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크린쿼터제 축소 논란이 한창이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략에서 "스크린쿼터의 현행 유지"에 관한 조항을 분명히 들었고, 또 기억하고 있다. 최근 총리실에서 흘러나왔다는 스크린쿼터제 축소는 영화계 뿐만이 아니라 많은 문화 각계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도 스크린쿼터의 현행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총선 당선자의 94%가 현행유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는 거다. 부디 그들의 말이 단순히 이미지 관리를 위한 빈말이 아니길 빈다.
우리나라 영화계의 인사 중 많은 이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박찬욱, 김동원, 봉준호, 문소리 등등... 문소리는 어느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인물이 "체 게바라"라고 했었나? 나는 이와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분히 정치적인(색깔론적이라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성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베니스에까지 다녀온 우리의 대표적인 배우라면 그 정도의 시야가 자신 의지 표현의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물론 꼭 체를 존경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는 반대개념의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해도 상관없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는 누가 뭐래도 하나의 산업이다. 대중과 민중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문화의 대표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우리나라 헐리우드의 자본에 맞서 영화가 많이 살아나 있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영화인들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화인들이 사회문제에 있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영화가 산업이면, 영화인들도 노동자 아니겠는가!
프랑스의 영화정책
얼마 전 대구의 필름통에서 오종 감독의 영화들이 상영되었었다. 프랑스는 문화강국이다. 세계의 정치적 노선에서도 영국과는 차이를 보이며 미국에 딴지를 거는 나라이기도 하다.
실업자에게 학생과 같은 할인요금을 적용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에게 영화는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가 단지 문화상품의 하나일 뿐만이 아니라 영화 속에 녹아있는 가치관과 철학, 습관과 유행 등의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영화가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방송과 영화 등 시청각 분야를 통합관리하는 자국 영상물 지원제도를 안착시켰다.
매주 수요일 새 영화가 개봉되는 프랑스의 영화 관람료는 8~9유로(1만2000원 상당), 예술영화전용관의 경우 5~6유로(8000원 상당)다. 이 입장료의 11%가 극장입장특별세(TSA)로 걷혀 국립영화센터(CNC)가 운영하는 영화 진흥금고의 근간을 이루며 새로운 프랑스 영화 제작에 재투자된다.
이 지원금고의 또 다른 재원은 방송사 매출의 5.5%를 비롯한 비디오와 DVD 부문 세금이다. CNC 지원금고와 더불어 대표적인 프랑스의 시청각분야 보호정책으로 방송의 영화방영 쿼터와 투자의무 쿼터를 꼽을 수 있다. TV 영화 방영분의 60%를 유럽영화(프랑스어 사용영화 40%포함)로 채워야 하며, 공영채널 매출의 3.2%를 새로운 영화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55개 영화를 공동제작하고 있는 프랑스 텔레비시옹(FT)의 방송정책 및 편성 담당 국장 르네 보넬은 “프랑스의 영화 보호 정책은 모든 영화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프랑스 영화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특히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고, 국내에서도 인위적인 지원이 영화제작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할리우드라는 공룡에 맞서 고유한 영상문화를 지키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공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프랑스의 영화지원정책은 고부가가치 영화산업이 갖는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상상력과 적극적인 신인 발굴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의 강국이다. 여느 유럽인들처럼 프랑스 인들의 자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하다. 예술에 대한 그들의 인식 또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뚜렷하다. 강제규나 강우석보다 '홍상수' 감독과 그의 작품이 더 잘 알려진 것이 그걸 입증해 보인다. 그와는 다른 시각에서 예술 영화를 고집하던 프랑스도 요즘들어선 상업영화에 주력하다는 설도 있다. 조금은 아쉽지만, 상업영화가 되었든 에술영화가 되었든 자국 영화에 힘쓴다는 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점이다.
그 밖의 다른 나라들
그 밖에 남미의 브라질, 아시아 국가들 우리나라와 파키스탄 등 현재 세계 11개국이 시행 중이랍니다. 브라질은 외국영화와 자국영화의 상영비율을 최소한 8편마다 1편씩 유지하도록 하며 연간 1백40일 이상의 상영일수를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고, 파키스탄은 외국영화 상영 전용극장과 자국영화 상영 전용극장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외화상영 전용극장에 대해 연간 15%이상 자국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경우는 3개월에 최저 25일이상 연간 1백일 이상의 자국영화 상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11억의 인구를 가진 인도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하다. 한해에 무려 평균 1000편이 넘는 영화를 개봉할 정도로 자국영화 인기가 절대적인 인도는 유달리 헐리우드 영화들이 망하는 철옹성이다(참고로 히말라야의 네팔은 인도영화를 엄청 수입해오는 나라이기에 타이타닉도 참패한 나라다.) 사실 인도의 영화 스타일은 매우 독특해서 헐리우드 영화가 쉽사리 끼어들기가 어렵다.
인도에서 1년에 제작되는 편수는 어림잡인도의 경우는 애초에 헐리우드 영화라 발을 못 붙은 정말 특이한 나라다. 800~1000여편. 전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영화를 생산하는 국가다. 그래서 이름도 "발리우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발리우드 란 봄베이 + 할리우드)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소개된 발리우드 특별전에 출품된 <데브다스>나 <라간>, <기쁠때나 슬플때나> 같은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인도에서 헐리웃 영화가 지니는 점유율은 겨우 5% 다.
일 년동안 인도를 다녀온 친구녀석도 인도영화에 재미를 붙여 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인도 영화는 길고, 거기에 다양한 장르가 다 섞여 있고, 뮤지컬적인 요소도 많고, 섹시한 춤을 추는 장면이 많다는 거다. 그리고 영화관람료가 매우 싸서 가난한 인도의 서민들도 즐길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인도의 자국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할리우드에 참패한 나라
영국은 할리우드에 영화시장을 장악당한 나라로 손 꼽힌다. 세계에서 가정 먼저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했지만, 현재 상황은 자국 영화가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영화의 소재들 마저도 할리우드에 넘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의 영국 시민들은 007이나 헤리포터 등이 자국의 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화 배급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수익은 할리우드에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할리우드다. 즉, 제작을 타국에 넘겨버리면 자국 영화 산업의 인프라가 약해지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건 분명 영국 영화산업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한국 스크린쿼터제 사수!
스크린쿼터제가 사라지면 한국영화계 전반적인 손실이 하루에 약 328억이라고 한다. 쿼터제가 폐지되면 밀려드는 헐리우드의 상업 영화에 맞서기 위해 우리 역시 무리를 해가며 상업영화에 몰두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영화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자본으로 미국의 자본과 싸운다는 건 맨주먹만 까지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또한 안 그래도 저변이 약한 예술.단편영화의 길이 더욱 좁아지고 험난해 질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문화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우리 국민도 영화를 보기에 앞서 생각하고 고민할 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예술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 앞에서 미국의 돈!영화가 설쳐될 수는 없을 거다.
부디 우리영화지키기가 유지되어서 우리영화계의 거듭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미도와 태극기로 팽창된 우리 영화계의 모습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의 미래를 멀리 보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거품이라면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과감히 걷어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