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20, 3, 22 일요일 06:30 분 빙상경기장 집결.
산행동무 : 백두대간 동지들 - 알도령, 써래봉, 손서방, 짱가, 차돌맹이, 대감, (대청마루님은 산행지까지 동행했지만
직장에서의 호출로 산행포기.)
산행경로 : 전원마을입구- 수락팬션- 철쭉군락지- 바랑산(왕복)- 월성봉- 깔딱고개- 서각봉- 마천대- 낙조대- 돛대봉
- 전원마을
오늘은 대둔산 종주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쪽과 충남금산에 걸쳐있다.
충남쪽은 베티재에서 오르는 코스 외엔 가보지 못했기에 은근 설렌다.
남들처럼 체력이 좋은것도 아니고 강골도 아니다. .
더구나 대간산행 중에 더부살이로 들어온 아킬레스건염과 족저근막염이 완쾌된 것도 아닌데
산이라면 죽자살자 따라 다니는거 보면 일종의 병(?)인가?
어쩌면 산에 머무는 시간 만큼은 골치아픈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 일수도 있겠다.
산행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한 잔...그리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와서 씻고 머리를 누이면 만사 OK다.
오늘은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가볍게 알바로 시작한다.
지형과 지명이 익숙치 않은 탓이다.
대간의 접속구간도 아닌데
아스팔트를 걸어서 들머리로 향한다.
팬션아래 계곡에서 곧바로 월성재로 오르는 된비알.
빡세다. (나만 그런가??)
헉헉대며 오른 철죽군락지. 인공으로 조성한 티가 난다
지자체 마다 관광객 유치와 지역 홍보를 위한 나름의 노력은 보기좋다. 너무 지나치면 흉물이지만.
바랑산을 다녀오니 손서방님 은 먼저 떠나고...
수락재, 깔딱고개, 새리봉,서각봉...
오르락 내리락..깔딱깔딱...아스라이 보이는 마천대 개척탑을 향해서.
이쪽으로 오르는 대둔산 경치도 볼만은 하다.
특히 능선쪽에만 버티어선 소나무가 우성인 떡갈나무들에게 밀려난 것처럼 보여 안쓰럽다.
서각봉 아래,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암릉 위에서 손서방님과 해후,
그리고 뻑쩍지근한 만찬(굴만두라면 과 홍어회).
만찬 후 커피와 누룽지를 곁드린 느긋한 식후경 까지.
마천대 다가갈수록 경치가 압권이다.
역시 대둔산은 전북쪽 경치가 좋다.
언제부턴가 대둔산을 가더라도 개척탑을 오르지 않았었다.
산 정상에 흉물스럽게 탑을 세우는 것도 마뜩찮은데 이름이 개척탑이다.
그 탑을 만드느라 애꿎은 인부들 목숨만 여럿 앗아갔는데 그게 박정희의 지시였다니.
꼭 지리산에 말뚝박은 일본놈들의 행태가 오버랩되고 막상 탑에 올라보면
탑때문에 한 자리에서 사방을 둘러볼 수가 없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탑에게 빼앗긴 느낌.
원효사계곡 삼거리에 막걸리주막이 사라졌다. 손바닥의 땅콩을 주워먹던 동박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기에서부터 낙조산장삼거리까지 능선은 경치가 죽인다.
다만 암릉으로 진행하는게 스릴과 함께 위험이 동반한다.
그래서 편한 아래쪽 등산로로. (알도령님과 대감님은 위험을 선택)
낙조대에서 우리가 처음 출발한 지점과 지나온 능선들을 훑어보고 발 아래 태고사와 충남 제일의 산 서대산을 즈려본다
그리고 마지막 산행의 백미인 나즈막하지만 뾰족한 돌산인 돛대봉으로 향한다.
돛대봉은 암릉산행의 묘미를 한껏 선사하며 산행의 대미를 서운치 않게 장식해준다.
19.8 키로. 8시간 25분.( 내 산경표는 요즘 핫한 트랭글보다 거리가 좀 길게 나온다. 내가 제자리 뛰기를 해서 그런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음이 고맙다.
함께 산행하려고 계획했으나 산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방역을위한 비상근무 호출을 받아 산행을 포기하고
근무지로 돌아간 대청마루님께는 조금 미안하지만 오늘 산행은 죽였다. ㅎㅎㅎ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그밖에 더 더하여 무엇하리."
산행내내 윤선도의 다섯 벗들을 맘껏 누리는 호사에 더하여 우리는 곡차까지 어울렸노라. 산 동무들과 함께.
월성봉 오르는 가파른 산중턱에 괴이하게 또아리 튼 소나무. 의자를 만들어준다.
"힘들지라우? 좀 쉬어가시구랴~~"
인위적으로 만든 철쭉군락지. 진달래였으면 좋았을걸
가끔 산에서 이런 추모비를 보면 생각나는 한 사람. 그이의 추모비는 언제 세워줄 수 있을까?
응가 바위??? ^^
역시 대둔산 인가?
사진이 많은거 보면 빼어난 경치가
우리 발걸음을 꽤 잡았었나보다.
전북쪽의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 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방이 확 트이는 시원한 조망이 기암괴석과 더불어
사계절 내내 찬탄을 금치못하게 한다.
약간의 스모그 때문에 장쾌한 지리능선을 감상하지 못한건 한가닥 아쉬움.
그래도 좋았다.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
궂이 이백의 산중문답을 인용하지 않아도 분명 여기는 인간세계가 아니다.
이 순간 만큼은 우리도 인간이 아니다. 신. 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