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꽃의 눈물
글,사진:이종원
곰배령. 희뿌연 안개 뒤로 설악산 윤곽이 아스라이 잡히는 곳이다.
백두대간이 만들어낸 오묘한 풍경에 다리가 풀려 그만 주저 앉아버렸다.
작은 돗자리에 축축한 엉덩이를 붙이고 매서운 산바람에 오들오들 떤다.
황홀한 풍경에 취하기도 하고 접시모양의 꽃(어수리)들과 마음껏 교감하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작은 우주야~비행접시가 막 날아다니잖아.'
자리에서 막 일어나는 순간 내가 만난 최고의 꽃을 보게 되었다
단순한 꽃이 아니라 영롱한 아침이슬을 머금고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작은 물알갱이들이 공중을 유영하다가 꽃을 만나면서 수정처럼 부풀어 올랐고,
그것이 이내 커지면서 눈물 한방울 떨궈 내고 있었다.
숨 한번 제대로 내쉬지도 못하고 조심스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잘못 움직이다가 저 구슬들이 와르르 쏟아질까봐 몸도 마음도 조심스러워졌다.
셔터를 누르려니 미묘한 바람이 불었고,
그에 대한 화답일까 파르르 떠는 꽃에 도무지 핀을 맞출 수 없었다.
여러 컷을 눌렀는데 그나마 핀이 어정쩡하게 맞은 것이 바로 위 사진이다.
10컷 찍었을까 저 너머 설악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영롱한 보석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야속한 바람을 원망하면 무엇하리.
탐욕이 바람에 사라지듯 혹시 내가 이런 허상을 쫒으며 살아왔는지 잠시 돌아본다.
누구나 쉽게 만나는 장면일지 몰라도 내게는 소중한 체험이고, 참 맘에 드는 사진이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면 나만의 아집이요, 지나친 자찬일까.
곰배령이야말로 꽃을 알고 느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꽃 초지를 거닐만한 자격이 있다.
그저 꽃술의 꽃가루처럼 살짝 묻어서 이번에 곰배령을 가는 행운을 잡았다.
긴산꼬리풀
날은 밝아지고 꽃들도 아침이슬로 세수를 하고 상큼한 자태를 보여준다.
동자꽃. 다른곳에서 본 것보다 꽃이 무척이나 크고 싱싱하다.
곰취. 봄에 입맛이 없을 때 알싸한 곰취를 펼치고 맨밥에 얹고
된장을 한움쿰 싸서 먹으면 끝내주는 바로 그 곰취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줄이야.
모시대.
도라지꽃과 흡사. 청순가련형에다 순박함까지 보인다.
비가 조금 내려야 이렇게 싱싱한 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가운데 모시대는 다이어트를 좀 했네.
활짝핀 꽃보다 이런 꽃 봉오리가 더 맘에 든다.
만개하기 전에 어떻게 필까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
여로. 한때 전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여로'라는 드라마와 이름이 같다.
독성이 많다고 하는데 꽃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전해진다.
나뭇잎이 단풍잎 닮았다고 해서 단풍취.
단풍취 꽃
깊은 산 속 국립공원이란 빗돌을 세우지 않았다면
우린 이런 아름다운 꽃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취라고 들은 것 같은데....꽃이 아주 세련되었다. 천성적인 센스쟁이.
오리방풀
동자꽃 군락. 초록에 짙은 주황색이 강렬.
까치수염. 꽃이 함빡 피면 고개를 떨구는데 아직 수염이 덜 난 것 같다.
잎이 찻잎 같다.
참취
이질풀. 풀 전체가 지사제로 쓰인다는데 특히 이질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이질풀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단다. 강렬한 핑크빛 붉은 심줄이 아주 도발적이다.
동자꽃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종덩굴 씨방...여고생처럼 청순한 꽃이 나이먹으면 이렇게 할미꽃처럼 보이네.
말나리.
참취
어수리군락. 비행접시처럼 보였음
개시호....별꽃처럼 균형이 잡혔다.
작은 꽃일수록 찍기 힘들다. 하도 힘들어서 잡고 찍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수정꽃'이라고 불리우는 개시호.
포도송이 닮았다.
수리취
샤워기..찬물이 쏟아질 것 같아
서덜취
이질풀
나비나물. 동백잎처럼 윤기나는 잎을 가지고 있으며 보랏빛 꽃색이 참 강렬하다.
어찌 나비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말나리. 자주색 반점이 키포인트
백두대간의 등뼈답게 곰배령은 황홀한 꽃밭이다.
영화 사운드오브 뮤직이 결코 부럽지 않다.
마음껏 휘젓고 다니고 싶은데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산상화원은 온통 꽃천지다.
이질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이제부터 탐방객들이 산에 오른다.
천상의 만남
바람이 되어 고개를 넘고 싶다.
수천평의 초지로 이뤄어진 곰배령.
등이 굽은 곰배팔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곰배령이란 이름을 얻었다
다른곳은 모두 숲인데 이곳만은 초지로 된 이유는?
화전민이 아니면 바람이 나무를 넘어 뜨렸을까
하늘까지 걷힌다. 멀리 설악산 자락이 신령스럽게 펼쳐진다. 어디가 대청봉인가?
이질풀과 긴산꼬리풀
이 사진이 조금 맘에 든다. 이질풀과 긴산꼬리풀
어안렌즈를 끼워보았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층층이꽃 . 이름그대로 아파트 처럼 생겼네..엘리베이터도 있고
마타리.
하늘 향해 두 팔 버리면서 찬양하고 있는 순박한 꽃
네덜란드의 미모의 간첩 마타하리하고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네.
노루오줌.
백두산에서 노루오줌 군락지를 보았음에도 또 잊어버렸네.
물봉선화.
어떤 꽃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으리.
노루오줌
대한민국 최고의 원시림이 결코 과언은 아니다.
숲길이 너무 예뻐 포옥~ 안아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을 것이다.
수백년동안 약초꾼이 산을 헤메고 다니다가 풀이 죽어 길이 되었고..
호기심 많은 강선마을 사람들이 고개너머 귀둔리로 넘나들면서 이 길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되었는데
발걸음이 줄어들면 당연히 길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고보니 곰배령 너머 귀래쪽으로 놓여진 길은 여태 온전할까
관중이 엄청 많다. 다라이처럼 엄청 크다.
주라기공원을 거니는 것처럼 성큼성큼
울릉도 성인봉의 고비밭 다음으로 크다
죽은 향나무 흔적. 고목은 죽었지만 이끼가 아직도 나무가 살아있음을 강변하고 있다.
길가에 핀 말나리의 유혹.
이 개울에 등산로가 연결되어있다
지금은 이런 이정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소와 담은 물론 곳곳에 폭포까지~
부엽토 가득한 흙길이 나오고 늘씬하게 뻗은 삼나무 숲길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사랑스런 숲길을 결코 잊지 말자.
곰배령에 걸맞는 예쁜 꽃푯말.
* 곰배령 생태체험프로그램
탐방구간:진동삼거리-강선마을-곰배령(편도 총 4km: 2시간 소요)
탐방인원: 1일 50명 내외로 제한
탐방신청: 입산 전일 18:00까지 신청한 자에 한함
(033-463-8166, 033-463-8167, fax 033-461-0450)
탐방안내원: 숲해설가/지역주민
탐방방법: 숲해설가와 지역주민 동행. 노란색 조끼 착용
*입산날짜 및 시간
1)4/16~5/15 수목금 9시,10시/ 토일 8시,9시,11시
2)5/16~10.31 수목금 9시,10시/토일 8시,9시,11시
3)12/16~1/31 수목금 9시/ 토일 9시,10시
*가는 길
서울-춘천간고속도로-동산톨게이트-중앙고속도로-홍천IC-44번국도-철정IC 우회전-451번 지방도 기림방면 방대교 삼거리에서 우회전-418 지방도 양양방면 조침령 터널 못미처 좌회전-진동리 (서울서 3시간 소요)
*맛집
세쌍둥이네집 산채백반 033-463-2321, 진동산채 033-463-8484, 설피산장 033-463-8153 진동막국수 033-463-7342
*숙박
세쌍둥이네집 033-463-2321, 꽃님이네집 033-463-9508,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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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딱한가지 흠! 국립공원이라 물에 못들어가서. 발은 커녕 손 좀씻을려면 감시원이 언제 나타나는지, 빛의 속도로!
금강산보다 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