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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병기
박 동 순
뽐내듯 내려 앉는 눈부신 봄 햇살을
아무 여과없이 온 몸에 끌어 안고
흰선따라 끝 없이 펼쳐진 둥근원 트랙을
얕은 숨 내 뱉으며 천천히 달리다가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컨트리송 가사의 모든 YOU가
분명하게 너로 연상되며
어느 새 그렁대는 눈물로 앞을 가려
기우뚱대는 것을 보면
결코 낫지 않는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시시때때 나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잔잔히 스며드는 달빛, 어우러진 백열등 빛 아래서
깊은 숲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 가는 듯
한줄 한줄 써 내려가는 어설픈 습작소설 속에
이미 정해져 있는 주인공,
너를 이곳 저곳 추억의 장소로 옮겨 놓으며
주체할 수 없이 울컥거리는 마음을
몇번이고 진정 시켜야만 하는 것을 보면
결코 낫지 않는 아련함의 통증으로
나의 온 몸은 서서히 멍들어가고 있다.
스물 스물 내리는 가는 비 속에
아담한 너의 뒷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고운 어깨선 살짝 가리우고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마저 꼭 빼어 닮은 지나가는 낯선 여인을
서둘러 앞서 젖은 눈으로 힐긋 바라보고
네가 아닌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결코 낫지 않는 심각한 착시,
나는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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