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느 언론매체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
(靑山流水 조갑제닷컴 회원)
‘思考를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장군 오델로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사랑했다. 이아고는 오델로의 부관 지위를 카시오에게 빼앗기고 앙심을 품는다. 이아고는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오델로에게 흘린다. 오델로의 思考는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방향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아고는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에게 특별히 선물했던 손수건을 훔쳐서 카시오의 방에 갖다 놓음으로써 결정적인 거짓증거를 만든다. 데스데모나의 해명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변명으로만 들렸다. 오델로는 분노의 소용돌이에 계속 휩쓸려들어갔다. 동시에 이성의 냉철함을 상실했다. 이성을 잃자 잘못된 선택은 필연이었다. 데스데모나를 죽였다. 그후, 모든 진실이 밝혀졌고, 오델로는 후회와 슬픔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자살한다. 이아고는 처형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사실, 그 사실의 토대 위에서 체계적인 논리’에 기초하려 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좀 더 이성적일 수 있도록 냉철한 절제로 사실을 전달하려 하고 있는가? 아니면 저 카시오처럼 국민들이 생각하는 초점을 탐욕과 꼼수로 왜곡하면서 이성은 마비시키고 혼돈된 감정은 고조시키면서 정치적인 이익을 챙겨보려는 짓을 하고 있는가?
서남수 교육부장관과 박준영 전남도 지사가 똑같이 컵라면을 먹었다. 박준영 도지사가 먼저 먹다가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서남수장관의 모습에만 렌즈의 초점을 맞췄고, 이아고가 손수건을 카시오의 방에 갖다놓듯이 서남수장관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뉘앙스를 담아 국민들의 의식에 슬그머니 떨어트렸고, 좌파매체의 선동공작에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는 꼭두각시들이 서남수 장관을 열렬하게 질타했고, 결국 서남수 장관은 사과해야 했다. 이따위 수준의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것은 언론매체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컵라면을 100개 먹었다고 해도 그것이 세월호 실종자 구조에 해악을 끼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러나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구조활동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구조헬기를 가로채서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사용한 것은 명백히 구조에 해악을 끼친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하여 진실을 추구하는 렌즈를 갖추고 있다면 마땅히 박준영 도지사의 무분별한 선택을 더 강력하게 질타했어야 한다. 서남수 장관의 컵라면 보다 1000만 배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한민국 언론매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충대충 어영부영 흐지부지 흐리멍텅 지나갔다. 진정으로 구조에 우선적인 관심이 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구조보다 우선인 게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KBS의 김시곤 국장이 私席에서 한 말을 KBS노조가 좌파매체에 고발했고, 그 발언의 파장은 증폭되었고, 세월호 피해가족의 思考는 분노의 방향으로 조종되었고,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김시곤 국장의 해명을 들으면 발언의 진의는 극단적으로 왜곡되었다. 피해가족을 모독할 뜻이 전혀 없었는데 처참하게 모독하는 것으로 왜곡되었다. KBS노조는 진정으로 세월호 피해가족을 배려하는 심정이 있었을까? 가족들이 차분한 이성을 회복하도록 도우려 했을까? 결코 아니다! 비려가 있었다면, '김시곤 국장을 對面하여 그런 발언은 자제해주십시오'라고 했을 것이다. 굳이 사건을 키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그 가족들의 감정이 분노로 증폭되며 힘들어지는 상황을 결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목적이 있었기에 영혼의 상처를 입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을 그렇게 이용했으며, KBS를 시끄럽게 만들었을까? 이아고 같은 악취가 진하게 풍긴다.
결국 KBS사장이 청와대 앞길에 가서 사과했고, 김시곤 국장은 사표를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시곤 국장이 KBS노조와 코드를 맞춰 KBS사장을 공격했고, KBS노조는 청와대가 김시곤 국장의 인사상황에 개입했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고, 이 상황에 대한 기사에는 또 꼭두각시들이 청와대가 언론탄압을 하며 독재를 한다는 댓글들을 줄줄이 달았다. KBS노조의 공작에 의해 유가족들의 분노에 찬 요구가 있었고, 그 요구를 수렴하여 일이 진행되었는데, 왜 그 요구를 수렴한 행위가 있었냐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를 무시했어야 한다는 소리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방식, 그런 게 바로 세월호 선주의 경영에 스며있는 탐욕과 무책임과 이기주의였다.
김시곤씨의 고백에 의하면 해경이 한창 구조하는 중이니 해경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자는 권유도 있었는데, 그 권유가 틀렸나? 그럼 지금 구조하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면 효율이 높아질까, 낮아질까? 낮아질 뿐이다. 구조의 효율이 떨어지든 말든 지금 당장 더 해경을 때려야 한다. 해경의 잘못을 더 많이 파헤칠수록, ‘정부가 잘못했다’는 발판을 더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청와대 진격으로 더 세차게 도약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로 뭐가 있을 수 있는가? KBS기자가 지금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중인데 옆에서 “빨리 좋은 기사를 써라! 왜 그렇게 느려터졌나? 모가지 달아나기 싫으면 파닥파닥 움직여라, 이 XXX야!”라고 자꾸 재촉하면서 두들겨 패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는가?
해경의 초동 대처에 대한 대한민국 언론들의 논리는 ‘해경은 인간쓰레기였다. 정부가 잘못했다.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선동을 증폭확산시켰다. 모든 좌파매체가 그런 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미국의 언론에 대한민국이 침몰했다고 욕하는 미시usa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 카메라 렌즈의 관점으로 나꼼수, 정의구현사제단, 통진당, MBN, JTBC, 손석희, 이상호, 한겨레, 오마이뉴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이 모두 달려들었다. (금수원 구원파 신도들도 그런 논리를 적극 지지한다.)
그런데 그들이 똥오줌 못가리는 수준으로 놓치고 있는 진실이 있다. 그 해경은 전라남도 목포 해경이다. 진도관제센터도 전라남도 진도의 관제센터이다. 해괴한 현상이다. ‘박준영 도지사가 구조헬기로 개판쳤다.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왜 없었을까? 만일 ‘박준영’ 자리에 ‘서남수’가 있었다 해도 카메라 렌즈가 세밀하게 비추지 않았을까? 그들이 그동안 구사해온 렌즈의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박준영’은 ‘전남’
도지사이기에 렌즈를 접었을 뿐이라는 게 내 확신이다. 그래서 그들은 ‘해경’이라고만 떠든다. ‘전라남도 목포’의 해경이라고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전라남도 목포’는 빼버리고 ‘해경’이라고 두루뭉실 얼버무린다.
그 다음, 정부로 비약하고, 그 다음 청와대 진격으로 비약한다. 원숭이를 비행기로 만들어버리듯이.(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 빨간 것은 사과다..….. 빠른 것은 비행기다.)
그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렌즈를 ‘씨랜드 참사’와 ‘대구지하철 참사’로 가져가보자. 1999년 씨랜드 참사는 유치원생과 교사 등 23명이 화재로 사망한 사고이며,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는 190여 명이 역시 화재로 사망한 사고다. 당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때 ‘청와대로 진격’하는 일이 있었나? 지금처럼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정부잘못이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렌즈의 각도를 조절했나? ‘대한민국이 불에 탔습니다’고 떠들었나? 김대중 대통령은 사과를 해도 또 하라고 하고, 사과를 또 했는데 또 하라고 하고, 그 당시 피해가족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고, 청와대로 초청해서 대화를 했나? 서남수의 라면은 박살내고, 박준영의 헬기는 대충 덮고가는 언론매체들의 ‘왜곡과 과장과 비약과 선동과 거짓’의 정체들로 미루어볼 때, 그 당시 기사들을 검토해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결코 없었다…
당신은 ‘최인수’라는 분이 누군지 아는가? 나는 그 성함을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 메인 페이지’를 옮겨쓴 기사에서 접했다. 소제목은 이렇다. “최씨는 학생들의 가족이 다수인 체육관에서 슬픔의 작은 섬을 이루고 있다.(Mr. Choi Forms a Small Island of Sorrow in a Gym Dominated by Students’ Families.)” 최씨는 전동드릴 소매점을 운영하는데 그의 아내가 환갑을 기념해 제주도 여행을 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가 실종되었으며, 잠도 잘 수 없고 너무나 무서우며, 단원고 실종자에 가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여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는 거였다. 이런 기사를 제일 처음 작성한 매체는 대한민국 매체가 아니었다!
그 수많은 대한민국 언론매체는 왜 이런 기사는 쓸 수 없었을까?
이 기사는 명백히 사실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으며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 꼭 포함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매체의 기자들은 똑같은 피해자이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그 상황에서도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왜? 기자들이 미개해서 그렇다. 자칭잠수사와 다이빙벨로 말도 안 되는 허풍을 퍼트리며 선동할 수 있는 분위기, 그러고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멀쩡하게 뉴스와 시사프로를 내보낼 수 있고, 그러고도 칭찬까지 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언론환경의 천박한 패거리주의요 미개한 도덕성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지금 어느 매체가 ‘사실과 논리’ 앞에서 두렵고 겸허한 자세로 옷깃을 여미고 있으며, 진실과 희망과 통합과 一流國家를 추구하는 애국충정을 지향하고 있는가?
어느 기자가? 노조가 세월호 피해가족을 이용하여 김시곤씨를 치고, 김시곤씨는 노조쪽으로 기울면서 사장을 들이박으면서 전국의 모든 가구로부터 시청료를 뜯어가고 있는 공영방송 KBS인가?
자칭 잠수사로, 다이빙벨로 개판친 MBN이나 JTBC인가?
진도 현장에서 기자가 낄낄대고, 연예프로로 자살사건을 일으키고, 다이빙벨과 광우뻥 2탄을 극도로 경멸하는 일베사이트를 흠집내기 위해 일베사이트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으로 화면조작을 했던 SBS인가?
서남수라면 기사는 크게 키우고, 박준영 헬기 기사는 희미하게 얼버무리는 좌파매체인가? 우파에 불리하고 좌파에 유리한 기사배치를 집요하게 하는 네이버와 다음과 네이트인가?
원숭이를 비행기라고 사기치지 말라. 지금 대한민국 언론의 세계에는 아주 지저분하게 뒤틀린 카메라 렌즈가 판을 치고 있으며, 거짓과 왜곡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차고 넘쳐서 골에 참을 수 없는 쥐가 날 지경이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이다. 똥보다 못한 쓰레기다. 생산적인 쓸모는 전혀 없는 폐기물이다. 지금 언론인들의 세계는 사막이다. 그래서 오아시스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지금 언론인들의 세계는 칠흙 같이 암담한 바다이다. 그래서 등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너무 더럽다. 그래서 맑고 시원한 그 무엇이, 더욱더 굳건한 정론직필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