을 이루고 있죠?
온정령 고개로 이름 한 이 고갯길은 남측의 대관령보다 무려 “일곱 구비”가 더 많은
“일백육 구비”를 이루며 거리만도 장장 “24km”나 된답니다. 』
안내 아가씨의 청산유수 말솜씨가 현대 여성의 당돌함 마저 곱게 갖춰 휘두르니
일행은 시름을 잊은 채 산행코스에 하차한다.
산정엔, 화장실 이용 시 소변에 1$의 돈을 지급해야 하니
이곳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라 귀띔한다.
생각하니 미소가 배어난다.
마침내 산행을 시작하니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관광 후 숙소의 TV에서
기온을 확인해보니 전국이 기상청 관측 90년 만에 오월 초 33도(강릉기준)까지
올라 피서객들이 물놀이하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날씨가 이러하니 잠을 설친 여독의 가세는 오래 묵혀둔 육신에
끊임없는 땀방울 물길을 만든다.
삼선암의 신비로운 풍광이 우뚝 선 곳에 이르니
꽃 단풍의 꽃잎과 빠알간 꽃받침
연녹색 푸른 수목 잎새와 아카시아 향 닮은 이름 모를 하얀 꽃 향이
절 곡에 가득하다.
높이를 더할수록 기치 창검 빼곡한 “만물상”이 장엄함을 연출하니
“천선대”에 올라 “2시 방향” 기암 능선의 난립과 뒤돌아 아래를 바라보니
바람마저 아찔하이
가파른 암릉을 잇는 난간과 로프엔, 양식 줄에 끝없이 매달린 미역을 보듯
“인산인해”의 관광객 무리가 아스라이 멈추고 가기를 반복하니
정체된 시간에 밀려 눈앞에 보이는 “망양대” 코스를 접고 말았다.
망양대는 만물상의 산정에서 시원한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비경이라 들으니 아쉬움만 더하다.
그동안 접은 산행이 후회로 다가와 망양대를 다녀온 친구에게 채근하니
안개가 있어 오늘은 흐릿한 바다만 조망했다는 것이다.
하산 후 13:00시에 중식 및 쇼핑을 하고 오후엔, “삼일포” 관광코스로 향했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삼일포는
“옛날 임금이 하루를 유람할 생각으로 갔다가
빼어난 경치에 사흘 동안 머물렀다.” 라는 설화를 담고 있으며
36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싼 넓은 호수는 물빛이 맑아 명경지수로 유명한
“경포대” 바닷물 빛과 다름없었다.
일정에 따라 16:30분에는 온정리 문화회관에서 평양 예술단의
신기에 가까운 서커스 묘기를 관람했다.
“반갑습니다.”라는 정감 어린 화합의 노래를 시작으로
찰나 간의 눈길도 떼지 못하게 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동족 청춘남녀들의 신기한 곡예연출
그 뒤엔, 얼마나 피나는 수련의 과정을 거쳤을까 짐작하니
하나의 동작마다 손안 가득 땀을 쏟게 하는 안타까움과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서로의 가슴을 갈라 놓았을까
수없이 자문을 던지며,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 노래에 젖어드니 긴 여운이 일어 가슴을 덥혀줍디다.
정말 사람냄새 나는 情의 물결이 흐르는데,
공연 내내 작은 실수에 묶여 죄스러운 표정의 꽃띠 아가씨 애처로운 모습 서성였지요.
지금도 뇌리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예술인과 악단은 별리에 젖은 눈빛으로
마냥 손을 흔들었지요.
정말이지 내 진정 이런 감동의 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결코 후회스럽지 않은, 아니 세계만방에 평양 예술단의 위명이 으뜸의 자리로
영원하리라 찬탄의 마음 바칩니다.
석식 후 금강산 노천 온천욕도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굳센 기상의 산맥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노천에 엷은 어둠의 산 그림자가
먹빛 질감을 더해오면, 불빛 흡수한 수면에 크로키 실루엣 일렁입디다.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지요.
나의 눈은 쉼 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걸작들에 마중하며 동족 예인들의
정감 어린 가락, 숨 막히는 신묘한 기예의 예술혼에 심한 몸살을 하며 마음의 갈피를
놓았습니다.
한 가지 어처구니없는 일은
남녀 혼숙을 금하는 풍속 때문에 자칫 부부가 따로 각방을 사용할 뻔했지요.
그렇게 2일 차의 밤은 친구 부부와 4인 1실로 술 한 잔 하며 보냈지요.
숙소라야 컨테이너를 고친 똑같은 집들이 격자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지만,
온천욕과 적당한 취기는 단잠을 안겨줬습니다.
제3일 차이며 본 관광 2일 차엔, 하늘마저 도와주시는지 흐린 날씨에
언뜻언뜻 햇살이 비치는 시원한 날씨였지요.
관광하기엔 “안성맞춤”인 최적의 조건!
사실, 만물상 코스는 계곡에 물이 없고 암반이 적어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지요.
하지만, 외금강의 백미를 자랑하는 최상의 전경이 3일 차 관광의 클라이맥스를
호쾌히 장식하는 “구룡연 코스”로 인하여 잔존하던 아쉬움 봄눈 녹듯
흔적 없이 날아갔습니다.
“만파식적”이 근심을 재우듯이…!
이 날은 편안한 숙면의 밤을 보낸 최상의 컨디션과 최적의 기상조건이 조우하니,
확연히 드러나는 수목과 장엄함을 압도하는 거대한 암봉들의 용트림.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의 푸른 담(潭)과 소(沼)에는
쪽빛 하늘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 관광코스 」
목란관 → 수림대 → 양지대 → 삼록수 → 금강문 →
옥류담 → 구룡폭포 → 상팔담(약 4.3km)
「 소요시간 」왕복 4~5시간
이 코스는 필설의 형용을 불허하는 장쾌한 높이의 암릉을 양단하는
“구룡폭포”의 장엄함이 있었기에 외금강의 백미(白眉)로 자리 매김 했으리라
쉽게 알 수 있었지요.
폭포를 뒤로하고 가파른 철 계단을 열 개는 넘었을 겁니다.
먼 거리는 아니었건만, 숨이 턱까지 범람함을 느끼며 다다른 “상팔담”
이름처럼 여덟 개의 푸른 소(沼)가 연이어 형성되어 있어 신의 조화로운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며 뛰어다니다,
이번 관광을 위해 거금 “삼만 오천 원”을 투자한
모자를 바람에 뺏길 뻔했지요.
필자가 이렇듯 긴 장문의 기행문을 쓰는 것은
이제 끝 감응하지 못한 진귀한 울림의 파장들이 새날을 여는
보신각의 종소리 처럼 가슴을 울려왔기에
한강의 물결이 그러하듯,
온정각을 떠나는 버스에 나열해
아쉬움에 하얀 손 흔드는 동족의 모습에서
한민족의 피가
영혼의 손을 맞잡아 오는 모습 연상되었지요.
하여, 나도 몰래 한없이 답신의 팔 흔들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가슴 저 밑바닥, 알 수 없는 곳에서 치미는 뜨거운 기운을 삼키며 내 눈물 모두어
남북으로 갈라진 이념의 3.8선을 지워 보렵니다.
정말 후회스럽지 않은
동족의 가슴에 흐르는 피에, 아직도 뜨거움이 남아있음을
새삼 느끼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저의 사념 어린 글 읽어 주신 선생님들께 무량한 사랑의 마음 바칩니다.”
‘분단된 한반도에도 하나 된 봄날은 곧 오겠지요?’
2008년 5월5일. 금강산 감흥에 젖어. 淸淡 천윤우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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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다녀 오셨는지요[건강]...내용이 너무 상세하게 서술이 되어 직접 다녀온 느낌이...ㅎㅎ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ㅜㅜㅜ
저도 기회가 된다면 금강산 등산을 한번 다녀올까합니다.좋은 정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