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국철 도원역에서 내려 2번이나 3번출구로 나와 인천세무서 방향으로 약 150m를 걸어가면 길 오른쪽으로 색색의 건물들이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은 들어오는 길이 마치 소의 뿔처럼 생겼다 해서 옛부터 ‘우각로’라고 불렸다. 최근, 이곳을 보기 위해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곳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무렵부터다. 이때부터 남구의제21 실천협의회와 지역 문화예술인들, 주민, 행정이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우각로가 있는 숭의동 109번지 일대의 건물들은 대다수 7, 80년대가 연상되는 낡은 건물들이다. 한때 기승을 부렸던 재개발 붐도 이곳을 피해가면서 우각로는 방치되기 시작했다. 재개발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하나 둘 떠나고 대부분이 빈집으로 남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에는 사는 사람도, 찾아오는 발길도 뚝 끊기고 말았다. 점차 우각로 일대는 우범지대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역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문화예술인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재개발 시점까지 문화예술인들이 빈 집을 빌려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마을 작은 도서관, 마을공연장, 공동텃밭을 만들었다. 허름한 건물에는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졌다. 그리고 한글교실, 도예교실, 실버교실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그러자 우각로는 버려진 공간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많아져 생동감이 넘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각로를 가꾸기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은 문화예술인뿐만은 아니다. 10대 청소년들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끼와 재능으로 우각로 마을 문화사업에 참여했다.
[사진1]우각로 문화마을에 핀 재능나눔의 꽃.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라온누리 봉사동아리 멤버들
인천 지역 10대 자원봉사자 동아리 라온누리(단장 인천외고 김준혁, 부단장 부광여고 성지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우각로 문화마을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우각로 행복도서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멘토 선생님(김병희, 논리지혜)과 라온누리 학생들이 우각로 문화마을 기사를 접하고 행복도서관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이다.
현재 라온누리는 우각로 문화마을의 한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의 문제점을 살피고 해소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문제방안과 계획에 따라 실행할 자금을 모금하거나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의 활동도 이들의 몫이다.
특히 '우각로 행복길 조성'은 2013년 3월 봉사단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라온누는 쓰레기가 버려져 쌓인 도로에 주민들을 위한 작은 텃밭을 조성하고 주민들과 함께 벽 도색 등을 하며 경관을 새롭게 만들어갔다. 또, 원하는 주민에게는 예술가들과 함께 집 외벽에 벽화를 그려넣기도 했다.
또한, 2013년 7월부터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가정 형편이 넉넉치 못한 가정이나 사립교육기관이 없어 멀리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습지도를 하며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대상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현재 학습지도를 받는 학생수는 14명. 이들을 위해 20여 명의 라온누리 멤버들이 활약하고 있다.
학습지도는 과목별로 1대 1 혹은 1대 2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습지도에 참여하는 라온누리 멤버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국어지도 최가영(산곡고), 최호정(산곡여중), 김지연(산곡여중) ▲영어지도 김준혁(인천외고), 허정(부평고), 김채원(부평여고), 유승민(세일고) ▲수학지도 조현욱(부광고), 이현주(부평여고), 이지선(부광여고), 김채연(산곡여중), 최현지(부원여중) ▲과학창의력수업 이민혁(세일고), 최현호(산곡고), 김수현(송내고) ▲역사수업은 라온누리 멘토 선생님 김태윤(논리지혜 대표)이 재능을 나누고 있다.
라온누리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방송부활동과 학생기자 활동으로 알게 된 지식을 동원해 동네 아이들과 함께 마을 신문을 제작한다. 신문 제작을 시작으로 마을신문편집부 수업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라온누리 멤버는 김청솔(부광여고), 성지은(부광여고), 김성현(인천외고), 김경로(부광고), 서정연(산곡고), 김민서(산곡고)다.
모든 수업은 방학기간 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로 시행되며 시간은 오후 2시에서 4시까지다. 우각로 도예공방과 그림책이야기방, 도서관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학년 별로 나눠서 진행하며 방학기간 이후에도 주말과 평일 늦은 시간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2] 라온누리 봉사동아리는 초중등 학생들에게 학지도를 통해 재능을 나누고 있다.
[사진3] 라온누리 봉사단이 경관 조성 사업을 하기 전 거리의 모습
[사진4]건물을 새로 도색하고 화단을 조성하자 황량했던 거리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