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마을∼상석삼거리∼장암산∼마치재∼태청산∼마치삼거리… 11.4km
어염시초 일렁이는 풍요로운 산길
글 \ 사진 곽영조 기자
영광군은 전라남도 북서쪽에 위치하며 서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다.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선 너머로 안마도, 송이도, 낙월도 등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 전북 고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북쪽은 대부분 평야지대다. 장성군과 경계를 이루는 동쪽과 함평군과 경계를 이루는 남쪽은 고성산(547m)을 비롯해 시계방향으로 월랑산(450m), 태청산(593m), 장암산(482m) 월암산(351m), 불갑산(516m), 모악산(348m), 군유산(403m) 등 400~600m의 산들이 영광군을 성곽처럼 에워싼 형세다. 예로부터 산수가 아름답고 해산물, 소금, 쌀, 나물 등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한 영광군은 삼백(三白) 또는 사백(四白)의 고장으로도 불렸다. 이름처럼 쌀, 소금, 목화, 눈이 많았고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옥당고을’ 또는 호불여 영광‘으로 지칭이 되었다고 한다. 영광이라 불리게 된 것은 고려 태조 23년에 무령군을 영광군으로 개칭하면서부터다.
태청산에서 장암산을 거쳐 월암산으로 이어지는 산릉은 남서쪽으로 활시위처럼 휘어져 함평군과 경계를 이룬다. 400~600m에 달하는 높이가 내륙산간의 산과 비교해 낮게 느껴지지만 산행을 시작하는 산행들머리 대부분 해발이 겨우 50m안팎이기 때문에 실제로 올라가는 높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장암산(場岩山)은 이름에서 보듯 산 정상에 바위 하나가 떡하니 올려져 있다. 펑퍼짐한 모습은 눈에 띄는 단단한 바위들이 모가 나 날카로운 태청산과는 차이가 있다. 그 모습이 옆에서 보면 마치 물위를 떠가는 조각배를 닮은 마당바위에는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장암산에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법이다. 서쪽 아래론 묘량면의 평야지대가 시원스런 조망을 자랑하고 멀리 영광읍 너머 서해바다까지 가물거린다. 북쪽으로는 대마면의 들판 너머로 고창군의 곡창지대가 탁 트인 조망을 뽐낸다. 대마면 방면으로 마루금을 그으며 태청산과 월랑산으로 이어지는 북릉의 풍광도 일품이다. 남쪽으로 불갑산까지 내달리는 산릉이 첩첩산중을 이룬다.
장암산 정상 아래 세워진 2층 누각. 장암산의 시원스런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장암산은 등산뿐만 아니라 행글라이더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활공장을 갖추고 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오르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산에서 바라봐도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시원한 파노라마가 한가득 펼쳐지는데 하늘에서야 오죽할까.
장암산에서 2시 방향에 산릉이 V자로 가라앉는 마치재 너머로 오롯이 솟은 것이 태청산(太淸山)이다. 영광군 대마면과 장성군 삼계면의 경계를 이루는 태청산은 주변지역에서 가장 높아 영광이나 장성뿐만 아니라 고창, 함평 등지에서도 유일하게 보이는 산이다. 내장산에서 출발한 산릉이 입암산(626m), 방장산(734m), 문수산(606m), 고성산(546m)을 거쳐 태청산까지 이어졌다. 태청산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비롯해 23번 국도와 호남선 철길과 호남고속도로가 평행선을 이루고 있어 산을 찾아가는 길이 쉽다. 육산으로 보이지만 정상과 주능선 일부엔 마치 코끼리 몸에서 상아가 돋아나듯 바위지대가 돌출되어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영광에서 제일 높은 산임을 자랑이라도 하듯 한층 넓은 지역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장성 방면의 수연산과 동구산의 부드러운 산릉 너머로 멀리 담양의 높고 낮은 산들과 광주 무등산도 시야에 와 닿는다.
●산길
산행기점인 삼효리 석전마을은 묘량면소재지에서 차로 5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산행들머리는 북쪽 대마면으로 이어지는 길과 동쪽 마치 방면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석전마을의 마을회관 앞이다. 석전행 버스 종점이며 한 켠에 주차장도 있다. 정남쪽에 위치한 장암산을 바라보며 석전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상석마을 갈림길이 나온다. 종점에서 왼쪽 영마제를 거쳐 산림도로를 따라 산행이 가능하다. 갈림길에서 상석마을을 향해 10여분 걸으면 전주이씨 묘역에 닿는다. 전주이씨 묘역에서 오른쪽으로 도랑을 건너면 뚜렷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200m쯤 들어가는 계곡길은 왼쪽 사면을 올라 상석삼거리로 연결된다. 영마제 뚝방길에서 우회전해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을 해도 상석삼거리로 올라갈 수 있다. 뚝방길과 상석마을에서 올라온 등산로가 만나는 상석삼거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상석삼거리를 출발해 능선길을 오르면 장암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산림도로와 만나는 매봉재에 다다른다. 매봉재에서 장암산 방면은 수직능선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장암산 북릉에 해당하는 능선길은 처음에는 완만하게 출발하다가 이내 가팔라진다. 능선을 따라 수직으로 오르기 때문에 쉴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소나무구간과 산죽구간을 통과해 편백나무숲을 통과한다. 편백나무숲은 몽강제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 헬기장과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421봉으로 이어진다. 매봉재에서 쉬지 않고 오르면 40여분이 소요된다. 뒤편에 팔각정 쉼터가 세워진 421봉은 북쪽사면으로 패러글라이딩 활공을 위해 나무들을 제거하는 바람에 정상부분만 민둥하다. 시야를 거스르는 것이 없어 조망이 뛰어나다. 421봉에서 동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정상을 바라보며 산릉을 내려서면 절개지를 이룬 안부로 내려선다. 남쪽에서 올려오는 산림도로가 끝나는 지점이기도 한 안부는 1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절개지 안부를 벗어나 오르막길로 10여분을 더 오르면 마당바위가 반기는 장암산 정상이다. 정상 바로 아래엔 오가는 등산객들이 장암산의 시원스런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2층짜리 팔각정이 세워져 고풍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장암산 정상에서는 가을걷이를 끝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함을 느끼게 하는 묘량면의 평야지대와 멀리 서해바다의 일렁거림이 시선을 잡아끈다. 정상 한 가운데 가로 세로 8~9m에 높이가 남쪽이 2m, 북쪽이 1m 안팎의 바당바위가 놓여있다. 물위를 떠가는 조각배를 닮았다. 오래전 장암산 기슭 아랫마을에 고관대작집 아들과 가난한 농부의 딸이 양가 몰래 사랑을 약속했는데 집안의 반대에 장암산으로 도망쳤다가 산신령이 알려준 대로 바위에서 3일을 진달래로 연명하며 견뎌낸 후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처음에 두세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였으나 산신령이 바위를 쳐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로 커졌다는 마당바위엔 선남선녀가 함께 앉으면 사랑을 이뤄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영광지역에서 제일 높은 태청산은 고창, 함평 등 넓은 지역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능선 남쪽인 장성군 방면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장암산을 출발해 태청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정상에서 샘터 삼거리를 거쳐 작은 마치재와 마치재를 통과한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변이 트여 조망이 좋다. 태청산으로 가는 첫 번째 기점이 되는 샘터삼거리는 장암산 정상에서 200m 떨어져 있다. 정자가 세워진 삼거리 주변으로 온통 철쭉 밭이다. 장암산에는 철쭉의 개화와 때를 같이해 장암산철쭉등산대회가 열려 많은 등산객들이 다녀간다. 철쭉을 심기위한 작업들이 진행 중이었다. 구간을 정비하면서 잘린 잡목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삼거리에서 월암리 사동방면 100m 아래에 숯가마 샘터가 있다.
샘터삼거리에서 작은마치재까지 가는 길은 태청산을 조망해가는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장암산과 태청산 구간은 주능선으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능선에 오르기만 하면 산길을 헤맬 일이 없다. 잡목구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간간이 자란 나무들에 검게 그을린 산불의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마치재에서 북서쪽으로 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산림도로를 따라 석전마을로 갈 수 있다.
주능선을 따라가는 단조로운 길이 계속이다. 별다른 안내표지가 없지만 길을 찾는데 불편함이 없다. 마치재 도착 전에 기계유씨의 묘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과 길 위로 쓰러져 있는 오래된 나무 전신주가 이정표가 된다. 마치재는 해발 350m로 옛날 영광군 대마면에서 장성군 삼서면으로 넘나들던 큰 고개였다. 시원스레 뚫린 도로들에 길을 내어주고 이제는 오가는 이가 적지만 산을 찾은 이들에게 그 품을 내어준다. 마치재 역시 북서쪽 계곡길 300m를 내려가면 산행들머리인 석전마을로 갈 수 있다. 작은마치재에서 마치재까진 600m 떨어졌다.
마치재부터 등산로가 가팔라진다. 돌무덤 구간을 통과하는 오르막 구간에 낙엽들이 그대로 쌓여 미끄럽다. 봉우리를 넘어가는 구간에도 낙엽은 여전하다. 비석이 세워진 묘를 지나 함평이씨의 묘가 있는 전망대에 서면 상무대를 비롯해 장성군의 산과 들이 한 눈에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태청산 정상까지는 1km 떨어졌다.
멀리서 봤을 때 육산이었던 태청산은 정상에 가까워지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모여 세를 맘껏 뽐내고 있다. 바위구간을 통과하면 태청봉 정상이다. ‘태청봉’이라고 써진 정상석과 북동릉 방면 10여m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발 아래로 저수지인 대도제와 유평제는 물론 장성군 삼서면 일대의 각 지명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함평군과 맞닿은 오락산 너머로는 광주광역시의 건물들이 희뿌연 신기루처럼 조망되고, 그 왼쪽으로 광주 어등산이 마주한다. 맑은 날엔 무등산까지 지척으로 다가서는 태청산의 조망은 그 이름처럼 크고 광활하다. 하산길은 태청산 정상 십자가가 표시된 지점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내려가거나 월랑산으로 이어지는 북동릉을 따라 가다 몰치재에서 대마면 남산리나 화산리를 날머리로 잡는다. 왔던 길을 돌아가 마치재로 내려갈 수도 있다. 주능선 남쪽인 장성군 방면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기 때문에 영광군 대마면 방면으로 내려와야 한다.
●교통
서울과 광주방면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IC삼거리에서 우회전한 후 23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장보사거리에서 대마로 장성(광주)방면으로 다시 우회전해 816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대마면소재지교차로에서 묘량 방면으로 우회전해 3.4km 직진하면 산행들머리인 묘량면 석전마을이다. 부산방면에서 이용할 경우에는 대전까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다음 회덕JC에서 호남고속도로 이동한 후 유성JC에서 대전당진간고속도로를 이용해 서해안고속도를 탄다.
대중교통의 경우 먼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오후 7시 20분까지 40분 간격으로 20회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해 영광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이며 요금은 일반요금은 1만6천원, 우등은 2만3천6백원, 밤 10시 출발하는 심야우등은 2만 6천원이다. 광주에서는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하며 1시간이 소요된다. 영광에서 오전 7시 55분에 출발해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석전행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막차 오후 7시 25분이며 40분 소요. 문의 영광교통 061-352-1303
●주변볼거리
불갑사
인도스님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 하여 부처 ‘불(佛)’ 첫째 ‘갑(甲)’자를 따 불갑사라 하였다.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불갑사 대웅전은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연화문, 국화문 보상화문, 보리수문 등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보물 제1470호인 불갑사 불복장전적이 있다. 문의 061-352-8097
백수해안도로
원불교 영산성지를 지나 시원하게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16.8km의 해안도로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응암바위, 해당화 꽃 30리길, 해수욕장과 바다낚시, 거북바위와 모자바위 등 기암괴석, 그리고 칠산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특히 툭 터진 넓은 바다와 해질녘 서해낙조를 보는 멋은 동해의 일출과 대조되어 운치를 더한다. 문의 영광군 문화관광과 061-350-5750
●주변먹거리
모싯잎 송편
과거 영광지역 농가에서는 여름옷 등 섬유재로로 쓰이던 다년생 풀인 모시를 식용으로 이용해 왔다. 서해안의 깨끗한 갯바람으로 자란 모싯잎은 칼슘과 마그네슘, 철, 칼륨 등의 성분이 우유에 들어있는 것보다 48배나 많고, 모시를 짜던 아낙네들은 허리가 굽히지 않고 무릎관절이 튼튼했다고 한다. 모싯잎 송편은 장운동과 이뇨작용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문의 옛날떡집 061-351-2111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설치된 421봉에서 바라 본 장암산 정상. 아래쪽 안부로 주차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