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의 맹목적인 비난은 한국축구의 장애물이 될 뿐, 그만둬야
매번 그래왔던 일이지만 또 한번 네티즌들이 웅성대고 있다. A매치 경기가 있고 난 뒤에는
항상 같은 방식이다. 승리하면 이곳저곳에서는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떠오르고, 패배하
면 온갖 안좋은 소리가 다 들려 온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승리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패배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곧 인간의 본능으로도 볼 수 있을 법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으로까지 치부해버릴 수 있을 만한 일을 가지고 딱히 할 말은 없다. 필자
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축구팬으로서의 경기 후 반응표출방식이 과연 잘 이루
어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석하게도 절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다
시 말해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반응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승패에 따라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 좋은 예로 지난 독일전 3-
1 승리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로 2006 월드컵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심지어 월드컵
4강신화의 재현을 바라는 네티즌들도 있었고, 이대로라면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그
후에 콜롬비아나 이집트 등에 패배했을 때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대해 상스러운 말을 섞어
가며 직접적인 비난의 화살을 쏟았고, 월드컵에도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분
분했다. 언제 독일을 이겼냐는 듯한 반응. 그리고 이후 쿠웨이트나 부르키나파소 등에게 승리
를 거두자 언제 또 그랬냐는 듯 2006 월드컵에 6전 전승으로 진출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이 추
세라면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리고 어제, 사우디아라비아전 0-2 완패 이후 네티
즌들은 또 한번 언제 그랬냐는 듯한 반응이다. 감독의 경질설은 물론 유독 부진했던 선수의
개인홈페이지에는 익명을 바탕으로 한 온갖 욕설글들이 난무했다. 이렇듯 한 경기 한 경기 네
티즌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달랐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전 이후는 유독 심한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모 선수의 개인홈페
이지 방명록 및 기타 게시물들에서는 욕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마치 팀 패배를 혼자 뒤
집어 쓴 듯한 분위기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서 그 선수의 입장이 된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자기 자신은 결과가 좋았든 좋지 않았든 한국이라는 조국을 위하여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일부러 최선을 다
하지 않을리는 만무하다. 실력을 떠나 자신을 발탁하고 또 경기에 출장시켜주는 데에 깊은 책
임감을 느꼈을 터이고 되든 안되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예 월드컵 예선 통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팬들도 있
다. 6경기 중 겨우 2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그러고도 조2위다. 남은 경기수는 무려 4경기다. 아
직 꼴찌인 팀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한 잔여 경기일정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국가대표팀
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돈다. 아예 2006 월드컵이 아니라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룬 뒤
2010 월드컵을 준비하자는 얘기까지 남발하곤 한다.
축구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해서 자연스레 자신의 자국대표팀을 응원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조국과 축구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축구의 승패에 너무나 얽매인 모습이다. 축구 자
체를 즐기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추상적인 말일지도 모르는 즐기는 축구는 매우 어려울지 모
른다. 하지만 적어도 단순히 승패결과에 따라 대표팀과 선수를 욕하는 것은 분명히 축구를 즐
기는 모습은 아니다. 특히나 타 팀의 선수가 아니라 자국의 선수를 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
다. 그들은 오히려 축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이미 지난 경기 결과를 가지고
백날 운운해봤자 달라질건 없는데도 오히려 지난 경기 결과 및 선수들의 플레이들을 들춰가
면서 화를 돋군다. 제대로된 비판이야 모두가 공감하고 또 토론이 벌어질 수 있겠지만 욕을
섞어가며 일방적으로 비난을 해버리면 그것은 축구팬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혹자는 남미 쪽에서는 심지어 총살로 축구선수를 죽이지 않느냐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우리나라 팬들이면 양반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총살사건 같은 것은 극히 드문 사건이다.
게다가 유럽이나 남미쪽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처럼 제3자가 보기 싫을 정도의 '비난'은 하지
않는다. 어떤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못보여준다 할지라도 과거의 선수 경력들을 들춰가며 무
시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최대한 냉정적이고 객관적으로 경기를 분석하는 그들이다. 실례로
독일이 우리나라에 1-3으로 졌을 때 독일의 반응은 '있을 수 있는 일'정도로 마무리 됐다. 우
리나라가 만약 독일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세대교체보다도 본프레레 감독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전에 조금 더 성숙한 네
티즌의 의식이 필요할 때는 아닌가 싶다. 월드컵 4강이라는 것은 이제 과감히 잊을 때도 됐
다. 냉정하게 종이에 남은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이젠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의식이 필요하다. 축구팬의 자격을 갖추고자 한다면 맹목적인 비난과 욕설부터 금해야 한다.
냉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경기를 분석할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다. 한 가지는 확실
하다. 지금의 네티즌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축구 수준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관심과 서포팅만이 우리나라 축구 수준의 상승을 도모하는 길이다. 당근도
줘야 하지만 가끔씩 채찍도 줘야한다고? 그러한 채찍은 비판으로 끝나야 한다. 온갖 욕설과
비난글들은 결코 채찍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의 길에 장애물이 될 뿐이다. // 끝.
사진출처 _ 위부터 차례로 홍석현-게티이미지-노컷뉴스
첫댓글 솔직히 우리나라는 모든 아시아팀에게 전력노출이 심하죠. 그걸감한하고 하는 우리나라축구를 무시하지말고 자랑스럽게 생각합시다^^;; 감독을 믿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