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모든 영화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몇 영화는 마치 '중경삼림'과 'California Dreamin''의 관계처럼 주제가라고 해도 무방할 외국 곡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 곡으로 대체가 되거나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스코어가 대체하지만, 이 시기의 작품들은 곡을 들으면 영화가 생각나고,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 곡이 있었다.
단순히 올드 팝이라고 묶기에는 좋은 명곡, '아, 이 노래' 할 만한 곡으로만 모았으며, 추억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20세기 최고의 보컬 중 한 명으로 꼽는, 재즈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라 본(Sarah Vaughan)이 부른 'A Lover's Concerto'는 수많은 보컬의 버전이 존재한다.
물론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곡은 단연 사라 본의 버전이다. 사라 본은 살아 생전에 버클리 음대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멋진 음색에서 오는 표현의 깊이, 음색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까지 사라 본이 오랜 시간 회자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접속'에 쓰였던 이 곡은 당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영화에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가 쓰이기도 했지만, 'A Lover's Concerto'만큼 영화 하나를 대변하는 곡은 또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재즈 보컬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캐롤 키드(Carol Kidd)는 앞서 이야기한 사라 본만큼의 화려한 이력은 없지만 영국 최고의 재즈 싱어, 영국 최고의 발라드 싱어라는 호칭을 지니고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토니 베넷(Tony Bennett)에게 극찬을 받은 적 있지만, 캐롤 키드는 자신의 음악이 한국의 영화 '쉬리'에 쓰여 그 덕분에 아시아 음악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쉬리 영화 후반부에 쓰인 'When I Dream'은 영화 주제곡으로 쓰였으며, 복잡한 비극의 여운을 단번에 감성으로 전달하는 좋은 선택이었다.
과거 모 영화 프로그램에서 'When I Dream'이 등장하는 장면에 다른 곡을 넣어 봤지만, 딱 떨어지는 적절한 여운을 살리지 못했다.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난다.
제시카 폴커(Jessica Folcker)는 스웨덴의 가수로, 이름만 부르는 ‘제시카’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제시카 폴커는 아직까지도 최고의 프로듀서인 맥스 마틴(Max Martin)과 손을 잡고 당시 인기 있는 레이블이었던 자이브 레코즈(Jive Records)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이 나름대로 성공해서 제시카는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고, 그 시기에 영화 '약속'에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곡을 리메이크한 'Goodbye'가 쓰이면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제시카 폴커는 미국에서의 활동을 도모하기도 했고, 이후 2001년 한국 영화 '인디안 썸머'에 'Lost Without Your Love'가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Goodbye'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팝 음악을 했던 제시카 폴커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발라드 가수로 알려져 있다.
비지스(The Bee Gees)는 높은 판매량과 많은 인기로 잘 알려진 그룹이다.
삼형제로 구성되었으며, 세계적인 그룹 중에서는 드물게 호주 출신이다.
디스코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으며, 사실 디스코 음악을 하기 전후에는 팝, 소울, 락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아마 'Holiday'는 그 증거 중 하나일 것이다.
1967년 발표된 인터네셔널 데뷔 앨범 [Bee Gees’ 1st]에 수록된 이 곡은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바로크 팝에 가까운데, 정작 영미권에서는 코미디에서 쓰였다고 하니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영화 '홀리데이'에 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쓰인 것이 유명세를 얻었다.
영화와 더없이 잘 어울리기에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의 'Early In The Morning' 역시 앞서 이야기한 제시카 폴커처럼 리메이크 곡이다.
원곡은 베니티 페어(Vanity Fair)의 곡이며, 영미권에서는 원곡이 리메이크보다 훨씬 히트에 성공했다.
다만 곡은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곡이 나왔던 시기가 1969년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옛날에 그러한 상황이 일어났음을 새삼 신기하게 느낄 수 있다.
클리프 리차드는 그당시 내한 공연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클리프 리차드가 영미권에서 인기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나라인 영국에서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보다 먼저 기사 작위를 받았고, 그만큼 '롱런하는 국민 가수'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축하 노래 'Congratulations'는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다.
어쨌든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 쓰인 'Early In The Morning'는 당대 멜로 영화를 대표하는 대표하는 OST 중 하나다.
곡을 듣고 자연스럽게 야구장이 떠오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196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 흐름 중 하나인 머지비트(Merseybeat)를 선보였던 그룹 더 서쳐스(The Searchers)는 당시 브리티시 로큰롤의 모습을 보여준다.
'Love Potion No. 9'은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 곡으로 서쳐스는 빌보드 차트 3위까지 올랐으며, 1960년대에 있던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소소하게(?) 한 몫 했다.
지금 들어도 젊음과 반항을 상징하는 듯한 이 곡은 이정재와 정우성의 케미, 답답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청춘의 모습을 잘 대변한다.
이 작품 덕에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연예계에서 소문난 절친이 되었고, 영화는 뚜렷한 캐릭터와 개성 있는 아이템(예를 들면 하와이안 셔츠)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포스터 역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
[출처 : 벅스 뮤직포스트 https://music.bugs.co.kr/specialView/focus/PODLKEK4NF5UWI68506H?wl_ref=list_sp_03_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