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비 복성군, 내게 긴히 고할 말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느니!
복성군 (땅바닥에 넙죽 조아리며 머리를 조아리며) 어마마마!
윤비 (흠짓) 어마마마?
복성군 (머리를 땅바닥에 박은채)
예, 중전마마께오선 이 나라의 지엄하신 국모이시올뿐만 아니라
소자의 자애로우신 어머니이시옵니다!
윤비 ..음!
복성군 소자, 지난 날 어마마마께 불경하고 무례한 짓거리를 저지른 불효에 대해
뼛속이 저리도록 깊이 깊이 뉘우치고 있사옵니다.
윤비 ...불효를 뉘우친다?
복성군 예, 어마마마...
부디 소자의 지난날 불효를 자애롭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복성군,
경빈이 보내서 온것이더냐?
복성군 아, 아니옵니다..
소자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찾아 온것이옵니다.
윤비 복성군, 참으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는 것인가?!
복성군 (고개들고 보며) 예에?
윤비 혹여 장차 왕세자로 책봉 되는데 중궁전의 힘을 빌리기 위해
거짓 뉘우침을 고하시는 것은 아니신가 이 말이야?!
복성군 (흠짓 고개 숙이며) 천부당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자식이 어머니께 사죄를 비는데 어찌 다른 속내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그 말이 참이더냐?
복성군 (영악한 눈물을 글썽이며) 어마마마!
소자를 믿어주시옵소서! 흐흑..
윤비 (속내를 꿰뚫을 듯 복성군을 내려다 보는)..
복성군 (흐느끼며)..소자, 어마마마께오서 용서해 주신다는 말씀이 계실때까지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보다가) 복성군이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쳤다면,
복성군 스스로를 위해서나 왕실을 위해서나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만 일어나거라.
복성군 (감격스러운 눈물로 보며) 어마마마,
소자를 용서해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미소로 보며) 복성군은 전하와 이사람의 장자이니라.
자식이 눈물로 용서를 비는데 어느 어미가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지 않겠느냐?
복성군 (울음 터지며 조아리는) 어마마마..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소자, 평생 어마마마를 받들어 뫼시는 효심엔 변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흐흑..
윤비 (자상하게 몸을 굽혀 복성을 어깨를 잡으며)
그만 눈물을 거두어라, 오랜만에 중궁전에서 다과를 들며 담소나 나누자구나.
복성군 (윤비의 품에 안겨 흐느낀다)
..어마마마!
윤비 (등을 토닥여주는)...
S#3 근처 후원 일각
금이, 나무뒷편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다.
금이의 시선으로 윤비와 복성군을 다정하게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인다.
금이,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S#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아 숨을 헐떡이는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놀라) 뭐라, 복성군께오서 중전과 함께 중궁전에 들었다?
금이 예, 마마.
이년이 복성군께오서 중전마마께 대경할 일을 저지르실 줄 알고
급히 뒤쫓았사온데 두분께오서 다정하게 중궁전으로 드셨사옵니다.
경빈 복성군께서 중전마마께 대경할 짓을 저지를줄 알았다니?
금이 (머뭇)..복성군께오서 경빈마마 손가락에 난 상처의 연유를 물으시길래..
경빈 (버럭) 뭬야?!
허면 네 년이 내가 중궁전에서 수모를 당한 일에 대해
복성군께 방정맞은 주둥일 놀렸단 말이냐?!
금이 (움찔 겁에 질려)..복성군께오서 하도 엄히 물으시길래..
( '또 맞는구나..')
경빈 (쏘아보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호호호호!
금이 (힐끔보는)...?!
경빈 복성군께오서 이 어미가 중궁전에서 당한 일을 들으시고 분기탱천하시어
중전한테 한달음에 달려가시어서는..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셨다? 호호호!
금이 ...?
경빈 금아, 복성군께오서 참으로 영특하신 분이 아니시냐?! 호호호!
금이 (영문몰라)..예에? (몰라도 맞장구치는)
..예, 이년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경빈 (대견하다는 듯) 복성군께서 참으로 영명하심이야..
암! 장차 보위에 오르실 분이니 원수를 갚는 법도 남들과는 달라야하구말고!
호호호.
경빈, 웃음을 뚝 멈추고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5 중궁전 방 안
윤비와 복성군,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비 복성군, 형제들간에는 우애가 으뜸이요.
비록 다른 배를 빌었다고는 하나 여덟 왕자분들께선
모두 전하의 고귀하신 핏줄을 받으신 분들이오.
복성군은 형제들간의 우애가 더욱 돈돈히 다져질 수 있도록 전하의 장자로서의
책무를 다해 주길 바라오.
복성군 명심하겠사옵니다.
뿐만 아니오라 소자,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실 대군아우를 맏형으로써 아끼고 보살필 것이옵니다.
윤비 참으로 고맙구나..
(찻잔들어 마시고 보며) 복성군, 복성군이 보위에 오른다면 조종조 중에
어느 분을 본 받으시겠는가?
복성군 (보다가) 소자는 태종대왕 같은 군주가 될 것이옵니다.
윤비 (흠짓) 태종대왕?!
복성군 예, 태종대왕께오서는 조선을 건국하오신 태조대왕의 위업을 받들어 이나라에 강력한
군주 통치의 기틀을 세우신 분이시옵니다.
소자, 보위에 오른다면 태종대왕께오서 걸으셨던 길을 따를 것이옵니다.
윤비 복성군은 태종대왕께오서 어찌 보위에 오르셨는지 아는가?
복성군 ...
윤비 ...
해설(NA)
조선의 세 번째 임금 태종 이방원은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왕위에 오른 임금이시다.
태조 이성계의 후계자리를 놓고 형제들간에 왕위계승과 권력장악의 치열한 골육상쟁을
통해 보위에 오른 태종은 강력한 왕권과 중앙집권제를 통해 조선의 기틀을 세운 임금이시다.
윤비 복성군이 보위에 오른 연후에 다른 왕자들이 역모설에 연루된다면
어찌하겠느냐?
복성군 어마마마, 소자는 종친아우들에겐 자애로운 맏형이 될 것이옵니다.
하오나 군주에게 도전하는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가차없이 철퇴를 가할 것이옵니다!
윤비 (섬뜩한)...
복성군 어마마마, 소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비 (보며)..아니오...
앞으로는 중궁전에 자주 발걸음을 하도록 하오.
복성군 그리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소자,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평안히 쉬시옵소서, 어마마마!
복성군 중전마마, 소자 반드시 중전마마를 디딤돌로
왕세자에 책봉되고 장차 보위에 오를 것이옵니다!
그런 연후에 내 반드시 어머니를 핍박하고 수모를 준 중전마마께 열곱,
백곱으로 원수를 갚을 것이옵니다! 두고보시옵소서!
복성군, 휙-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버린다.
S#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놓인 찻잔 드는 모습 위로
윤비 (E) 복성군, 네 만약 보위에 오른다면 영명한 군주라는 말을
들을 것이나 네 어미를 닮아 덕이 없으니 보위를 오래 지키진 못할 테니
어찌하누...
(한숨을 토해내며)..복성군,
네 총기가 참으로 아깝구나..
(차를 마신다)
S#8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
마당 한편에 장롱이며 금침등 안채 살림살이가 쌓여있다.
난정, 살림살이 짐 옆에 서있다.
그 앞에 임서방과 윤원형 집 하인들이 막아서 있다.
배천댁, 멀찍이서 난정을 보고 섰다가 초당쪽으로 들어간다.
난정 (임서방 보고) 임집사, 어찌 짐들을 안채로 들이지 못하게 막는게요?
임서방 이놈은 상전께서 분부하신 대로 따를뿐이옵니다.
난정 상전의 분부라?..
헌데 밖이 이 소란통에 아우님께서는 어찌 얼굴도 내비치시지 않으실꼬?
(초당쪽을 돌아본다)
S#9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무릎을 세우고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김씨 (혼잣말)...안채를 내어달라.. 안채를...?
배천댁 (E) (방밖에서)아씨, 배천댁이옵니다.
김씨 (방밖을 보며)..들어오게.
배천댁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아씨, 작은댁이 짐을 모두 대문안에 부렸습니다.
김씨 ...
배천댁 아씨, 어찌 당장 호통을 쳐서 내쫓지 않으시옵니까?
김씨 ...
S#1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자리에 누워 있다.
윤원로와 관복차림의 윤원형,
걱정스럽게 윤지임을 지켜보고 앉아있다.
윤지임 (정신이 돌아오는)..에구구..
윤원로 아버님, 정신이 좀 드시옵니까?
윤원형 (면목이 없다)...
윤지임 원로야..그 닐니리야 계집은 어찌 되었느냐?
윤원로 그게 저 아직이옵니다!
윤지임 뭬야..(몸을 일으키려다 뒷목을 움켜 쥐며)..아구구구구..
(다시 눕는다)
윤원로 아버님, 고정하시옵소서!
윤지임 원형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이 에빈 네 첩년과 한지붕에서 살지 않을테니 명심하거라!
윤원형 ..저, 아버님..
윤지임 시끄럽다, 이놈아!
윤원로 아버님, 걱정마시옵소서.
그 되먹지 못한 일편단심 닐니리야 계집은 소자가 내쳐버릴것이옵니다!
(벌떡 일어서서 방문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놀라) 혀,형님!
(벌떡 일어서는데)
윤지임 원형아, 네 가만 앉아 있지 못하겠느냐?!
윤원형 하오나 아버님, 형님의 급한 성정에
혹시 더 큰 사단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원로의 뒤를 쫓아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윤원형이 나간 쪽을 보고 못마땅하게 혀를 차는)
에잉, 못난놈, 쯧쯧쯧..
S#11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로, 인상을 찌푸리며 난정이 서있는 쪽으로 급하게 다가온다.
난정 (윤원로 보며) 아주버님, 아버님께오선 좀 어떠시온지요?!
윤원로 뭬, 뭬야? 아주버니임?
허 네년이 대체 뭘 믿고 이리 안하무인 방자하게 구는게냐?!
난정 아주버님! 소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정해주시고 인정하신
이댁 가문 사람이온데 어찌 이리 홀대를 하시는겝니까?!
윤원로 허어, 네 첩년주제에 감히 이댁 가문 사람이라니?!
(주먹을 불끈쥐며)
네 정녕 이 솥두껑 같은 손에 볼기짝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난정 시아주버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옵니까?
세상에 제수의 볼기짝을 치는 시아주버님도 있사옵니까?
윤원로 아,아니, 뭬야?
윤원형 (급하게 뛰어와 윤원로를 말리며)
형님! 아랫것들이 지켜보고 있소,
체통을 좀 지키시오!
윤원로 원형아, 네 대체 눈에 뭐가 씌운게냐?!
첩년을 들여도 어찌 이리 막되어먹은 계집을 첩년으로 맞은게냐?!
난정 (휙-보며) 첩년이라니요?! 아주버님!
어찌 그리 단견이시옵니까?!
윤원로 뭐라, 단견?!
난정 소첩이 비록 천출이라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당의까지 하사하시어
궐내출입까지 윤허해 주셨거늘! 아주버님께오서 그만한 대접을 못해주실망정
어찌 이리 험한 욕설을 내뱉으시는 것이옵니까?!
윤원로 뭐,뭐야?!
네가 날 가르치려드는게냐?!
윤원형 (당황하여) 형님, 참으시오! (난정을 보며) 나,난정아!
아니, 부인.. 부인도 그만 하시구려.
난정 아니, 소첩이 무엇을 어찌 하였사온데 그만하라 하시옵니까, 서방님?
윤원로 오라, 네년이 중전마마의 뒷배를 믿고 이리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내 당장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따져물을 것이야!
난정 (고개 꼬며) 아주버님, 제발 그리 해주시옵소서!
하지만 아주버님 생각처럼 중전마마께오서 호락호락
소첩을 내치라고 윤허를 해 주시지는 않으실겝니다!
윤원로 뭐야?!
윤원형 (버럭) 그만들 좀 두세요!
대체 왜들 이러시는겝니까?!
윤원로 ...
난정 ...
배천댁 (급하게 다가오며 난정을 보며) 저..초당아씨께서 잠시 들라 하십니다요.
난정 나,나를?
배천댁 예.
난정 알았네, 가세!
(윤원로에게 조아리고 앞장서서 초당쪽으로 간다)
윤원로 (난정의 뒷모습 어이없이 보며) 허, 실성한 계집이야!
윤원형 형님! 이 아우의 작은댁한테 그 무슨 말씀이시오?
윤원로 원형아, 저 닐니리야가 실성하지 않고서야 어찌 첩년 주제에
이리 되먹지 못한 짓거릴 할 수 있단 말이냐? 허어,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큰사랑채 쪽으로 걸어간다)
윤원형 (난정이 간 초당쪽을 걱정스럽게 보는)...
S#12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난정, 배천댁을 거느리고 초당 방쪽으로 다가온다.
탄실, 방문앞에 서있다가 난정을 보고 방문쪽에다 고한다.
탄실 아씨, 작은 댁 드셨사옵니다.
김씨 (E) (방안에서) 들라해라.
탄실 예. (난정에게)드시지요.
난정 오냐.(방안으로 들어간다)
S#1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김씨 앞에 선다.
난정 아우님, 어찌 이 사람을 보자하시었소?
김씨 앉게.
난정 그러지요.(앉는다)
김씨 자네 진정으로 이 집에 들어와 살 작정이신가?
난정 이사람이 지난번 아우님께 그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아는데 벌써 잊으셨소이까?!
김씨 허니 안채를 내어달라?
난정 어차피 이 초당이야 아우님께서 차지하고 계시고 서방님을 뫼시는 몸으로
행랑채에 머물수도 없으니 이사람이 이댁에 들어온다면 당연히 비어있는
안채에 거처를 정할 수 밖에요?
아니 그렇소이까, '아우님'?!
김씨 허면 자네가 이 집 안주인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
난정 (쌩끗) 못할 것도 없지요!
김씨 뭐라? 허어 아버님께오서 계시옵고, 또 시아주버님께오서 계시온데 네 어찌 소실년
따위가 부원군댁 안주인 노릇을 하려들겠다는 것이냐?!
난정 (휙-노려보며) 소실년이라니요?!
김씨 허면 네가 서방님의 정실이라도 된단 말이냐?!
난정 (쏘아보다가)
아우님께서도 별수 없으시군요.
신분의 귀천을 따져 이 사람을 찍어누르려고 하시다니요?
김씨 신분의 귀천을 따진다?
난정 예, 귀천만 벗어던지면 이사람이 아우님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오이까?
이 사람이 이댁 안주인 노릇을 못할게 또 무어란 말이오이까?!
김씨 뭐라?
난정 왜요, 아우님?
이사람이 틀린 말이라도 하였소이까?
김씨 네가 이리 방약무도하게 구는 것이 이댁 사내들의 체통을 깍고 결국엔 중전마마께
누가 되는 짓거리라는 것을 정녕 알지 못하는 것이냐?!
난정 허니 이댁 사내들의 체통이 깍이고 중전마마께 누가 되기전에 이사람에게 안채를
내어달라 이 말씀이오!
김씨 (어이없는)..자네,
지금 위협을 하는것인가?!
난정 위협이 되었던 청이 되었던 이사람 안채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김씨 난정아!
난정 (휙 돌아보며)..난정이라니요?! 어찌 서방님을 먼저 뫼신 이사람의 이름을 종년
부르듯 부르시는게요?!
김씨 (보는)...!
난정 (보는)...!
김씨 오냐, 내 자네에게 안채를 내어주지!
난정 (흠짓) 아우님,
그 말씀 참이시오?
김씨 어찌 사대부가의 아낙이 한 입으로 두 말을 뱉겠는가?!
난정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보는데)...
김씨 대신 그 전에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아오게!
난정 중전마마의 윤허요?
김씨 (끄덕이며) 중전마마께오서 서방님과 자네의 혼례를 윤허해 주셨으니,
이번에도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아오라 이 말일세.
난정 ...!
김씨 자네를 안채에 들이라는 중전마마의 말씀이 계시면
내 혼쾌히 자네에게 안채를 내어줄 것이야!
내 말 뜻을 알겠는가?
난정 호호호, 아우님께서 중전마마께 책임을 떠 넘기시려는겝니까?
김씨 내 말대로 하겠는가?
아니면 당장 내침을 당하겠는가?
난정 (웃음 뚝 그치고) 좋소,
내 아우님 말대로 하겠소이다!
김씨 대신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기 전까지는 두 번 다시 이 집을 발걸음을 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 그리하지요.
김씨 허면 당장 돌아가도록 하게!
난정 (방문쪽으로 돌아서다가
문득 돌아보며) 헌데 아우님, 중전마마께오서 아우님께 서방님의 정실자리를
이사람에게 내어주라 명하셔도 그리 따르시겠소이까?!
김씨 뭐라?! 네 정녕...
난정 허면 나중에 뵙지요! 호호호.
(휙- 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김씨 ...!
S#14 동 윤원형 초당 방 밖 마당
윤원형, 초당쪽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난정, 호호호-방밖으로 나온다.
윤원형 (난정쪽으로 다가서며) 부,부인..안에서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었는가?
난정 서방님, 소첩이 들여온 짐들은 당분간 잘 간수해 두시옵소서.
윤원형 허,허면?
난정 예, 소첩, 당분간 어미집에서 머물것이옵니다.
허나 조만간 이 댁에 안채에 들어와 서방님을 뫼실것이오니 기다려주시옵소서.
윤원형 (뭐가 뭔지)..그 무슨 소리요?
난정 서방님, 소첩과 함께 입궐하시지요.
소첩, 어미집에서 서방님을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윤원형 그,그리 하십시다.
난정 (초당쪽을 돌아보고는) 호호호! (웃다가 돌아서 간다)
윤원형 ...? (영문 몰라 초당 방쪽을 돌아보면)
정광필과 안당, 중종에게 곡배를 올리고 다소곳하게 앉는다.
윗목에 박승지가 서있다가 따라 앉는다.
정광필 전하, 그간 옥체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중종 그래요, 경들도 무사무탈 하시었소?
안당 전하의 하해와 같으신 성덕으로 대안하옵니다.
중종 과인이 경들을 조정에서 물러나게 하여 과인에 대한 원망이 크셨을 것이요..
헌데 과인의 부름에 이리 혼쾌히 달려와 주시니 참으로 고맙고도 고맙구려.
정광필 전하, 조정에서 물러났다고는 하나 이나라 신민된 자들은 모두가 전하의
성은을 받았사온데 어찌 군주에 대한 충절에 변함이 있사오리까?
중종 ..과인은 경들의 마음이 고마울 뿐이요.
정광필,안당 망극하옵니다!
중종 과인이 경들을 부른 까닭은 이번 왕세자 책봉에 대해
경들의 고견을 듣고자 함이니 기탄없이 말씀들을 해보시구려.
정광필 전하, 신이 듣기로 전하께오서 이번에 왕세자를 낙점하시는데 왕자분들의 적서를
구별치 않으시겠다고 천명하시었다는데 그것이 진정한 어의시옵니까?
중종 그렇소,
과인은 왕자들의 왕재와 자품을 살펴 왕세자를 책봉하고자 하오.
안당 전하,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지금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께오서 엄연히 계시는데
어찌 다른 왕자들과 품절을 견줄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허면 영모당대감의 뜻은..?
안당 예, 전하. 신은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오르시어
대통을 이으시는 것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음..!
안당 전하, 만에 하나 이번에 적통대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지 못하신다면
이는 전범(典範)을 보이셔야 할 왕실과 조정이 앞장서서
적서의 구별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올뿐만 아니오라
장차 강상(綱常)의 기강이 문란해질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중종 (정광필을 보며)
수천대감은 어찌 생각하시오?
정광필 신은 전하께오서 영명하오신 용단을 내리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신은 이나라의 종사와 더불어 왕실과 조정의 안위까지 깊이 상량하오시어
용단을 내리신 전하의 뜻을 받들 것이옵니다.
중종 허허허, 과연 수천대감께서 과인의 심중을 읽으셨구려. 허허허!
정광필 망극하옵니다..
안당 ...?
S#18 대궐 일각
정광필과 안당이 걸어오고 있다.
안당 (갸웃하며) 허어, 이사람은 전하의 어의를 모르겠소이다.
대감께서 전하의 심중을 읽으셨다니 대체 전하께오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것인지
불민한 이사람에게도 깨우쳐주시지요.
정광필 지금 전하께오선 이번 왕세자책봉 과정에서 대의명분을 세우고자 하시는게지요.
안당 대의명분이라니요, 무슨?
정광필 허허, 영모당대감께서도 왕세자책봉 과정을 지켜보시면 전하의 크고 깊으신 뜻을
아시게 될거외다.
전하의 뜻이 분명하신 듯하니 이사람은 이제야 한시름 덜은 듯 싶소이다. 허허
(앞장서서 간다)
안당 대의명분..? 대의명분이라..?
(흠짓 '혹시?!' 하다가
정광필의 뒤를 쫓아 간다)
S#1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각기 찻상을 놓고 앉아있다.
윤비 희빈, 일전에 전하께오서 처소에 납시어
금원군과 봉성군의 왕재와 학문을 하문하신 연후에 크게 흡족해 하셨다고 들었소.
희빈 (싫지 않은) 황공하옵니다.
윤비 또한 전하께오서 창빈과 더불어 영양군과 덕흥군을 편전까지 부르시어
친견하시던 중에 덕흥군의 총명함에 몇 번이나 파안대소를 하셨다고 들었소.
창빈 망극하옵니다.
희빈 (창빈을 힐끔 노려보는)...!
윤비 전하께오서 왕자들의 적서를 구별치 않으시고 왕세자를 낙점하시겠노라고
천명하셨는 바, 이사람 생각엔 품절이나 학문의 소양을 따져볼 때 여덟명의
왕자들 중에서 원자와 더불어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과 희빈의 아드님이신
금원군, 그리고 창빈의 아드님이신 덕흥군 중에 한분이 대통을 이으실 듯 싶구려.
희빈,창빈(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희빈(E) (조아린채 쌩끗 미소스치는 얼굴위로) 암요, 그중에서 우리 금원군이 단연
군계일학이지요.
창빈(E) (불안한 얼굴위로) 중전마마께오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게지?
윤비 헌데 두분 빈들께선 이번 왕세자를 간택하는 과정에 아드님들을 참례시키실
작정이시오?
희빈,창빈(흠짓 놀라 보는)...!
희빈 (당황하여) 마,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윤비 적통대군인 원자가 엄연히 있는데 빈들께선
자신의 아드님들을 꼭 왕세자로 밀어올리실 의향이 있느냐
이 말이오?!
희빈 (어찌 답해야 할지 몰라 창빈쪽을 보는)...
창빈 (굳은 표정으로 윤비를 보는)...
윤비 빈들의 아드님들께서 원자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일을 그새 잊으셨는가?
희빈 마, 마마 하오나...
윤비 하긴, 내 배를 앓아 낳은 아들이 보위에 오를수도 있음인데
그깟 맹세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그렇긴해도 빈들의 결단에 기대를 했던
이사람의 생각이 한없이 짧았던 모양이구려?!
창빈 (침착한) 중전마마, 왕세자를 정하는 일은 종사를 정하는 국가의 막중대사 이옵니다.
이미 왕자들 모두 참례하라는 전하의 어명이 계셨사오니 신첩들이 어찌 사사로이
가타부타 결단을 내릴 수 있겠사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희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허면 창빈께선 전하의 어명이 아니계셨다면 영양군과 덕흥군을 왕세자 간택에
참례시키지 않으셨을 것이란 말씀이시오?
창빈 (고개를 숙이는)...
희빈 마마, 신첩은 어명이 아니계셨다면 금원군과 봉성군을 참례시키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윤비 (미소) 그래요, 전하의 어명을 거스를수는 없겠지요..
허나 이번에 누가 왕세자로 낙점을 받을지라도
빈들의 아드님들은 물론이고 빈들 역시 전하의 어의에 승복하고 왕세자가 되신분께
충성을 다해야 할 것이오!
희,창빈 명심하겠사옵니다!
S#2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내려진 발 너머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전하께오서 우리 복성군이 아닌 다른 왕자를
왕세자로 낙점을 하시면 어쩌시렵니까?
그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해 두셨습니까?
남곤 예, 마마.
조정대신들과 삼사는 물론이옵고 유생들이 복성군마마를
왕세자로 책봉하라는 상소를 올릴 것이옵니다.
심정 하오나 마마께오서 크게 마음 쓰실 일은 없으실 것이옵니다.
복성군께오서 다른 왕자분들을 젖히고 반드시 낙점을 받으실 것이옵니다.
경빈 암요, 그래야지요!
반드시 그리되어야지요!
S#21 동 경빈 처소 일각문 밖
남곤과 심정, 일각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복성군, 걸어오다가 남곤과 심정을 보고 조아린다.
복성군 좌의정대감과 화천군대감 드셨사옵니까?
남곤 (환하게 웃으며) 예, 마마. 심기가 좋아보이시옵니다.
복성군 모두가 두분 대감 덕분이옵니다.
심정 허허, 별말씀을요?
모두가 세자저하의 홍복이시옵지요.
복성군 (움찔) 세자저하요?!
남곤 (흠짓 '세자저하?!')...?!
심정 어차피 왕세자에 책봉되실 터인데 조금 앞당겨 들으신들 어떻사옵니까?
아니그렇사옵니까, 세자저하?!
복성군 두분 대감께오선 이사람이 왕세자가 되어 아버님의 대통을 이을것이라
생각하시옵니까?
남곤 예, 이번에 복성군께오서 반드시 전하의 어의를 움켜쥐시어 꼭 왕세자 낙점을
받으시리라 확신하옵니다.
복성군 두분 대감께오서 이렇듯 내 뒤를 받쳐주고 계시니 마음이 든든하옵니다!
심정 세자저하께오서 우리 두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복성군 내 두분의 이름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남곤,심정 고맙사옵니다, 세자저하!
복성군 (미소가 번지는)...!
S#2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불에 탄(*혈서를 썼던) 손수건을 움켜쥔 채
독기서린 눈으로 노려보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후레쉬 백.
경빈(E) (60회 S#8의)
마마, 신첩의 마음을 어찌 이리도 몰라주시는 것이옵니까?
S#23 후레쉬 백(60회 S#8의)
윤비 (한손으로 받아들고 손수건에 피로 새겨진 '忠'을 보는)...
경빈 (베인 손가락을 움켜쥔 채)
마마, 이리 혈서까지 써서 바치오니 중궁전의 충견이 되겠다는 신첩의 충정을
믿어주시겠사옵니까?
윤비 (경빈을 가늘게 노려보는)..
경빈 (믿어 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마마, 신첩을 믿어주시옵소서!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손수건을 천천히 들고 황촛불에 들이밀어 불을 당긴다)
경빈 (당황하여) 마, 마마...어찌!
윤비 (불붙은 손수건을 경빈 앞치마 자락에 휙 내던진다)
경빈 (황급히 치마에 옮겨 붙은 불을 끈다)
윤비 어미가 자식을 위해서라면 손가락이 아니라 자기 목인들 베어내지 못할까?
난 경빈같이 주인의 목줄기를 물어뜯을 개는 키우고 싶지 않네. 물러가게.
경빈 (처절하게)
마마!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네가 참으로 상궁나인들에게 개처럼 끌려 나가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S#24 동 경빈 처소 방 안(현실)
경빈, 어금니를 깨물며 손수건을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경빈 (살기띈 눈빛) 내 중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금이 (E) (방밖에서) 경빈마마, 복성군 드셨사옵니다.
경빈 (움찔 깨어나며) ..오, 어서 뫼시어라.
경빈, 재빨리 불에 탄 손수건을 연상서랍속에 넣는다.
복성군 (방문을 열고 들어와 경빈앞에 서며) 소자 어마마마께 문후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경빈 (복성군을 치켜보다가 고개를 휙-돌려 외면한다)
복성군 (당황하여) 어마마마,
왜 그러시옵니까?
경빈 복성군께서 중전마마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날의 불효에 대해 용서를 비셨다지요?
복성군 (당황하여) 어, 어마마마, 그,그건...
경빈 (휙-노려보며) 그 입 다무시오! 복성군께서 중전마마를
어머니라 부르며 중궁전에서 담소를 나누셨다는데
복성군, 왕세자 책봉이 다가오니 이 어미한테 등을 돌리실 작정이시오?!
복성군 어마마마, 그건 오해시옵니다! 하늘아래 소자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어마마마
한 분 뿐이시옵니다!
경빈 (보는)...!
복성군 소자, 어마마마의 가슴속에 쌓인 한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사옵니다!
소자, 어머니를 핍박한 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기억하옵니다!
경빈 ...!
복성군 소자, 중궁전의 힘을 빌어서라도 반드시 왕세자에 책봉될 것이옵니다.
그런 연후에 소자, 보위에 오르는 날 어머니의 가슴속에 맺힌
원한을 풀어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복성군, 이 어미가 그 말을 진정 믿어도 좋겠소?
복성군 믿으시옵소서!
소자 반드시 어머니의 원한을 갚아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복성군의 손을 쥐며)
고맙소, 고맙소, 복성군..
이 에미는 복성군을 믿겠소!
복성군 (결연한)...!
백치수 (큰절을 올리며) 대감마님, 오랜만에 인사여쭈옵니다.
김안로 (뼈있는) 허허, 장사하랴, 조정에 줄을 대며 눈치보랴
그 바쁜 사정을 내 잘 아네.
백치수 송구하옵니다.
김안로 (방문앞에 서있는 장씨를 보며) 헌데 저 사람은 누군가?
장씨 (깊숙하게 조아리며)
시생, 장아무개라 하옵니다.
김안로 (장씨를 의미심장하게 보며) 자네가 풍문으로 듣던 대국서 건너온 거상이로구먼.
장씨 (미소)...
김안로 헌데 자네가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인가?
장씨 (앉으며) 시생, 대감과 거래를 하고 싶사옵니다.
김안로 (흠짓) 거래?! (내색 안하며) 거래라..?
장씨 대감께오서 시생에게 조선의 인삼 독점권을 주시오면
남는 이문의 십중 삼을 대감께 바치겠사옵니다.
김안로 십중 삼이라..? 경빈마마께도 심중 삼으로 약조를 했던가?
장씨 (흠짓 보다가 미소) 경빈마마께는 이문의 절반을 약조했습지요.
김안로 솔직해서 좋구만..
헌데 내게는 자네한테 인삼독점권을 줄만한 힘이 없으니 어쩐다?
장씨 시생, 원자 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옵고 대통을 이으시는 날까지
기다리겠사옵니다.
김안로 뭐라?!
장씨 시생, 그날이 올때까지 대감께오서 쓰실 자금은 얼마든지 대어 드리겠사옵니다.
김안로 음! 헌데 만에 하나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 책봉을 받지 못하신다면...?
장씨 대감께오서 시생과 거래를 하시겠다면 조선의 왕세자는 원자아기씨께오서
되실 것이옵니다.
김안로 그 무슨 말인가?
장씨 만에 하나 후궁소생의 왕자분이 이번에 왕세자가 되신다 할지라도 시생 대국 조정
힘을 써서 대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게 할 것이옵니다.
김안로 뭣이라..?!
장씨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시생을 믿고 거래를 해 보시겠사옵니까?!
김안로 (E) (장씨를 보며) 듣던대로 범상한 인물이 아니구먼!
S#30 어느 길
백치수와 장씨, 그리고 그 뒤로 곽서방이 따른다.
백치수 참으로 대단한 뱃심일세.
나라면 희락당 대감앞에서 자네처럼은 못했을걸세.
장씨 (미소)..이제 중전마마를 알현하는 일만 남은 듯 싶소.
백치수 (끄덕이며) 누가 대통을 잇던 조선의 인삼독점권은 장대인 수중에
떨어진 듯 싶구먼, 허허.
장씨 그 전에 처리해야할 일이 있소이다. (곽서방 보며) 곽서방.
곽서방 예, 어르신.
장씨 길상이를 찾아 백도주 집으로 데려오게.
곽서방 예.(재빨리 어디론가 간다)
백치수 길상이는 어쩌려고?
장씨 (미소)...갑시다.
S#31 난정모 초가 외경
난정모 (E) 난정아, 승후관 나으리께오선 어찌 이리 늦으시는게냐?
S#3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당의를 차려입은 난정을 보며 말한다.
난정 서방님과 함께 입궐을 하자고 약조를 했으니 곧 오실테지요.
난정모 난정아, 이 에민 네가 당의를 차려입고 입궐하는 것이
어째 마음이 놓이지가 않는구나.
난정 어머니, 그런 소리 마세요. 중전마마께오서 계시지 않으셨다면 내 벌써
답답한 가슴이 진즉 터져버렸을지도 몰라요.
난정모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법인데..
난정 어머니!
왜 자꾸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난정모 그래, 이 못난 에미는 너한테 미안할 뿐이다..
(한숨을 내쉬며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한숨)...
S#33 중궁전 앞 마당
윤원형, 중궁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엄상궁 (E) 중전마마, 윤승후관 들었사옵니다.
S#3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윤원형을 보고 있다.
윤비 예에? 아버님께오서 전하를 알현하시어
원자의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리시고자 하신다니요?
윤원형 시생과 형님이 아버님을 말려보았사오나 판부사대감께 입은 은혜를 갚아야
하신다며 막무가내시오니 어찌했으면 좋을런지..?
윤비 (버럭) 오라버니, 지금 정신이 있으신겝니까?!
윤원형 (흠짓 놀라) 예에?!
윤비 지금 아버님과 오라버니들께서 나서시어 전하께 그런 주청을 드리시면
원자를 적대하는 조정의 세력들에게 과녁이 되기 십상입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는겝니까?
윤원형 아옵니다, 시생이 그걸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윤비 허면 이사람 말대로 아버님과 오라버니들께오선
이번 왕세자 책봉과는 담을 쌓으시고 입을 꽉 다무신채 두문불출 하세요!
윤원형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어느 왕자분을 왕세자로 생각하고
계시온지를 알아야 우리 삼부자도 처신하기 수월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때가 되면 이사람이 누구를 왕세자로 주청드려야 할지 말씀을 드릴것입니다.
윤원형 마마, 이번 왕세자 책봉에 어느분이 낙점되느냐는
우리 가문의 사활이 걸린 일이온데 마마께오선
어찌 심중을 숨기고만 계신것이옵니까?
잘못되었다간 우리 형제는 빚좋은 개살구꼴이 될 판 이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이사람은 하루아침에 뱃속의 태아가 대군이든 공주이든 아무런
기대도 보람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보셨습니까?
윤원형 (뭉클하여 조아리며) 화,황공하옵니다.
윤비 허니 이번 일은 내게 맡겨주세요.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그리하겠습니다.
시생, 아버님과 형님께 중전마마의 뜻을 분명히 전해 올리겠사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윤원형 예, 말씀하시옵소서.
윤비 대국서 온 거상은 어찌되었습니까?
난정이가 그자를 만나보았답니까?
윤원형 예, 밤늦도록 둘이서 대작(對酌)까지 한 모양이옵니다.
윤비 대작이요?
윤원형 (탐탁치 않은 듯) 예, 마마.
허니 조만간에 난정이가 중전마마께 그자에 대해 전해올릴 말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윤원형을 살피며) 오라버니, 난정이가 외간 사내를 만난 일 때문에 심기가 편치
않으신겝니까?
윤원형 마마의 명을 받잡고 한 일인데 당치도 않사옵니다..
헌데 가끔씩 난정이가 안하무인격으로 언행하는 것이 시생으로선 감당을 하지
못할 때가 있사옵니다.
윤비 감당하시지 못하다니요?
장차 이나라 조정을 호령 하실 오라버니께서 난정이 같이
어린 계집 하나 능수능란하게 다루시지 못한데서야 누가 믿겠습니까?
윤원형 그러게 말이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난정이 일은 안으서께 맡겨두세요.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보시기엔 연약해 보이셔도
난정이에게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실 분은 아닙니다.
윤원형 마마,
참으로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윤비 예, 이사람 말을 믿으세요.
윤원형 ...
S#35 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원형 (E) 허,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먼..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 일은 마누라한테 맡겨두라 하시는겐지..
초당만 지키던 마누라가 조정 돌아가는 판세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하는
난정이를 어찌 감당할수 있을꼬?..
윤원형 (문득 생각난 듯 부채로 이마를 탁치며 돌아본다)
이보게 , 임서방!
임서방 (다가서며) 예, 나으리.
윤원형 자네 이길로 난정아씨댁에 들러 급히 입궐하시라 전하게.
임서방 예, 알겠습니다요.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윤원형 (하늘을 보며) 허,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 걸쳐야겠구먼..
(교꾼들보며) 가자!
(사인교를 끌고 어디론가 간다)
길상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놈을 찾으셨사옵니까?
장씨 (보며) 다가와 앉거라!
길상 (장씨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는다)..
장씨 (빈술잔을 내밀며)술 한잔 마시겠느냐?
길상 아,아니옵니다..
장씨 (빙긋 웃으며 술잔을 채우고 쭉 마신다)..내 너와 능금이,
그리고 윤승후관의 소실 난정이에 대해 들었다.
길상 ...!
장씨 세사람의 인연의 골이 깊더구나..
길상 (노려보며) 대체 이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게요?!
장씨 난 내 계집이 다른 사내놈을 생각하며 눈물을 짜내는 꼬락서니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
길상 ...?!
장씨 능금이는 널 절대 포기하지 못할게야.
네 목숨을 살리자고 제 몸뚱이까지 바친 눈 먼 계집이니까!
길상 (놀라보는) 뭐,뭐요?!
장씨 좌의정 대감이 네놈과 남소문객주를 고분고분 놔둔 연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길상 허, 허면..?
장씨 능금이가 내게 살수청을 든 댓가로 내가 조정에 계신분께 너를 구명하는
청을 넣었다.
길상 (E) (충격)..느,능금이가?
장씨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네 놈이 능금이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
그 애 가슴속에 사무치는 원한을 심어준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겠느냐?!
길상 ...!!
S#38 남소문 객주 마당
담장위로 길상의 얼굴이 솟아 오른다.
길상, 객주안을 살펴 보면 능금,
툇마루에서 치마를 걷고 앉아있고
그 옆에서 달래가 능금의 종아리 상처에 바른 약초를 갈아주고 있다.
능금 (인상을 찌푸리며)
아야.. 달래야 좀 살살해..
달래 애들같이 엄살은?!
참으시오, 언니!(후후 불어준다)
송서방 (물목장부를 들고 창고쪽에서 나오며)
능금아, 너도 이제 머리를 올려야 하는거 아니여?
능금 머리를 올리라니? 시집도 안간 처녀한테 그 무슨 농지거리요?
송서방 시집은 못갔어도, 장대인어른과 한베개를 베었으니 너도 이제 어른아녀?
능금 (버럭) 그딴 소리 마시오! 내 배필은 길상이 밖에 없소!
송서방 성깔머리 하고는? (평상쪽으로 가버린다)
달래 (능금을 심각하게 보며)..언니, 송서방 아저씨 말이 참이오?
능금 아냐, 달래야. 아저씨가 농을 한거야!
얼른 약초나 발라.
달래 (보다가 다시 약을 바르는)...
능금 (달래의 눈치를 힐끔보다가
어떤 느낌에 길상이 들여다 보는 쪽을 휙-돌아본다)...!
그러나 길상의 모습은 이미 없다.
능금 (어떤 느낌에)....
S#39 어느 길
길상, 걸어오는 괴로운 얼굴위로
장대인 (E) 능금이는 널 절대 포기하지 못할게야.
네 목숨을 살리자고 제 몸뚱이까지 바친 눈 먼 계집이니까!
길상 (벽을 주먹으로 쾅 친다)...!
S#40 대궐 후원 연못 일각
윤비, 연못물을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그 뒤편에 서있는 엄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
윤비 (E) (배를 보듬으며) ..아기야 미안하구나..
네 전하의 핏줄을 이어받은 용종으로 태어날 것이다만..
네가 살아갈 세상이 험난할테니 불쌍해서 어찌하누...
난정, 윤비 일행이 있는 쪽으로 급하게 온다.
엄상궁, 오는 난정을 보고 윤비쪽으로 다가선다.
엄상궁 중전마마, 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오고 있사옵니다.
윤비 (난정쪽을 돌아보며) 오, 난정이 왔느냐?
난정 (다가와 조아리며) 예, 마마. 소첩 서방님과 함께 들지 못해 황송하옵니다.
윤비 괜찮느니..
난정 (윤비를 보며) ..하온데 마마의 안색이 어찌 미령해 보이시옵니까?
윤비 내 잠시 복중의 태아의 앞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구나..
난정 (글썽) 마마..
윤비 하기사 너 역시도 오라버니께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 오르신다 한들
외명부 직첩을 받을 수 없는 가련한 처지인것을..
내 너에게 괜한 소리를 하여 눈물을 보이게 하였구나..
난정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윤비 중궁전으로 들자구나..
윤비, 난정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그 뒤를 따르는 엄상궁과 상궁나인들.
S#41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난정을 보고 말한다.
윤비 난정아, 네가 대국서 왔다는 거상을 만나보았다지?
난정 예, 마마. 소첩이 대면해 보니 대국조정에 깊숙한 연줄을 대고 있는것도 사실인
듯 싶고, 재물 역시 화수분인 듯 싶었사옵니다.
윤비 그래?
그런 자가 어찌 경빈 처소에 드나든단 말이냐?
난정 경빈이 그 자에게 서찰을 써주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서찰?!
난정 예, 복성군이 왕세자 책봉을 받게 될 때를 대비하여
대국 조정으로 보내는 서찰이옵니다.
윤비 음! 경빈은 복성군이 왕세자로 책봉 될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구먼.
난정 ...
윤비 (끄덕이며) 하긴..
전하께오서 왕세자를 낙점하시는데 적서의 차별을 두시지 않겠다고 천명하셨으니
그리 생각하는것도 당연할 게야.
난정 (놀라) 예에? 하오면 전하의 어의가 정해지신 것이옵니까?
윤비 그래, 분명 어의가 정해지셨음이야.
난정 왕자분들의 적서를 차별하시지 않으시겠다면
전하께오선 복성군을 심중에 두시고 계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저으며) 아니야..
분명 그렇치는 않으실게다.
난정 하오시면 어느분을...?
윤비 (어딘가를 노려보는)...!
S#42 대궐 일각
원자가 보양관 김제학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오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박상궁과 상궁나인들.
원자, 티없이 맑은 얼굴로 김제학의 말에 진지하게 끄덕인다.
S#43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원형, 술기운이 있는 표정으로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원형 (한숨을 푹 내쉬며)
아무리 술을 마셔도 답답한 속이 풀리지 않는구먼!
(계단위로 올라가는데)
남곤 (E) (뒷편에서) 이보시게! 윤승후관.
윤원형 (돌아보면 사인교를 탄 남곤이다)
..아, 아니 좌의정대감 아니시옵니까?
남곤 (웃어주는)...허허,
그래 그동안 무고하셨는가?
윤원형 대감께오서 시생의 누옥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남곤 자네가 요즘 내집엔 도통 발걸음을 하지 않으니
내 자네에게 정치를 알려주러 이리 왔다 이 말일세.
윤원형 저,정치요? 허어 이거 광영이옵니다.
윤원형 (E) (고개를 조아리는 얼굴위로)
흥, 내 그 시꺼먼 속내를 모를줄 알았더냐?
남곤 부원군 대감께 인사도 여쭐겸 들어가세나!
윤원형 그러시지요!
윤원형, 남곤의 사인교 옆에 붙어 계단을 올라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44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 남곤을 인도하여 방쪽으로 걸어온다.
윤원형 아버님께오서 신기가 편치 않으시어 자리보전을 하고 계시오니
잠시 인사나 여쭙고 작은 사랑으로 드시지요.
남곤 그리 하세나.
윤원형 (방문 앞에 서며) 아버님,
소자 원형이옵니다.
윤지임 (E)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윤원형 예. (남곤에게) 드시지요.
남곤 험험.(대청으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