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휴대폰을 꺼내시고요. 이렇게 따라 해보세요.”
지난 일요일 경기도 화성의 한 성당. 교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대미사 시간 뒤에 청년부 대학생 교인들이 이색적인 특강 시간을 마련했다.
주제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진동 모드 만들기’
젊은 세대는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이 상황 뒤에는 성당 측의 남모를 속앓이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교인들이 늘어나면서 엄숙한 미사시간에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는 것.
기존에 *만 꾹 누르면 됐던 진동모드 전환 방식에 익숙한 어르신들이 최근에 교체한 최신 스마트폰 사용법을 잘 알지 못해 생기는 웃지 못 할 상황이었다.
성당 관계자는 “1시간30분 가량의 미사 동안 휴대전화 벨소리가 줄잡아 3~4회는 울려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 많다”며 “더 안타까운 것은 휴대전화의 주인공들인 어르신들이 막상 벨소리가 울려도 끄거나 무음모드로 변환시킬 줄 몰라 당황해하다 부리나케 성당을 빠져나가는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가 비단 이 성당만의 골칫거리는 아니다. 서울시 자치구 한 복지회관은 최근 노인대학 수강과목으로 스마트폰 강좌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복잡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고 웹 검색을 하는 등 어려운 과정이 위주였지만, 호응이 없자 최근에는 전화걸기와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기초적인 과정으로 전환한 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스마트폰 대중화 하지만 어르신들은…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435만명 중 65세 이상은 8만명 가량. 비율로 보면 10%도 채 되지 않지만,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노년층 유저들이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 휴대폰 교체시기를 맞았지만, 익숙한 구형폰(피처폰)을 구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을 구매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3월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스마트폰 용도를 몰라서’(40.1%)가 압도적이었다.
비용적 측면 ‘구입비 및 이용비용 부담이 크다’는 26.3%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대부분 노년층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용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말만 들어보았음’(40.5%)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또 설령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세히 알고 있음 4.8%’에 비해, ‘조금 알고 있음 21.9%’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이는 전체 국민의 인지 비율(70.2%)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노년층들을 위한 이른바 ‘실버 스마트폰’ 제작은 아직 발표된 사례가 없다. 젊은 세대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수요가 적은 노년층 공략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기존 피처폰 유저를 넘어서는 시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노년층들은 스마트폰 혜택에서 멀어져 있다”라며 “저렴한 실버 요금제를 결합한 이용 간편한 실버 스마트폰 상품이 곧 출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