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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 정성주 - 시놉시스
아내의 자격 기획안
<소재>
대치동 러브 어페어.
한 여자가,‘교육에 올인’하라는 시대의 엄명을 따르던 중 그만 사랑에 빠졌다. 교육 기계로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이 여자이고 인간이라는 게 깜짝 놀랄 지경으로 반가웠다. 그러나 능란하지 못해서 들켰다. 몰매를 맞았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연쇄 반응. 집집이 자식 교육이라는 지상 과제 아래 숨겨왔던 비밀과 교묘히 포장된 욕망이 다 드러난다. 지옥도가 따로 없다.
그녀와 그의 사랑이 과연 진흙 속의 연꽃처럼 정화의 향기를 뿜을 것인지,아니면 지옥도에 함몰되어 버릴 것인지.
<작의>
1.역설.
어느 강고한 지역 사회에 불륜이라는 사건이 폭탄으로 떨어졌을 때, 지탄 받아 마땅한 그 일이 지탄하는 자들에게 성찰 및 치유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덕이나 제도 아래 엄폐된 자신들의 문제와 직면할 기회이기도 하니까. 불륜 안한다고 깨끗한가. 그런 짓 안해도 훨씬 더 더럽거나 불건강할 수 있다.
1.위안.
남편들,애 공부만 잘 시키면 아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하겠단다. 그것은 즉 세상이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얘기고, 애가 공부를 못하면 열 가지 미덕을 지닌 아내라도 쓸모가 없다는 뜻. 애 성적이 엄마 성적이다. 절박하고 힘겹다. 그렇다고 유능한‘교육맘’들, 맹모의 후예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따라하기 버거워 감히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더 불행하다. 그런 아내들이 위로 받았으면 한다.
1.환상.
안전하기만 하다면,사기꾼 제비족만 아니라면 기나긴 결혼 생활 중에 한 번 쯤 뜨겁고 순수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데, 그 천진무구한 환상의 끝이 어디인지 한 번 가보려 한다.
<등장 인물>
윤서래.여.38.
아픈 아들을 키우면서 애 건강 이외의 일에는 도통한 듯 자연주의 낙천가로 살아왔다. 방송사 기자인 남편의 심한 언행 불일치도 대체로 눈감아 버리고, 깍쟁이 시댁 사람들의 얄미운 언사도 넉살 좋게 받아넘기면서, 되도록 많이 웃고,화끈하고 다정하고 필요하다면 나름 여우처럼 굴기도 하는 유쾌하고 씩씩한 여자였다. 아이 때문에 신도시 외곽 녹지 많은 곳, 대치동의 시댁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좋아 혼자 웃기도 했다.그러던 중 시누이 딸의 국제중 합격에 도발되어 대치동 주민이 되면서 그간의 평화가 깨지고, 얼이 빠진다. 이제껏 우리 애는 가는 길이 다르다, 그런 거 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살벌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던져져 선수급 황새들을 죽기 살기로 따라가야 하는 뱁새 엄마가 된 것인데, 그 와중에 사랑에 빠진다.어쩌자고.‘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술 대학 졸업 후, 방송사 미술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만난 남편과는 얼결에 결혼 했다. 보도국 기자인 남편 한상진이 원래 여자들에게 좀 지분거리는 타입이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이렇다 하게 바람을 피우는 등의 대형 사고는 감히 못내는, 다만 여자와 서로 교감하고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모르는 것 뿐이라고,지금은 그렇게 이해하지만, 당시에 상진이 꽃과 선물 사다 바치며 주말 여행 가자고 조를 때,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생각했다. 그때,‘결혼할 남자 아니고는 여행 따위 못 간다’고 말한 게 정말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달하던 상진이 ‘결혼하면 될 거 아니냐’덜컥 응수한, 그 말을 믿어버린 게. 솔직히 말하면,사내 여직원이며 드나드는 연예인들 모두를 거쳐서 자신에게 정착하는 거라는 일종의 승리감이 아주 없지는 않았고, 편모 슬하에서 성실하게 자라 과히 쳐지지 않는 대학 나오고 안정된 직장에 다닌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집안의 두 딸 중 첫째인 자신에게, 풍족하고 여유있게,반듯하게(그런 줄 알았다) 잘 자란 강남 청년이 청혼을 하는데 어떻게 마다하겠나. 부모 모두 엘리트이고, 또 그 얼마전 결혼한 그 누이의 시댁은 대한민국 최고의 율사 집안이라지, 이모저모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그래서 결혼 생활 중 남편과 혹은 시댁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실수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일까,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애를 일류로 키우기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와 숨가쁘게 살면서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진 바로 지금, 그 벌이 이렇게 중한가 싶어 망연자실이다. 분별도 없이 다른 종족과 결혼해서 자신의 교육관 가치관 다 접은 채 교육 기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너무 힘겹다보니 같은 종족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혼자 합리화 해보기도 하지만.
한상진.남.41.
윤서래 남편. 방송사 중견 기자. 자신이 매우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한국 남자의 전형. 냉철한 지성과 원만한 처신 덕에(실은 좌우사방을 맹렬히 살피는 눈치 덕에) 경제부 팀장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건 정기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 유치원 때까지는 영동 차관 아파트에 살다가 똑똑한 부모의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압구정동에서 자랐다. 모친의 정성 덕에 일류대 입학. 그 정성은 작금의 맹목적 사교육 열풍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변한다. 인성이 살아 있던 시절이었다나 뭐라나. 재무 관료이던 아버지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행정 고시 공부를 좀 하다가 언론사 쪽으로 방향 전환,기자가 되었다. 자칭 합리적 진보이다보니 술자리 논쟁은 자신의 결론으로 끝내야 흡족하다. 강남을 떠나 사는 것이 내심 아쉬워 사는 곳을 말할 때 반드시 ‘아이 건강 때문’이라고 말하다가, ‘아이 교육 때문’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자 ‘중용을 지향하는 강남의 지성’을 자처한다. 누이동생 명진의 남편인 변호사 조현태를 선망하고, 대한민국 최고 상층부인 조현태 집안과 사돈인 것을 표나지 않게 자랑한다. 그 후광으로 자신의 앞날 또한 양양하기 바란다. 대치동 입성 후,결의 교육에 적극 동참하고 서래를 독려한다. 희망차다. 그러던 중 아내 윤서래의 열애 사실을 알자 생애 최대의 분노와 번민에 휩싸인다.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신입 기자 시절, 화려하고 새침한 여성들과는 늘 뭔가 잘 안되어 그녀들과 다르게 수수하고 명랑한 윤서래에게 눈을 돌린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배경이 초라한 것에 잠깐 망설이기는 했지만 소박한 여성과의 결혼이 자신의 인간됨을 빛나게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한 결.남.12.
윤서래와 한상진의 아들. 엄마와의 친밀도 최강. 병치레 끝에 건강을 되찾은 건 전적으로 엄마의 지난한 노력 덕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사람,재미있는 천사야’ 자신을 위해 이사 해준 부모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공부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지만 자연학교 중심으로 지내던 이전의 생활을 가끔 그리워한다.학원도 과외도 없이 철따라 들과 산을 누볐던 시절을.
김태오. 남. 40.
치과 의사. 서래의 연인. 아내 홍지선과는 캠퍼스 커플. 둘 다 지방 출신으로 학교 부근 같은 하숙집에서 만나 사귀게 되었다. 풋풋하고 건강한 연애였다. 치과대학 졸업반 때 결혼, 지선이 과외 선생 노릇을 하면서 생계 및 양가 부모 부양을 거들었다. 아내 지선을 평생의 동지라 여겨왔으나 그녀가 강남에 아예 터를 잡고 초등학생 대상 학원을 차리면서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 동네에 자신의 병원을 게업하게 된 것도, 근근이 살던 성장기의 결핍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을 만큼 풍족해진 생활도, 그러면서 자신이 추구해온 가치에 맞추어 정기적인 의료봉사를 다닐 수 있는 것도 다 지선 덕이지만. 지선은 자신에게 아이를 맡기고 결과에 흡족해 하는 엄마들을 내심 비웃으면서도 어느 새 그들과 같아지고 있다. 딸 보름의 양육 및 교육에 대해 견해차는 점점 커진다. 지선의 독단에 자주 놀란다. 하숙집 시절의 연애가 그립다.군의관 시절,지선이 밤늦게 과외를 마치고 달려와 부대 앞 여관방에서 함께 붕어빵을 갈라 먹으며 밤을 보내던 일이 그립고, 딸 보름이 아직 지선의 뱃속에 있을 때, 머리를 맞대고 이름을 짓던 그 때가 그리워서 그 시절의 지선을 정말 간절히 다시 불러내고 싶을 무렵, 윤서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홍지선.여.38.
김태오의 아내.별명 홍마녀. 카리스마 작렬의 유명 강사. 머리만 웬만하면 성적 확실하게 올려준다. 원래는 대입 전문 논술 강사였는데, 초등학생 대상 고급 사교육 시장이 블루오션이라 판단, 상위권 전문 학원을 차려 돈과 명성을 얻었다. 국제중 입시반은 합격률 95%. 강남 엄마들 상대하면서 깨달은 바, 인간이 인간인 한 세상은 점점 살벌해진다는 것, 청춘기의 이상과 낭만은 깨끗이 접어야 한다는 것, 종속되지 않으려면 지배해야 한다는 것 등 힘의 논리에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남편 김태오가 자신의 변화에 멀미를 느낀다는 것 모르지 않지만, 돈은 내가 벌테니 너는 가치를 지켜라. 그게 모양이 좋으니까,하는 식. 그러면서도 점점 삭막해지는 자신의 내면이 좀 두렵기는 하다.그래서 이곳 엄마들과는 이질적인 윤서래가 찾아왔을 때 내색은 안했지만 은근히 반가웠다.
김보름.여.7.
김태오와 홍지선의 딸.
한명진. 여. 38.
서래의 시누이.상진의 누이동생. 서울예고,이대 음대 출신. 빼어난 미모와 엘리트 관료인 부친의 지위,모친의 민첩한 행보 덕에 대학 재학 시절부터 고급 중매장이들의 수첩에 올랐고,명문 율사 집안의 아들이며 변호사인 조현태와 결혼했다. 큰 딸 윤재는 국제중 입학,작은 딸 윤민은 예원여중 목표로 첼로 수업 중. 자녀 교육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고 집안의 며느리이고 최고 남편의 아내이며 최고 아이들의 엄마다. 그러나 부족한 게 있다. 아들을 갖고 싶은 것. 아들 낳으려고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는 중이다. 윤서래가 늘 마음에 안들고 이 일류 가족의 완벽함이 서래로 인해 훼손되는 것이 불쾌하지만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조언을 해주려 한다. 서래네가 동창인 강은주의 옆집에 이사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서래의 부족함(대치동 엄마로서)을 자주 듣게 된다. 서래와 태오의 관계를 알고는 당장 이혼하라며 오빠 상진을 다그치지만 정작 남편 현태의 그 수천배 악질 불륜이 드러났을 때에는 이혼 절대 불가! 그 상대만 징벌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한다.
조현태.남. 40.
명진의 남편.상진의 처남. 원조 파워 맘인 모친의 치밀한 주도 아래 성장. 부친이 대표로 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이다. 초일류 인간이다. 그런데 숨겨둔 내연녀가 있다. 아들도 있다.
강은주. 여.38.
아들 재훈과 단 둘이 산다. 재훈은 서래 아들 결과 동갑.재훈 아빠는 미국서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은 친구 명진의 남편인 조현태의 내연녀.명진 모르게 그와 정분이 나서 재훈을 임신했고, 이목을 피해 미국에서 출산, 몇 해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언젠가는 본처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그러나 그렇게 살다가는 본처가 되기는 커녕 일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조차 난망일 것이어서 재훈을 데리고 귀국, 교육에 올인한다. 아들 없는 명진의 대항마는 내 아들 재훈이다, 현태 집안의 자손답게 일류로 키워야 한다,그런 절박함이 있어서 사력을 다한다. 겨우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명진의 집이 있는데도 이 곳을 고집한 이유다.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지만 명진에게는 다정히 대한다. 국제중 입시 성공담도 듣고, 현태와의 사이를 정탐도 하고. 옆집으로 이사 온 윤서래의 아들이 국제중 입시반에 들자 매우 언짢다. 1등인 재훈의 공부에 방해가 되므로 어떻게든 결을 쫓아내고 싶다. 그러던 차에 서래와 태오의 밀회를 목격하고 숙고에 돌입한다. 이 일,양수겸장일 수 있다는. 현태의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들을 위해 미국에 있을 때 조씨로 성을 갈아 엄마 성을 물려주는 것으로 하여 기어이 아들을 합법적 조재훈으로 만들었다. 본인도 물론 호적상 조은주.
진수애. 여. 64.
서래 시어머니. 강남엄마 1세대. 공직에 있던 남편의 인맥 및 자신의 대학 동창 네트웍이 다 그 공간에서 가동한다. 아들 상진의 결혼 상대 또한 그 범위 안에서 물색 하던 중 한 직장의 윤서래와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즉각 뒷조사를 했다. 성장 환경부터 집안 배경,학교 때 성적 및 평판까지. 초라해서 마음에 안들었다. 재래 시장에서 이불집을 하는 과부 슬하. 게다가 일찍 별세한 아버지는 그저 한량으로 살았을 뿐이라니.그럼에도 승낙한 것은 ‘며느리는 기우는 집안에서 데려오는 법’이라는 어느 대갓댁 마나님의 말씀에 공감했고, 또 네트웍 안에서 혼연을 맺은 친구들이 사돈간의 내밀한 신경전에 골머리 앓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편이 마음 편하다고 판단해서다. 배경은 누추해도 인물 반듯하고 머리 나쁘지 않으니 잘 가르쳐서 내 사람 만들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내 사람이 안되고 있어서 심기 불편.친구들한테는 입안의 혀같은 며느리라고 시치미를 뗀다. 귀족들의 애티튜드가 몸에 밴 듯 행동하지만 그녀의 취미는 인터넷 고스톱.아무도 모른다. 날리는 돈의 액수가 점점 커진다.그런데도 끊을 수가 없다.
한용희.남.67.
서래 시아버지. 고위 재무 관료로 있다가 정부 출연 기관의 장을 끝으로 은퇴했으나,어디선가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사위 조현태의 부친과 최대한 자주 어울리려 애쓴다. 정기적으로 골프 회동을 갖고, 생일이나 명절에 어떻게든 성의 표시를 한다. 손자 결이 공부를 못한다면 그건 집안 망신이라 생각한다. 서래와 눈만 마주치면 첫째도 둘째도 애 공부 얘기 뿐.
윤미래.여.35.
서래 동생. 놀기만 좋아해서 서래에게 무던히 쥐어 박혔지만 결국 대학 대신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대치동 도곡동 일대에 고급 친환경식을 표방한 반찬을 공급하면서 그 동네 주부들의 실상에 질렸다. 무자식 상팔자 무남편 상팔자 독신의 자유를 구가한다. 전화로 주문 받은 반찬을 가사 도우미나 경비실에 맡기니까 정작 고객의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그 집에 숟가락 몇 개인지, 무슨 일 있는지 다 안다. 도우미들과 두루 절친인 덕. 양재 시장에 산다. 언니의 시댁 사람들과는 결혼식 때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오정애.여. 63.
서래 미래 자매의 모친. 한량이던 남편을 대신해서 이불집으로 생계를 꾸리다가 남편 먼저 보내고,서래가 결혼한 지 3년 되던 해에 뇌졸중 수술 끝에 치매 증상을 얻어 요양원에 살고 있다. 바로 어제 일은 기억하는데 딸들은 알아보지 못한다.
하섬진. 여.53.
명진 집 가사 도우미.조선족이다. 일주일에 두 번,명진의 친정인 진수애 집으로 파견 근무를 나간다. 아들을 북경 칭화대에 보내기 위해 돈 벌러 나왔다. 단기 보육학교까지 다닌 이력이 있어서 아는 것이 많고 입바른 소리도 꽤 한다.
<입시반 엄마들 및 그 외 인물들>
성인옥-47.
튜터링 맘.아들 둘 다 일류대에 보내놓고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튜터 맘이 되었다.
지금 맡은 아이가 준이라서 준이 이모로 통한다.
차승혜-40.
홍보 회사에 다니다가 애 교육을 위해 승진을 목전에 두고 퇴직.전업 주부들과 다르다는 자부심을
느닷없이 내보이곤 한다.
김현희-42.
집 담보 대출 받아 애들 과외 시키는 중.
임정아-40.
고급 부틱 샵 운영.사업 중독증인 남편에게 질렸고, 늘 적절히 비위를 맞춰야 하는 단골손님들한테도 질렸다.
해서 아들만은 어떻게든 갑의 인생을 살게 하고 싶다.
선욱엄마-39.애 성적이 떨어지면 남편에게 얻어맞는다.
현태 부모.
경비원 김씨.
그 동네 가사 도우미들.
그 동네 엄마들.
결의 학원 급우들.
<스토리>
윤서래는 남편 상진이 좀 웃긴다고 생각했다.시누이 명진의 큰 딸 윤재가 서울대보다 더 어렵다는 청명 국제중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에,상진은 배가 아프다 못해 진짜로 속탈이 나버린 것. 명진의 집에서 함께 축하 겸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날, 명진이 사는 도곡동 최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 앞에서 아들 결과 함께 상진을 기다리던 서래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벌어지는 판촉 마술 쇼를 구경한다. 둘러선 주민들 중에는 장차 연인이 될 김태오도 있다. 자신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짐작 못하는 채 서래는 구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늦게 도착한 상진의 역정을 뒤집어쓴다.
명진의 딸 윤재가 국제중 합격증을 낭독하고, 상진의 복통은 점점 심해져서 식사 중에 화장실을 무수히 드나들더니 급기야 폭탄 선언을 한다. 우리도 이 동네로 이사온다! 서래는 기가 막힌다. 자신의 아들 한 결이 지금 저만큼 건강하게 자란 건 국제중에 들어간 것 이상 대단한 일이 아닌가. 결은 어려서 아토피에 천식까지 앓았다. 긁느라 잠을 못자서 늘 체중 미달이고 거기에 천식 기침이 터지기 시작하면 호흡 곤란이 오기 전에 응급실로 뛰어야 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 전부를 친환경적으로 세심히 고르고, 풍욕,삼림욕,황토욕, 등 안해본 게 없다. 주거 환경도 중요해서 신도시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자연주의로, 에듀 맘이 아닌 에코 맘으로 살면서 갖은 노력 끝에 인제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건강한 아이가 되었는데. 시부모가‘결이 에미 너는 애를 너무 놀게 한다. 그런 한가한 교육관으로는 글로벌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런 분들이니까,하고 넘겼다. 시누이 명진의 비아냥도 참을 만 했다. 의연하게 멋있게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이 결국 저렇게 스타일을 구기다니. 폭탄 선언에 이어지는 상진의 장광설.애 건강을 핑계삼아 엄마로서의 직무를 유기해선 안된다, 나도 이제까진 애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공기 좋은 동네에서 한가하게 키웠는데, 그렇게 나가다간 스카이는 커녕 인 서울도 못하겠다, 교육 일번지에서 경쟁력을 키워야지! 당신,명진이 벤치마킹 해!...돌아오는 길, 상진에게 서래는 내가 그동안 한가했냐고 대들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알았어.대치동 가!!! 서래도 실은 딸을 국제중에 합격시킨 시누이 명진이 매우 부러웠던 것이다. 명진의 딸 윤재가 합격증서를 낭독할 때, 그 말못할 심경을 감추려 얼마나 애썼던가.
몇 달 후, 대치동에 전세 아파트를 얻어 이사한 서래는 시누이 명진의 주선으로 강은주를 만난다. 은주의 아들이 결과 같은 학년이고 공부를 썩 잘해서 서래에게 큰도움이 될 거라며 명진은 생색을 내는데 서래는 서래대로 기죽지 않으려 사교육 전혀 없이 직접 아이를 가르쳤다는 것을 자랑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게 자랑이 되려면 애가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한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브런치를 나누며 정보를 나누던 그 동네 엄마들과 시누이 명진의 어이없어 하는 시선, 앞집에 살게 되었는데도 곁을 주지 않으려는 강은주. 울적한 중에,때마침 까페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웬 소년이 훔쳐가는 것을 보자 서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전거 도둑을 쫓지만 흙탕물에 넘어지기나 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다. 김태오를 만난 것은. 태오는 좀 전에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느라 버스 정류장에 섰을 때,서래를 이미 본 바 있다. 그가 넘어진 서래 대신 소년을 뒤쫓아 자전거를 찾아 준다. 그 일은 서래의 주눅들린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서래는 주변의 비아냥을 무시하기로 하고, 아들 결을 명진의 딸 윤재가 다녔다는 지선학당 국제중 입시반 응시하게 한다. 그런데 전 응시생 중 꼴찌를 하고 만다. 꼴찌래. 지가 가르친다는 그 애 엄마 아들 꼴찌래...소문은 엄마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대치동 입성 후 첫 굴욕에 직면한 윤서래. 친구 강은주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명진은 창피스럽다.어쩌다 저런 이물질이 내 오빠의 아내인가. 시부모와 남편의 닦달은 그 이상이다.
참담한 중이지만 입시반 시험 때문에 미뤘던 결의 치과 치료를 위해 동네 치과에 간 날, 결은 치료 중 의사 선생님을 들이받고, 그 서슬에 두 줄 코피를 흘리는 의사의 모습이 우스워 서래는 미안함도 잊고 웃음을 터뜨리는데, “자전거는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자전거 찾아준 바로 그 남자다. 멋쩍은 중에 무척 반갑다. 간만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태오는 태오대로,왠지 이 동네 엄마들 같지 않은,즉 좀 얼띠고 엉뚱해보이는 서래가 다시 한번 인상에 남는다.
전열을 가다듬은 서래는 동생 미래가 그 일대에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면서 얻은 정보로 지선학당 원장 홍지선에게 접근, 읍소 끝에 결을 입시반에 집어넣고, 비로소 한숨 돌린다. 별명이 홍마녀라는 홍지선의 특별 개인지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홍지선은 입시반 엄마들의 반대를 일거에 평정했다. 귀인을 만난 셈이다. 살았다 싶다. 한데 그러고보니 그 북새통을 치르느라 한동안 요양원에 있는 친정 어머니에게 못갔다. 어머니는 강화 석모도의 요양원에 있다. 모처럼의 방문길. 어머니의 치아 치료를 자청한 태오와 동행한다. 갈 때에는 유쾌하고 심상했다. 그러나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를 대하는 태오의 태도에 서래는 깊은 호감을 느낀다. 남편 상진은 장모가 치매에 걸린 이후,단 한번도 면회를 간 적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 돌아오는 길이 갈 때와 달리 서래의 감정이 심상치 않았던 건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카페리를 놓쳐 태오는 차를 선착장에 둔 채 고깃배를 빌리고,파도가 심해 요동치는 배 안, 이리저리 구르고 부딪치고 포개지는 등의 민망한 상황을 넘긴 뒤 강화에 도착했을 때,서래는 태오의 호감을 완곡하게 사양하다가 예상치 못한 화학 작용이 화산처럼 터져 올라 격하게 키스를 나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과자를 굽고 배 빌린 돈을 챙기고 감사 카드를 써서 태오의 치과에 간 서래는, 이렇게 답을 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지만 돈을 받네 못받네 하는 과정에서 태오와 손끝이 스치는 순간 격정이 되살아나 황망히 돌아나온다. 어제 일 아무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말만 간신히 했을 뿐. 태오 역시 멍 ‘아무 일 아니기를 바래요’ 하던 서래의 음성이 귓전을 맴돈다. 우왕좌왕 하다가 멍했다가를 반복하던 둘은 저녁 무렵 결국 동네에서 딱 부딪친다. 내일 아침 찬거리를 사오던 서래와 퇴근 길의 태오, 행인이 번다한 거리에 마주 서서 한참을 버벅댄다.그렇군요. 우리가 한 동네에 살고 있군요...그날 밤 태오는, 하루 종일 일 하고도 기운차게 퇴근한 지선이 애를 영어로 닦아세우는 것을 보자 서래 생각에 설레던 가슴이 서늘해진다. 어쩌면 서래도 태오 자신도 대치동 부적응증인 것 같다.
화끈거리는 서래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강은주. 다음 날 아침 아이들 등굣길을 배웅하며 마주친 은주가 ‘애 신경 좀 쓰라.그 집 애 때문에 진도가 안나간다는데’서래는 정신이 번쩍 난다.
지선이 여늬 때처럼 막 아침 운동을 시작했을 때,서래가 찾아온다.홍지선은 엄마부터 강인해져야 한다,아이는 엄마가 하는만큼 한다며 서래를 메다꽂고, 서래는 지선의 지시대로 매일 아침 함께 운동을 하기로 한다. 이 동네에 이사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태오가 석모도 선착장에 두고 온 차를 찾으러 가노라 보낸 문자에 ‘나는 못가요’답하며 마음을 다잡는데. 지금 눈 앞에 있는 지선과 문자를 보낸 태오가 부부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채.
석모도 선착장에서 차를 찾고 서래 모친 정애에게 다시 들른 태오, 서래를 태오의 애인이라 계속 우기는 정애를 보며 소년처럼 쑥스러워한다. 엊그제 서래가 두고 간 손목 시계를 건네주려, 상경길에 마치 서래에게 보고하듯 계속 문자를 보내는 태오. 서래는 마침 상진이 새로 시작하는 생활 경제 프로그램을 함께 보기 위해 시부모에 명진까지 와 있는데도, 결국 급히 살 게 있노라 핑계를 대고 달려 나간다. 명진이 은주에게서 전해들은 결의 국제중 입시반 부적응 얘기를 꺼내 심히 불쾌했는데,나오니까 좋다.태오를 만나니 더 좋다. 무장을 해제하고 그저 한 여자로,한 인간으로, 본연의 희열에 몸을 떨면서.
한편 은주는 현태를 구워삶아 요즘 대세인 아빠와 함께 하는 아침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미국에서 화상 전화를 하는 걸로 해서),현태가 그 약속을 어길 뿐 아니라 명진이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다는 핑계로 자신을 멀리하는 것만 같아 신경이 곤두서 있고,게다가 재훈의 공부를 위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엄마들을 책동하여 공개적으로 서래를 망신 주던지 해서 결을 국제중 입시반에서 몰아내야지 하던 참에 뜻하지 않게 서래와 태오의 밀회를 목격한다. 이거 대박이다. 모양 안좋게 굴 거 없이 두 가지 걱정거리를 일거에 해결 할 수 있는 쾌. 확증만 잡으면 홍선생에게 익명으로 제보하는 것으로 서래 아들 한 결은 자동 축출될 것이고, 그러는 한 편 자신은 서래에게 다정히 접근, 소원한 현태 쪽의 부부 사이를 정탐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래와 태오에게 미행 전문가를 붙이는 은주. 증거를 잡아주면 보너스를 약속했다.그런 사실을 모르는 채 태오와 서래는 순진하게도 점점 더 대담해지는데.
결의 입시반 부적응은 온 집안의 숙제가 되고, 결은 결대로 학원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에 지쳐 다시금 아토피와 천식 증상을 보인다. 서래는 주말 여행을 계획한다.상진은 자신의 희망찬 설계에 드리운 먹구름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서래의 계획에 기꺼이 동참하고,때마침 서래에게서 은근한 우정을 느낀 지선이 자신의 가족도 함께 가자고 한다.
두 가족이 캠핑을 떠난다는 소식에 은주는 마구 헷갈린다.어찌 된 것인가. 서래와 태오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었단 말야? 부부끼리 절친,그런 거야?...
캠핑장에서 만난 서래,태오 두 가족.둘은 심장이 멎는다. 사무라이 지선과 주책바가지 상진 틈에서 형언할 수 없이 난감한 상황을 견뎌내는 둘. 태오의 딸 보름은 나무 이름 풀 이름을 썩 잘 알고 자연놀이에도 능한 결을 무척 따르며 즐거워하는데.외견상 단란한 두 가족의 허물없는 정경이다.
미행꾼의 전갈에 낙담한 은주는 생각 끝에 철수를 지시하려다가, 핸드폰으로 날아온 동영상에 쾌제를 부른다. 이 깊은 밤,야영장 숲속에서 단둘이 만난 서래와 태오의 뜨거운 포옹,그리고 입맞춤...
다음 날,서래 태오 가족은 역시 외견상 즐겁게 작별하고 귀가한다. 서래와 태오는 각자 공황에 빠진 심경을 문자로 교신한다. 은주는 동영상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발신자 정보 없이 지선의 핸드폰으로 보내려 한다. 또 추후 상황을 보아 시차를 두고 명진에게도 보낼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 가공할 파괴력을 상상하면서. 과연 서래와 태오의 연애는 어떻게 될 것인지.
초반 줄거리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