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8 오후
오늘 꿈을 꾸었다
강물이 불어 텐트가 떠내려가고 특공대원들이 이게 네 텐트냐고 물었다
내 텐트는 없었다
1인용 새 텐트를 받았다
지금 집 옥상위에 있다
후꾸오까에 도착해서 배낭을 메고 걷다가 널찍한 해안공원이 보이길래
벤치에 앉아 담배를 꺼낸다
여기가 내가 가고 싶었던 그 일본이란 말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조금 있다가 답이 나왔다 전철역으로 가자
두시간 시내를 걸어서 마침내 커다란 역에 도착했다
일본에 사는 일본 시민과 건물 상점을 처음 본 소감은 그저 평범했다
사람들은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고 도시는 컸다
도로는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있고 날씨는 제주도보다 따뜻하다
대합실안으로 들어서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틈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행안내소의 애띤 여자애에게 말을 시키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옆에 있던 애기엄마가 상냥하게 영어로 대신 통역을 해 준다
다행이다 싶다
제이 티 비 열차시각표내에 있는 지도를 보여달라고 하고 아무곳이나 찍었다
동경이나 나고야 쪽은 이미 차편이 끊기고 오늘 못간다고 했다
한참동안을 열차시각표를 보고 갈아타는 곳과 도착시간을 깨알같이 적어서 준다
밤열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우베신천역에 도착했다
옆자리에 앉은 통근하는 샐러리맨 아저씨가 거듭 내려야 할 곳과 시간을
확인해 준다
대화내용은 생략
대합실에서 자판기차를 마시며 밤을 새우다
몇몇 사람들이 역의자에 앉아 조용히 쉬었다가 조용히 간다
새벽에 대화를 나눈 아저씨와 함께 인근 병원안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고 청주를 마셨다
병원안에는 새벽에 일어난 멀쩡한 환자들이 흡연실안으로 왔다
어떤 아저씨는 할복했고 어떤 할아버지는 전직경찰이었다
어쩐지 그런 질문을 했다 엔티티에 30년간 근무한 그 할배는 내가 참 근사하게 생겼다면서 일본인들은 사람을 차별은 안 하지만 구별은 할 줄 안다 나를 환자들에게 소개시킨 그 아저씨는 내가 재키찬과 닮았단다
우리는 8시쯤에 병원에서 나와 호텔로비에 가서 쉬었다
그 아저씨는 내게 호후에 있는 경마장에 가자고 했다
너무 피곤해서 안가겠다고 하자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것도 거절하고 나오면서 미안하다고 하자 그 아저씨는 경마장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이곳에 일자리가 없어서 경마나 하러 다닌다면서
호텔로비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그 사람좋은 아저씨
역앞에 있는 간판을 보고 전차를 타고 가다보니 한적한 시골풍경이 차창밖으로 펼쳐졌다
밤을 새고 열차안으로 쏟아져들어온 햇살에 몸을 맡긴다
간이역에 내려 마을을 지나 해변에 도착했다
한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배낭을 풀고 눈을 감았다
뭐랄까 통쾌한 오수였다
밤엔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밤바다의 정취를 바라보면서 한동안을 모닥불옆에 꼼작않고 있었다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일본에 온 지 하루만에 내가 그렇게 원하던 해변야영과 캠프파이어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