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히 사무치게 그리운 언니
황 영실 순천시 조곡동 둑실5길 25
언니! 가신 지 벌써 두 해가 지났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살아계신 것만 같은 착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핸드폰 속에 저장된 언니의 마지막 사진. 하늘로 가시기 2주전 병상에 앉아 웃고 있는 모습이 환자라기보다는 환의복 입은 천사 같습니다. 암과 12년 투쟁하면서도 단 한 번도 불평하기는커녕 감사 감사라는 언어만 달고 사신 언니!
언니의 일생은 그 때 그 시절 거의가 그랬듯이 보릿고개도 경험했고(40년생) 여자가 무시당하던 때였지만 본인의 의지와 뛰어난 재주로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 좋은 대학 수학과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채 양재를 배운 지 한 달 만에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는 원장선생님이 천부적이고 탁월한 언니 재주를 인정하고 강사로 채용하였지요. 모든 것을(특히 예술방면)그렇게 잘 하시면서도 늘 나타내지 않으시고 숨기는 인품에, 근검절약이 몸에 베인 분. 남을 돕는 데는 앞장서신 매사가 아름다우셨던 언니.
온유 겸손하셨던 언니를 남녀노소 모두가 어릴 땐 귀여워했고 어른 되어선 존경하였지요.
인물 역시 빼어나 동양적인 미인으로 키158에 아담한 체구하며 피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티 한 점 없이 희고 고왔던 언니가 마지막 저에게 남겨준 긴 밍크코트를 유난히 추운 2012 겨울을 보내면서 언니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고 어느 꽃향기와 비교될 수 없는 향기, 언니만의 내뿜어내는 체취를 맡으며 언니 생각 많이 나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 아니었습니다. 이 곳 순천은 짧은 밍크 몇 번 입는데 올 겨울은 언니 냄새를 물씬 맡으면서 많이도 입고 더 보고 싶은 마음 사무치고 절절했습니다.
언니! 제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언니를 이 세상사람 아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신 거 아시죠. 그런 언니를 둔 동생은 언니가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동생 마음 아셨나요?
언니! 입춘도 벌써 지나고 우수를 나흘 남겨두고 동생은 병이나 입원하고 있으면서 많이 언니생각 간절하고 외로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어요. 자녀들과 아는 분도 많아 자주 오가며 살지만 핏줄이, 같은 형제가 다 가시고 새해 문안인사드릴 어른마저 안 계셔 혼자 남았다는 게 마음 아프고 쓸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늦둥이로 태어난 거 영 좋지 않군요. 요즘 같으면 쉰둥이 낳질 않겠지요.
언니! 올 설은 얘들이 사정상 1주일 전에 다녀가고 혼자 설날 아침 간단히 먹고 주일이라 교회 가서 예배드리는 중 방광과 허리가 이상하게 아프면서 속이 메슥거려 토하고 진땀이 나 어떻게 집에 온 줄도 모르게 도착해 별 방법으로 몸부림쳐보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와 입원하고 말았어요. 말로만
듣던 요로결석. 방광과 요로사이에 0.3mm돌(결석)이 끼어 산통보다 더한 아픔을 주었고 오줌에 피까지 섞여 나와 염증치료 겸 입원했답니다. 돌이 작아 쇄석기로 빻을 수 없어 물 많이 먹어 흘러나오게 하라는 담당의사 의견예요.
오늘은 병실에 혼자 남아 언니가 사무치게 절절히 보고 싶어 또 다시 마지막 언니 핸드폰 사진을 열어놓고 울다 웃다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5년만 더 살고 가셨어도 이리도 가슴 아프지 않을 것을. 언니 군고구마 같은 구수한 냄새와 부드럽기만 한 사랑스런 목소리가 왜 이리 듣고 싶은지요. 내일은 퇴원하여 지리산 자락에서 나오기 시작한 고로쇠물이나 한 말 사다 먹을까 봐요.
또, 또 언니와 고로쇠 물 누가 많이 먹고 화장실 먼저 가나 내기하며 깔깔대며 웃던 추억이 필름 돌아가듯 떠오릅니다. 고추장에 오징어. 명태포. 땅콩을 간간하게 김에 싸 먹고 물 한 사발 마시고 했던, 한 달 안에 죽을 거라는 의사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10박이 넘는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10년도 더 살아 돌아가시기 전에도 5박6일 해외 여행가려 신청해 놓고 못 가고 여행비를 통장으로 환불 받고 말았지요. 한 번만 더 함께 2박3일이라도 여행하며 언니 칠순 때 동해안 관광하며 실컷 불렀던 가곡.성가곡.원어노래 10여 곡도 아니,동요까지 소프라노 알토를 바꿔가며 하모니를 맞추었
던 언니와 동생! 우리 자매!! 그 시절이 단 한 번만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니!!!
간절하고 간절합니다. 명절. 생신. 기일 등 희로애락 행사엔 더 더욱 생각이 많이 나
눈물이 철철 나기만 해요. 언니! 이 동생은 오래 살고 싶지 않아요. 100세 시대라 하지만 팔순 이쪽저쪽에 언니 만나러 갔으면 해요. 제 소원이 말이예요. 그렇게만 된다면 10여 년 남짓이면 만나 뵙게 되겠지요. 부모님과 형제들까지도.
언니! 며칠 전 흡족히 내린 겨울비 아니, 봄비로 나무들이 새순을 틔우는 봄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어요. 그런데 막내 동생은 자꾸 슬픔이 밀려 와요.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제 마음에도 가슴에도 봄은 정녕 오고 있겠지요. 언니!!
사무치게 그리운 언니야!
퇴원을 앞두고 병실에서 하늘언니를 그리며 동생이.
2013. 2.14 새벽에
첫댓글 쌤! 오늘14-16시 주암중학교 전체 학생들 어떻게 하면 편지를 잘 쓸 수 있는가 교육을 시키고 그
자리에서 편지쓰기까지 실습을 해 상장과 상품도 주고 올 겁니다. 해서 잘 하면 17시 컴교육 시간엔
참석할른지 모르겠고 엑셀은 땡 칠 수밖에.. 이해하여 주시겠죠? 정이 각별했던 언니를 그리며 쓴
편지를 올려 보았습니다. 다음엔 언니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제게 보낸 편지를 올려 보겠습니다.
네.. 오늘도 고생하시고.. 이따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