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할머니는 윷쪽던지기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때로는 심히 속상해 하기도 한다.
“내가 다시 윷놀이하믄 사람섀끼가 아니요.”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서도 또 다시 윷놀이판에 나타난다. 원금만큼은 보장해주는 노름판이지만 할머니는 스스로 본전도 못하고 보상받는 처지가 된 것에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그리고 할머니는 누구는 얼마를 따고 누구는 얼마를 펐는지를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그런데 할머니는 지난 겨울,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나서는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좋아져 가고 있다.
“할머니,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라요?”
할머니는 반색을 하며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어서 일어나셔서 윷놀이도 하셔야지요.”
“그라믄 쓰겄소만 어찌고 될랑가 모르겄소.”
만나 뵐 때마다 “할머니, 많이 좋아져가고 계시네요.” 하고 인사를 드리곤 했는데…. 아! 그런데 할머니가 마침내 오늘은 윷놀이판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천신만고 끝에 2,000원을 따게 되었다. 시끌벅적 했던 윷놀이판이 끝나고 할머니 방으로 찾아갔을 때 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오늘은 2,000원 땄는디 직원들이 수고 해싼께로 개평으로 다 줘부렀서라우.”
“할머니는 전에도 개평을 잘 주시던데요.”
“그게 재미지라우. 그라고 줘부러야 속이 시원해라우.”
오늘 따라 할머니의 모습이 더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구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으니 우리 함께 봄을 노래해 보면 어떨까.
♪ 봄처녀 제 오시네
♫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