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2주일 강론 :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마르 9,2-10) >(2.25.일)
*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타볼산에 가신 예수님은 영광스럽게 변모하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 보여주실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시기 전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처럼 고통과 시련을 통해 영광스럽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사순시기가 시작된 지 벌써 10일이 지났고, 이제 30일 남았습니다. 지난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사탄의 유혹을 극복하셨던 내용을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늘 유혹이 다가오는데 그 유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영국의 어느 주교가 시골 장터를 지날 때였습니다. 돼지 떼가 한 사람을 졸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주교가 따라가 보니, 놀랍게도 도착지가 도살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돼지들이 도살장으로 온순하게 따라 들어가자, 이유를 물었습니다. “비결은 완두콩입니다. 몇 알씩 흘려주면 됩니다.” 그 말에 깨달음을 얻은 주교는 다음날 미사 강론 때, 어제 장터에서 깨달은 것을 교우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마귀가 우리를 유혹하는 방법도 그와 같습니다. 마귀는 우리 앞에 달콤한 쾌락과 욕망의 콩을 흘립니다. 우리가 돼지 떼처럼 그 콩들을 주워 먹으면서 계속 따라간다면 종착지는 도살장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유혹을 잘 물리치기 위해 주님만 바라보며 사셨던 분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2. 우리나라의 첫 번째 사제는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이고, 두 번째 사제는 최양업(토마) 신부님입니다. 최 신부님이 스승(르그레주아) 신부님께 보낸 편지에, 당신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순교자에 대해 쓴 내용을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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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아버지 프란치스코는 고결하고 부유한 신자 부모한테서 출생했습니다. 흉년이 되면 프란치스코는 주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백방으로 도와주었습니다. 과일을 추수할 때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이 거룩한 의무에 전심하고 있던 어느 날, 아직 날이 밝기 훨씬 전에 포졸들이 문밖에 와서 주인을 찾으므로, 프란치스코가 그들 앞으로 마중 나가 “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물었고, 포졸들이 “서울서 왔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는 “어째서 이리 늦게 오셨습니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초조하게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아직 동이 트질 않았으니 잠시 좀 쉬시고, 새벽에 식사해서 기운도 돋우도록 하십시오. 그 후에 질서정연하게 떠납시다.”라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반갑게 맞이하는 말을 들은 포졸들은 감탄하여 “이 사람과 이 가족들이야말로 진짜 천주학쟁이다. 이런 사람들이 달아날 염려는 조금도 없다. 우리는 안심하고 잠을 좀 잘 수 있겠다.”라고 말하고, 교우들을 묶지 않고 풀어놓은 채, 모두 한적한 곳에 가서 깊이 잠들었습니다.
그동안 신자들은 감옥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고, 프란치스코는 모든 신자를 권면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한편 어머니 마리아는 포졸들에게 줄 밥상을 차렸습니다. 포졸들이 잠에서 깨어나 식사를 마치자, 프란치스코는 장롱에서 옷을 모두 꺼내서 포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입혀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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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늘 묵상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순교상황 앞에서도 이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최양업 토마 신부님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최경환 프란치스코의 신심을 보고 살았기 때문에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는 자녀들이 아름답게 변모할 수 있게 자양분을 주어야 합니다.
3. 어느 시골 통나무집에 몸이 아주 약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 앞엔 큰 바위가 놓여 있었는데, 그 바위 때문에 집을 드나들기가 아주 불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느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집 앞의 바위를 매일 밀어라!”
하느님 명령에 따라 8개월간 매일 바위를 밀었고, 8개월 후 바위 위치를 재어보니 1cm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알고, 그동안 헛수고했다면서 원통해하자 하느님은 “왜 그렇게 슬퍼하느냐? 난 ‘바위를 옮기라’고 하지 않았고, ‘바위를 밀어라.’고 했을 뿐이다. 이제 거울 앞에 가서 네 모습을 봐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거울 앞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거울 속에 근육질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밤마다 하던 기침이 없어졌고, 매일 기분이 상쾌하고, 잠도 잘 잤던 것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병약한 사람을 건강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순시기가 되면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를 많이 하고, 십자가의길기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금방 확 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하느님은 우리를 반드시 변화시키실 것입니다.
지난 1년 7개월을 돌아보면, 우리 본당이 멋지게 변했고, 또 우리 교우들 모두 아름답게 변모했음을 실감합니다. 특히 매월 마지막 토요일 미사 때 청년회 밴드미사를 드리는데, 청년들과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성가를 들으면 고맙고 은혜로워서 큰 감동을 느낍니다. 어제도 너무 고마워서 곶감과 과자를 나눠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 베드로는 스승 예수님이 엘리야, 모세와 함께 있는 영광스런 환시를 본 기쁨에 취해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머물러 있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면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미사에 열심히 참례하고, 회개와 보속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더욱더 아름답게 변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