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칼럼 서예가 하촌 류재호
도락산(道樂山, 964M) 기행
천하 강산은 크고 고금의 세월은 길구나. 인간사 가고 옴이 다 다르고, 생물의 생김새 또한 다 다르다.
산은 본래 하나이나 만가지로 갈리어 천태만상 의 모습을 보이고 물은 본래 만 줄기이나 종국에는 모여 하나가 되지만 거기에는 천파만파의 다름이 있다. 하늘을 날고 물속에 잠겨 있는 동식물, 그 기이한 형상의 각양 각색에는 조화의 자취 아닌것이 없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
오늘도 우리 산사랑 가족 48명은 단양에 위치한 100대 명산의 하나인 도락산을 탐방키 위해 7시30분 출발, 창밖의 풍경은 강가의 갈대밭, 마을 주변으로는 잎떨어진 홍시가 주렁주렁, 빨간 사과밭, 노란 은행잎, 풍경을 바라보는것은 소유하는것이 아니라 관계 하는것이다. 10시 조금지나 상선암 주차장에 도착. 단풍이 절정을 이뤄 도락산이 본색(本色)을 들어내고있다.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전국에서 모인 산객들과 함께 인간띠를 형성하여 정상을 향해 오른다.
도락산(道樂山964.4M)은 청풍명월의 도를 즐기는 (道樂) 산으로.조선의 유학자 우암 송시열(宋時烈1607 ㅡ1689)이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의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따라야한다"고 말한데에서 그 이름이 연유되었다.
우리나라 8대 명승지로 손꼽히는 단양 8경중 4경을 안고있는데, 소백산에서 흘러오는 남한강 상류를 끼고 기암괴석과 수려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으며, 강변을 따라 비단결 같이 솟은 사인암과 낙락장송에 삼선 구곡을 거쳐 6경의 중선암, 5경의 5선암으로 이어져 흔히 볼수없는 절경이 이어진다.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에 형성된 바위산으로 일부는 월악산 국립 공원에 포함되어있다.
작은산바위와~큰산바위를 거쳐 1시간만에 범바위에 오른다. 붉은 가을이 뚝~뚝~떨어진다. 오색으로 물든 산허리, 물감을 뿌린듯 샛노랑과 또 샛빨간 단풍이 발아래 펼쳐졌다. 숨막히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 가는데로 셔터를 눌르면 엽서와 추억이된다. 능선길은 몽실몽실 큐션이 좋은 카펫길이다. 세상 어느곳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 있을까,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계절이 힘차게 마음껏 숲과 나무가지에 붓질을 하고있다. 짧은 계절이기에 더욱 찬란하다.
검봉~채운봉~신선봉 을 오르는 길은 철계단과 바윗길로 굴곡지고 험하며 힘이 부친다.
때론 가파른 오르막이 힘겨울지라도, 거친 호홉이 평상심을 잃어도, 우리의 걸음은 길이되고 산이된다. 가끔씩 온길을 뒤돌아보며 더욱 높은곳에 오르면 오를수록 함께하는 시간들은 자부심이된다. 잠시 쉬어 숨을 고른다.
출렁이는 능선들은 오랜 세월의 더께가 스며있으며 가을 햇살아래 선율따라 붉은 물결이 꿈틀댄다. 헐벗기 시작하는 나무틈 사이로 말간 가을 햇살이 비켜든다. 모시바람이 '솨아~솨아~'숲을 흔든다.
드디어 2시간 30분만에 정상에 도착. 장쾌(奬快)한 서사시를 보는것같다. 고귀하고 신성하며 매혹적인 이끌림, 이토록 다양한색깔, 선명한 문양이 신묘할뿐이다. 절벽 정수리마다 노송들은 붉은 비늘로 몸 단장하고 예술적으로 휘고 굽어서 용트림하며 솟구치는 모습은 숭엄하기 그지없다. 원시림에 깃든 정령들인가. 푸른 이끼입은 바위 무리도 정령(精靈)빛이 바래지는듯 하다.
절대 고독과 신(神), 존재의 유한성에 대해 숙고하게되는 계절이다.
유숙(柳潚, 1564~?) <제, 단풍 숲>
穿盡楓林踏石苔(천진풍림답석태)
山前山後飽看廻(산전산후포간회)
高僧應笑不知足(고승응소불지족)
昨日遊人今又來(작일유인금우래)
단풍 숲 뚫고 나와 바위 이끼 밟으니
산 앞과 산 뒤를 배불리 보고 왔네.
고승은 족함 모름 마땅히 웃겠지만
어저께 놀던 사람 오늘 다시 왔다오.
멀리 뵈는 단풍 숲이 붉다 못해 불탄다. 오늘도 가만있을 수 가 없어 지팡이 짚고 문을 나선다.
산 앞의 단풍 숲을 실컷 구경하고, 시냇가 바위 위 이끼 길을 밟아 산 뒤편 절집 있는곳까지 왔다.
산 구경 눈요기에 배가 다 부르다.
중식시간이다. 밥먹는 시간도 아깝다. 눈은 재촉한다. 더 많이 보고 즐겁게 해달라고, 밥은 집에가서 먹으라고, 가을 해는 짧다.
하산길이다. 제봉을 거쳐 상선암 으로 내려 오는길도 만만치않다. 철계단과 암벽을 타고 내려와야한다.
제봉에 오르니 페닉 상태로 마법에 걸린듯 빠져버린다. 능선마다 계곡따라 붉은 속살이 훨훨 불타고있다. 단풍은 팔색조다. 요염하다. 살펴보지 않으면 놓쳐버릴 풍경들이 곳곳이다. 생송(生松)과 사송(死松)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조각 풍경들은 얼마나 소중한가. 인간들이 범접하기 힘든 곳 신선만이 살것같은 곳이다.
천상의 소나무 분재길 따라 내려오는길은 행복하다. 바위길에 쌓인 낙엽과 황금 바늘잎에 발이 푹푹 빠진다. 미끄럽다.
고유의 낙엽 내음이 소슬한 바람에 코를 스친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다람쥐와 청솔모 남매는 월동 준비에 분주하다. 어느새 5시간의 여정이 끝나가고있다. 우리고장 도락산, 사랑하고 아껴야할 산이다.
하산주 건배후 다시한번 도락산을 쳐다보고 출발한다.
귀가길에 충주호 선착장에 잠시 들리니, 달이뜨면 주봉인 영봉(靈峯)에 걸린다하여 월악산(月岳山)이라 부르는 월악산 영봉에 정말 초생달이 걸쳐있다. 무지개 보다 더 아름답고 진귀한 풍경이다. 아마도 저 달은 충주호 의 강선대에 잠든 기생 두향의 무덤도 비추고 있을것이다. 단양 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을 헌신적으로 모시던 기생 두향은 퇴계가 타계하자 변치않는 수절의 마음 표현으로 26세의 꽃다운 젊은 나이에 강선대에 올라 부자탕을 마시고 생을 마감한 기녀였다.
첫댓글 단풍에 취해 힘든 코-스를 무난하게 안,즐산 하였는데 기행문을 상세하게 올려 주셔서 도락산 산행 오래오래 기억 될것 같읍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덕분에 즐산 하였습니다. 늘 건강합시다.
바바리님 예당 선생님 함께한 산행 너무 즐거웠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단풍과 즐겁게 산에 오를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담에도 꼭 데려가 주세요
일주일 건강 하시고요^^
겨울나무님 산행 열정에 감동 먹었습니다...^^
겨울나무님과 함께한 2번째 산행은 산사랑에 장미꽃 한송이와 더불어한
산행이였기에 더욱 즐거웠지요. ㄱ ㅅ ㅎ ㅇ
기행문 감명깊게 잘읽고감니다 수고많으셨네요 ..
항상 산행시 마다 정감어린 문장력으로 아어지는 도락산에 얽흰 산행기행문,
가슴속 깊이 간직하렵니다. 우리의 영원한 산적두목님 화이팅 화이팅
그리고 다음산행은 청계산이 아니고 강천산(전북 순창)으로 정정하셔야 겠지요
도를 즐기면서 오르는 산이라는 뜻의 도락산 이름이 넘 좋내요
민족의 별로 칭송되는 우리 풍천임씨의 선조 사명대사의 시를
보니 감개무량함이 느껴지는군요 천하의 위인들은 떠나가도 빛
나는 업적과 더불어 이강산의 후손들을 보우해주시겠지요 낙옆.
단풍의 계절과 함께 도락산에 얽힌 유익한 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늘 예당님의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기필의 운치 또한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