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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과 기업 역시 자신만의 'The A team’을 꿈꾼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야심 차게 최고의 인재를 모아놓고도 정작 기대만큼의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인적자원의 특수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HR 이론인 X이론, Y이론의 논쟁을 떠나, 사람은 기계와는 달라서 α를 투입하였을 때 기대되는 β가 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α를 투입하는 방식을 달리했을 때 β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성과를 거두는데 그치기도 한다. 즉, A라는 사람이 B와 팀을 이루었을 때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유능한 직원이 되지만, C와 팀을 이루었을 때는 저성과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팀 구성과 그에 따른 효과의 차이는 변화관리 초기단계의 '변화선도팀(Change agent team)’을 구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사 례 1 : 올해 A회사는 변화관리를 위해 변화선도팀을 구축했다. 해당 팀의 구성원은 과·차장급의 핵심인재 중 각 부서별 추천자를 우선으로 매우 우수한 인재로만 선발했다. 선발된 인원은 처음에는 선발된 핵심인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팀 내에 마찰이 일어났다. 변화관리 활동을 연례적 이벤트나 캠페인으로 진행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고, 각종 활동 수행의 부담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이 아니라 그저 참석한 사람들이 나누어 감당하기 일쑤였다. 변화선도팀에 대한 격려 차원으로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해외전시회도 보내주었으나 전시회에는 관심이 없었고 개별적으로 휴양 목적의 관광만 하고 돌아왔다.
사례 2 : B 회사도 올해 변화선도팀을 구축했다. B 회사는 인원선발 시 과장, 대리급 중 부서별 추천인원에 직급비율과 성비, 각 인력의 특성을 고려해 선발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구성원, 평소 논리적으로 회사의 문제점을 비판하던 구성원,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도전적인 구성원, 리더십이 있는 구성원 등을 두루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변화선도팀은 초기부터 뛰어난 팀워크를 보여주었고 회사의 변화관리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졌다. 회의 중에 등장하는 비판적인 문제는 긍정적인 성향의 팀원이 도전적인 과제로 바꿔주었고,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부분은 리더십이 있는 팀장이 전담하여 해결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팀원들이 변화선도팀 모임에 대해 즐거워했고, 변화관리 활동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성장과 일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보내 주겠다는 해외연수는 예산에 맞춰 세계적인 기업을 벤치마킹 하고 돌아오는 계획을 자발적으로 세워 진행하기로 했다.
사례 1과 사례 2는 현장에서 변화선도팀을 구성했을 때 발생한 실제 상황이다. 변화선도팀이 구성될 때 다음과 같은 오류가 발생할 때가 많다. 첫째, 변화선도팀의 선발 측면에서 많은 회사들이 개인성과가 높은 직원들 위주로 선발하거나 아니면 신입사원 위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성과가 높은 직원들을 선발하는 회사는 그래도 변화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나름 인식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후자보다 긍정적이나, 개인성과가 높은 직원만으로 팀을 구성하였을 때 개인의 성과에만 집중하느라 조직에 대한 헌신에 소홀해질 우려가 존재한다. 신입사원 위주로 선발하는 경우는 변화관리를 이벤트 활동이나 신입사원 육성 차원의 수준에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위주로 진행되는 활동에 그 중요성이나 무게감을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변화선도팀의 인력 구성 측면에서 다양성과 팀워크를 고려하지 않고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고려하더라도 성비를 맞추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팀 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고 의결된 내용을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
변화관리 분야의 '구루(Guru)’로 꼽 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존 코터(John Kotter) 교수. 코터 교수는 자신의 변화관리 8단계 모델 중 2단계인 변화선도팀 구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펭귄을 주연으로 한 우화 형식의 책 ≪빙산이 녹고 있다고?(Our Iceberg is Melting)≫를 집필하여 변화선도팀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이던 삶의 터전인 빙산이 녹고 있음을 발견한 펭귄 부족이 새로운 빙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변화선도팀의 활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변화선도팀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녹아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조직에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한 창조적 상상력의 소유자 프레드, 프레드의 이야기를 듣고 빠르게 일을 추진하는 강력한 실천가 앨리스,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리딩하는 펭귄 부족의 리더 루이스 회장, 누구보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력으로 대안의 타당성을 제시하는 펭귄선생 조던,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 부족 펭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버디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마리의 펭귄은 각기 다른 개성을 잘 살려 펭귄 부족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The A team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팀 역할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메러디스 벨빈(Meredith R. Belbin)은 8가지 팀원 유형을 구분하여 팀에 필요한 구성원의 역할을 정의했다. 첫째 '실행자(Implementer)’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실용적 행동이나 일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조직에서 주로 일을 잘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다. 둘째, '창조자(Plant)’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난제를 해결한다. 셋째, '자원탐색자(Resource Investigator)’이다. 외부에서 자원을 탐색하여 조직에 접목시키는 것에 탁월한 사람이다. 넷째, '조정자(Coordinator)’이다. 주로 리더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구성원을 통합시키고 목적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특히 구성원의 강점을 잘 파악하고 각각에 적합한 과업을 배분하는데 능숙하다. 다섯째, '추진자(Shaper)’이다. 조직에 활기를 제공하고 목표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이는 유형이다. 강하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유형으로 국내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들에게 이런 유형이 많다. 여섯째, '판단자(Monitor Evaluator)’이다. 높은 지능과 객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팀 내의 상충하는 제안들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일곱째, '팀워크 조성자(Teamworker / Teambuilder)’이다. 조직의 조화를 중요시하고 구성원에게 관심사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팀 내에서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동시에 팀 외부에서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덟째, '완결자(Completer Finisher)’이다. 과업의 완수와, 완벽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이를 강하게 추구하는 유형이다. 이들로 인해 일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업종이나 업무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유형별 팀 구성원의 비중은 다르겠으나, 팀 구성이 최적화되기 위해서 앞에서 언급한 8가지 특성을 적절하게 포괄할 수 있다면 우수한 팀의 조건을 갖췄다 할 수 있다. 적합한 인적자원을 찾기 위해 어떤 인성검사의 도구를 활용할 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각 조직의 몫이나, 수많은 인성검사 도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팀 내 업무과정상 필요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들이다. 즉,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일을 실행하거나, 조율하는 등의 역할에 적합한 성향 및 태도의 인재를 균형 있게 구성하는 것이다.
적용질문 1. 지금 우리 조직에 변화선도팀이 구성되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많은 회사들이 변화선도팀을 선발한 이후 그들의 육성에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 론 모든 경우 장기간 전문가로의 육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직행동 이론이나 선진기업의 사례, 변화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 등에 대한 교육과정은 필요하다. 특히 그들 스스로 회사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변화관리의 실천항목을 탐색하고 적용점을 찾아볼 수 있는 독립된 시간을 보장하는 것도 필수다. 기본적으로 변화주도 인력의 육성과정은 1박2일 또는 2박3일의 과정으로 개발하되 조직이론 강의 및 자사 핵심가치 이해, case study, 연간실행계획(안) 도출 work-out, 우수기업 benchmarking trip 등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조직이론 강의는 자칫 변화관리 활동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교정해 주며, 프레임과 원리 등을 가지고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한 정형화된 외부 프로그램만을 적용하는 경우 자사의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자사 핵심가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내부 담당자가 직접 강의를 하거나 팀에서 직접 study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수 기업에 대한 benchmarking trip도 자사의 핵심가치와 연관이 있는 회사에 대해 사전에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육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간실행계획 도출 work-out이다. Work-out은 가급적 구체적인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변화관리 활동의 범주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범주를 정해 놓지 않으면 모든 변화관리 활동이 대부분 이벤트화 되거나 캠페인 수준에서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범주를 결정하는 도구는 어떤 것이어도 좋다. 다만 개인 측면에서의 '업무(work)’와 조직 측면에서의 '절차(process)’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조직문화적인 측면에서 가장 개방적이라고 하는 포털 회사나 게임 회사에서도 핵심가치를 반영한 제반 시설이나 복리후생 확보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으나,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서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부분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이렇게 결정된 변화관리 활동의 범주와 핵심가치를 연계한 실천행동과제들을 brainstorm하여 도출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것이 brainstorming의 핵심인 만큼, 초기에는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도 비판 없이 수집해야 한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는 직위나 경력에 상관없이 로테이션으로 아이디어 회의 과정을 주관하는데, 회의를 주관하는 리더의 주요 역할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block 하는 것이다. 셋째, 범주별로 수집된 아이디어를 효과성(Effectiveness)와 효율성(Efficiency)의 관점에서 선정하는 것이다. 효과성은 어떤 활동을 적용했을 때 보다 많은 직원이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동참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고, 효율성은 현재의 재원을 가지고 실제 적용이 가능할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확인은 팀장이 CEO나 임원진과의 대면을 통해 가능여부를 타진해야 하므로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효과성 측면에서 중요한 활동이라는 합의가 있다면 채택의 개연성을 남겨둬야 한다.
적 용질문 2. 우리 회사에는 변화선도팀을 위한 차별적인 육성과정이 존재하는가?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측면에서 과정이 제시되고 있는가? 아니면 일회적이고 이벤트적인 과정 개설에 지나지 않는가? 우리회사의 핵심가치를 실행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가?
변화선도팀 운영에 실패하는 많은 이유는 팀 스스로가 그 역할을 축소하거나 회사에서 팀의 위상을 낮추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팀 스스로 역할을 축소하는 경우는 사례 1에서 보았듯이 변화선도팀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할을 단순한 이벤트 활동이나 수행하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활동함으로써 위상을 낮추는 경우다. 이 문제는 팀 구성의 문제나 변화선도팀의 역할 정립 등에 대한 육성과정을 개발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에서 팀의 위상을 낮추는 경우 야기될 수 있다. 즉, 변화선도팀을 구축해 놓고 회사에서 팀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지 않거나 변화관리 활동을 직원들의 단순한 이벤트 활동으로 취급해 버리기 때문이다.
회사는 응당 변화선도팀의 그 위상에 부합하는 과제를 부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변화선도팀에서 제안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가능한 수용하고 실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해야 한다. 변화선도팀에 대한 CEO의 관심과 무게 있는 과제의 부여는 변화선도팀의 중요성과 위상을 조직 내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처럼 변화선도팀에게도 그에 맞는 과제를 부여하고 지원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변화선도팀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팀의 구성원으로 있는 직원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별도의 프로젝트 팀으로 구성하여 해당 기간 동안 변화관리 업무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변화관리 업무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을 확보하기는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직원들과의 관계 유지 및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측면에서도 별도의 소속 이동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변화선도팀 구성원을 위한 업적평가의 기준과 반영 비중 등을 다르게 가져가거나, 현 소속팀의 과업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변화선도팀 업무를 고려해 배분하는 등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적용질문 3. 우리 회사에서는 변화선도팀의 위상에 부합하는 과제를 부여하고 지원하고 있는가? 변화선도팀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여건(업무분장, 소속, 평가기준 등)은 마련되어 있는가?
변 화선도팀의 역할은 단순히 변화관리를 주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팀 자체가 변화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롤 모델로서 제시돼야 하는 것이다. 다음 과정에서 보다 상세히 다루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모든 팀이 변화선도팀처럼 일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하므로 변화선도팀의 구성과 역할, 그리고 전시와 파급 효과는 더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Jamming≫이라는 저서로 조직 창의성의 대가라 인정받는 존 카오(John Kao) 교수는 “지휘자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는 오케스트라 조직에서는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선율과 느낌에 따라 팀원 각자가 자유롭게 연주하는 재즈 밴드가 되어야만 창의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결국 창의적인 조직도 누구 한 사람의 뛰어난 아이디어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 구성원 각자가 그 다양함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서로의 역할을 다할 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선도팀은 조직 내에서 재즈 밴드로서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The A Team’이 돼야 한다.
필자 : 서영호 밸러스 Exp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