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의 주얼리 브랜드 기행 21. 수트라(Sutra Jewels)
수트라(Sutra)는 인도 출신 디비얀슈(Divyanshu)와 아르피타(Arpita) 부부가 설립한 미국의 파인 주얼리 브랜드다. 각각 뉴델리와 뭄바이에서 성장했지만 같은 꿈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GIA에서 이뤄졌다. 2008년 텍사스 휴스턴에 수트라를 설립하면서 이들은 인생과 일 모두에서 동반자가 됐다. Sutra는 산스크리트어로 ‘경전’이란 뜻이다.
브랜드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아르피타는 선명하고 볼드한 유색석과 로즈 컷 스톤, 흑화시킨 골드를 수트라만의 트레이트 마크로 사용한다. 특히 유색석의 유기적인 형태를 강조함으로써 오랜 세월이 소요된 보석의 생성 과정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다. 주얼리의 모든 각도에서 완벽을 기하는 장인정신 또한 ‘360도 디자인 미학’이라 일컫는 수트라만의 강점이다. 따라서 제품의 뒷면이나 부속품도 앞모습만큼 중요하게 다룬다.
수트라는 처음부터 여성의 내적 자아를 주얼리의 아름다움을 통해 표출하는 것을 디자인 철학으로 세웠다. 따라서 특정 연령에 구애 받지 않는 디자인과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마감, 그리고 세련된 스타일로 현대 여성의 미래 지향적이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담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여성상은 스스로 패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죠. 우아함과 현대적인 감각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수트라의 주얼리는 최신 트렌드와 ‘타임리스(timeless)’라는 모순된 요소들을 조화롭게 아우르고 있다는 평이다.
사실 디비얀슈와 아르피타의 꿈은 할리 베리, 케이트 베킨세일 등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레드 카펫 위를 수트라의 주얼리로 수놓으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론칭 2년만인 2010년에는 오바마 대통령 부인이 수트라의 투어멀린과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골드 커프를 착용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후 수트라는 인도 공방에만 1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한 회사로 번창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부티크에 속속 진출하게 된 것도 큰 성과였다. 110명이 주 6일을 매달려도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 들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고객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구매를 넘어 컬렉팅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수트라 주얼리의 80%는 ‘원 오브 어 카인드’ 제품이다.
아르피타는 끊임없이 호주, 독일, 이탈리아, 태국 등지로 독특한 스톤을 찾아 다니고 있다. “나석을 보는 순간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유색석의 선명한 색상이 저를 사로 잡거든요.” 그녀는 이렇듯 보석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아 스케치를 시작한다. 따라서 색을 살리기 위해 불완전함(흠)까지도 그대로 보존할 때가 많다. 이는 그녀가 기하학적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자연 본래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다. 따라서 수트라의 유일한 변주는 골드를 흑화시켜 보석의 색상이 눈에 띌 수 있게 극적인 효과를 주는 정도다.
이렇게 아르피타가 창조적인 마인드로 주얼리의 컨셉을 구성하는 동안 디비얀슈는 브랜드의 두뇌 역할을 해왔다. 지속적으로 니만 마커스, 런던 주얼러스 등 미국의 유명 백화점과 부티크를 통해 트렁크쇼를 개최하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제대로 된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지금껏 최고의 사람들만 만났죠.” 더불어 수트라는 부부의 철저한 통제 하에 자체 공방에서 모든 공정이 완료되기 때문에 지금껏 고유의 DNA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남편은 항상 저를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합니다. 부부로서뿐 아니라 파트너로서도 훌륭한 팀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의 로맨스가 우리의 열정이자 우리의 주얼리를 독특하게 만들어 낸 원천이네요.” 이제 6년 된 젊은 브랜드는 이렇게 부부가 사랑과 야망, 그리고 꿈을 공유하며 힘차게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