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마다 검붉은 색깔로 유혹하던 체리가 어느덧 모습을 감추고, 7월 초가 되니 수박이 지천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로즈바끼에바 거리 곳곳에도 임시로 천막을 치고 수박을 파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수박 나오는 시기에 아예 그 천막에서 이불덮고 숙식을 해결하며 장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외출했다 들어오면서, 사거리에 새로 임시로 생긴 천막에 접근하니, 열 살쯤 먹은 사내아이와 스물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 둘이 반갑게 맞이합니다(어린 사내아이의 표정이 얼마나 밝고 귀여운지, 물건을 팔고 나서 보낼 때까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뭐라뭐라 하면서 마냥 즐거워하고 반가워합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수박을 팔면서도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 그 명랑한 표정이 귀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수박을 사가는 우리보다 그 아이의 행복지수가 훨씬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씩인지 물어보니 1키로에 35텡게(350원)라고 했습니다. 수박이나 실컷 먹어볼 요량으로 가장 큰 것을 달래서 가격을 따져보니 400텡게(4천원)쯤 했습니다. 어찌나 무거운지 들고 가느라 아주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어느 주부한테 물으니, 도매시장에 가면 1키로에 17텡게씩도 하며, 아주 제 철이 되면 10텡게 이하로도 내려간다고 해서, 동네에서 사는 게 비싸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지만, 기막히게 신선하고 달았습니다. 아들과 함께 연이틀 실컷 파먹었습니다. 하도 커서 칼로 잘라 먹기도 귀찮고 번거로워, 반으로 자른 후, 숟가락으로 파먹었습니다. 여기 와서 10키로가 줄어들었다며 좋아하는 아들 녀석, 수박 다이어트로 확실하게 더 뺀다고 열심히 먹습니다.
수박을 다 먹은 후, 이번에는 참외인 듸냐를 사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오후 3시쯤, 딴(아침) 슈퍼 옆에 친 천막으로 갔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과일을 살펴보고 있노라니까, 부근의 나무 그늘 속에서 아가씨 하나가 나옵니다. 더위를 피해 그늘 밑에 있다가 나오는 눈치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수박과 우리 단호박처럼 둥글게 생긴 과일(크기는 더 큼)만 있기에, “듸냐 죡?”(듸냐는 없어요?라고 물으니, 단호박처럼 생긴 과일을 가리키며 듸냐라고 합니다. 아마도 듸냐 종류가 여럿인 모양입니다. 내가 아는 듸냐는 아주 길다란 형태로, 우리로 말하면 아주 뚱뚱하면서 길다른 수세미 모양인데 말입니다. 냄새를 맡아보니 단내가 나는 것을 보아 참외는 참외인 것 같아 두 개를 고르고, 작은 수박 하나를 합해 280텡게를 주고 샀습니다. 이 사람들, 철처하게 무게를 달아서 팝니다. 우리는 수박을 팔 때, 대충 작은 것은 얼마, 중간은 얼마, 큰 것은 얼마 이렇게 정해서 파는데, 여기에서는 일일이 달아서, 그 무게에 해당하는 값을 받습니다. 아주 합리적이긴 한데 우리 체질로는 웬지 야박하고 융통성이 없게 느껴집니다. 일일이 무게를 달아 파니 덤이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