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수요일 저녁에 모였어요. 지난 달 저조한 출석률에 비하면 많은 수(6명)가 모였지요.
이번 달은 영화를 보는 듯 영상표현이 강하고 스토리 전개가 빠른 sf어드벤처 ‘모털엔진’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1. 에스에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관과 상상력 확장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에 서 세계를 잘 구축 하였는가, 그로 인해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가?
- 이 소설의 세계는 거대한 도시 밑에 ‘바퀴’를 달고 약육강식 논리인 ‘도시진화론’을 완성시켜 나가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배경에는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핵전쟁이 있고, 영국 중세의 모습을 재연시킨 것 같은 사회구조가 있습니다. 우선 바퀴를 달고 움직이는 도시가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기어 다니는 도시가 나왔던 작품이 있어 유사한 점도 있지만 ‘바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잘 이끌어 나간 점을 높이 샀습니다. 왜 바퀴여야 했느냐 하신 분도 계셨는데 ‘바퀴’라는 것이 인류사에서 인간의 원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했던 획기적인 수단이며 파괴 후 ‘바퀴’를 선택 한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삐그덕 댈 것 같은 바퀴와 ‘길드’나 ‘앵글리시’라는 말로 과거 속의 사용했던 단어들을 살짝 비틀거나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상당히 많은데 그래서 세상을 창조한 것이 엉성하다는 의견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그건 그대로 가져 온 것이 아니라 작품 속 현재를 토대로 과거에서 몇가지들을 가져다 변주한 모습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세상을 창조한 부분은 잘 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보여지는 세계는 지금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파괴된 환경, 강한 자가 독식하는 자본주의, 굳어져 가는 계급... 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환경소설, 성장소설, 자본주의를 풍자한 사회소설로 평가 받는다고 합니다.
2. 에스에프의 매력이기도 한 '개념적 돌파'(익숙한 것이 갑자기 낯선 것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깨어난다./추천글 432쪽에서), 혹은 ‘경이감’이라고 하는 것은 잘 이루어졌는가?
- 작가 필립 리브의 첫 작품인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소설적으로 사건과 배경이 잘 만들어졌고 잘 읽히며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므로 이 부분은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다수였습니다. ‘경이감’이라고 하면 생경한 것만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익숙한 것들을 가져다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경이감’이기 때문입니다.
3. 아쉬웠던 점
- 인물의 내면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물이 평면적이고 갈등 없이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달라지는 인물이어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설로만 보여줄 수 있는 문학만이 느낄 수 있는 감칠맛 나는 문장의 맛이 없었습니다. 사건 묘사만 그리다보니 영상이 그려지고 빠르게 스토리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깊고 문학적 향기는 느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대의 감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인 거지요.
- 마지막으로 현대에 있어서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습니다. 기존 담론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분과 현대의 작가는 자기만의 시선을 가진 자가 아니라 여러 가지 텍스트를 자기 몸에 안고 재조립하는 사람, 이제까지 쌓여진 모든 99%에서 1%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들이 충돌하였습니다. 웃음과 격려가 담겨진 충돌이었지요.
- 다음 달에는 우리나라 작가 작품 ‘굿바이, 욘더’를 토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