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소녀감성을 한껏 불러넣어준 만화를 꼽으라면
빨간머리 앤을 첫번째로 꼽고 싶다.
빨간머리앤 노래가사만큼 그녀를 적절하게 표현해 놓은게 없는데
노래 가사를 그대로 적어보자면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만 않지만 사랑스러워~~"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예쁜 외모를 가진것도 아니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당차고 당돌한 소녀는
나에게 새로운 캐릭터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책을 좋아하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니..
나와 닮은점이 많았던 그녀가 좋았고 그녀처럼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빨간머리앤을 보며 항상 부러웠던 공간이 있었다.
빨간머리앤 다락방이었다. 다락방 창문에 두손을 턱에 괴고 파란 하날을 본다.
시원한 바람이 양갈래 머리 사이를 살랑살랑 간지럽히며 지나가고
빨간머리앤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다.
" 아침은 어떤 아침이든 즐겁죠.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고 기대하는
상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거든요" - 빨간머리앤 대사 중 -
책을 읽으며 책 속 주인공이 되어 기도 하고, 때로는 공상 하는 것을 즐겨했던 나는
어른이 되면 꼭 이런 공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꿈을 꾸웠던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나에게 이런 공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빨간머리앤이라는 만화도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윤봉길새책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공간에서 어릴적 꿈꾸웠던 빨간머리앤의 다락방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윤봉길새책도서관은 공간이 크지도 않고, 책의 권수도 많진 않다.
그러나, 도서관스럽지 않은 인테리어 공간을 만들어 두어 집과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않아서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잠시 책을 덮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안겨주는 도서관이기도 했다.
그럼, 윤봉길새책도서관에서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도시락폭탄=윤봉길' 이라는 수식으로 알고 있는 윤봉길의사는
인문학적정신을 실천했던 분이기도 하다.
19세라는 젊은 나이게 농촌계몽운동에 뛰어들어 야학당을 개설하고
한글을 교육하는 등 문맹퇴치와 민족의식 고취에 심혈을 기울여 오셨으며
독서동아리 '각곡독서회'를 만들어 책읽기를 권장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윤봉길새책도서관 은
이런 윤봉길의사님의 인문학적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곳이기도 하다.
2013년 10월 29일에 개관을 하였으며
다른 도서관과 차별되는 점은 1년 이내의 새책만을 도서관에 비치해둔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면 신간을 빌려보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 비치된 책들은 1년이내의 따끈따끈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형서점에서 책을 빌려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책, 부모교육도서, 아동도서, 청소년도서, 문학, 한국문학,
역사,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언어, 예술, 종교, 철학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비치되어 구분되어 있다.
특이한 코너로는 만화책 코너와 독립운동가 관련도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빌릴때 찢어지거나 오래된 책일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그림책이나 아동도서도 깨끗한 상태로 볼 수 있어 좋았다.
회원가입은 신분증을 지참하여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아이도 부모 신분증을 가지고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하면 가입 가능하다.
대출권수는 1인 2권이고 대출기간은 7일이다.
7일 연장가능한데 대여할때 미리 연장해서 대여하면 14일동안 대출할 수 있다.
단, 1달미만의 새책의 경우에는 대출연장이 불가하다.
대출일수가 지나 반납할 경우 지난일수만큼 대출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이며, 운영시간은 화~일 10시~18시이다.
위치는 양재시민의숲역에 있는 윤봉길기념관 2층에 위치해 있다.
양재시민의숲과 윤봉길기념관, 윤봉길새책도서관을 한 세트로 하여
아이들과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법정스님은 좋은책이란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하셨다.
빨리 빨리만을 외치는 세상에서 쉼표를 줄 수 있는 공간에서
새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장소를 찾으신다면
<윤봉길새책도서관>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첫댓글 아휴^^ 이미경기자님 새책도서관에 오셨군요.....^^앤의 다락방 같은 곳으로 꾸미고 싶었던 우리 마음을 이렇게도 잘 아시다니......^^고맙습니다. 사진도 참 예쁘게 찍어주셨네요.^^
네이ㅂ에서 보다가 참 좋네 했었는데 기자셨네요^^
글게요~~~ 앞으론 날라다주세요~~~
서초구민들은 참 좋겠어요^^
제가 사는곳에도
이런 따뜻한 도서관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쵸 그쵸???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자주 가던 곳이에요~^^ 쉼표를 줄 수 있는 공간! 맞습니다~!
새책도서관에서 쉼표를 경험하신 작가님이 부럽습니다~~~
눈물나고 그립게 읽었습니다.
기자님의 글을 인용해 다시 서초구청과 서울시에 항의문 써야겠습니다.
출처는 반드시 밝히겠습니다.
-윤봉길 새책도서관에서 빨간머리 앤의 꿈을 같이 공유하는 꿈마중 맘 . .
그리운 메이아줌마가 생각나는 가을밤입니다, 메이님!
참 좋은 글이에요~
이렇게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