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번째 디자인 벼룩시장 포스터 © Puces du Design
얼마 전 블로그에 올라온 친구의 신혼집 사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식탁 의자들과 소파 그리고 테이블들이 고가의 디자이너 제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결혼 기념으로 명품 가방 하나씩 장만하기도 바쁜데 디자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직업을 가진 그녀가 웬일로 디자인에 가치를 두고 명품 디자이너 가구를 구매했나 싶어 반가운 마음에 글도 남겼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에게 그 가구들은 누가 디자인한 지는 모르겠으나 느낌 있고 싸기까지 한, 요즘 유행하는 예쁜 가구들이었다. 모두 카피인 줄 모르고 구입한 유명 디자이너 카피 제품들이었기에 그것을 안 후의 실망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려는 것은 파리 디자인 벼룩시장 (Puces du Design)이다. 이 벼룩시장은 디자이너들의 중고 가구들이 주로 거래되기에 중고 벼룩시장에서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가구를 사려고 발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파리 디자인 벼룩시장을 보노라면 이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카피 되어 싼값에 팔리고 있는 광경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가구와 가구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중시되는 파리이기에 열릴 수 있을 디자인 벼룩시장(Puces du Design)이라는 개념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이번 28회차를 맞이한 디자인 벼룩시장에서는 100여 명의 참여자가 디자이너 가구들을 가지고 나온다. Jean Allemand, Ray et Charles Eames, George Nelson, Pierre Paulin, Jean Prouvé 등 화려한 디자이너들은 기본이고 1950년대부터 2000년까지 20세기를 주름잡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벼룩시장을 둘러보면 ‘가구디자인의 역사’로 이름 붙여져 있던 옛 시대의 가구들이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생동감을 보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50년대 가구들은 5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사용 감이 고스란히 남아 그 모습 그대로 벼룩시장 전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보관되어 방금 만들어진 것 같은 이름만 ‘50년대 디자이너 가구’가 아닌 그 시절 만들어져 실제로 이용된 바로 그 가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이 디자인 벼룩시장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전시 모습 © Puces du Design
워랜 플래트너 Warren Platner 의 Knoll을 위한 라운지 세트 1962년 © Puces du Design
2007년부터는 빈티지 패션도 디자인 벼룩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 Ooh La La Vintage 와 La Mode Vintage
이번 벼룩시장(Puces du Design)에서 빼놓지 않고 꼭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조각가이자 화가였으며 그룹 SPACE의 창시자 장 알르멍(Jean Allemand)의 오마주 작품들이 그것이다. 그는 70년대에 3차원이라는 개념을 작품에서 심도 있게 표현했고 80년대에는 디자인과 실내디자인에 매진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빛과 볼륨감 균형과 불균형 등에 대한 표현들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장 알르멍(Jean Allemand)의 TF1 스튜디오디자인 © Puces du Design
장 알르멍(Jean Allemand)의 공간디자인 © Puces du Design
규모가 그리 크리 않음에도 검증된 빈티지 디자인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오기에 매번 30,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이 디자인 벼룩시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Informations
-28e Puces du Design
-장소: Place des Vins de France à Bercy Village, Paris 12°
-입장료: 무료
-5월 23일 목요일부터 25일 토요일까지: 14h - 20h
-5월 26일 일요일은:10h à 19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