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복지관' 개념 정리
사회사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복지관' 개념 정의를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면서 누군가 대신 해주기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을지향'이라 하면 그쪽으로 몰려가고, '지역밀착'하니 또 이쪽으로 몰려와 있습니다.
어느 때는 '커뮤니티 임팩트'라 하여 그곳에 몰려있던 때도 있었습니다.
복지관은 구빈원이 아닙니다. 마을회관도 아닙니다.
배달업체도 아니고, 식당이나 반찬가게도 아니며, 김장독도 아닙니다.
이제는 별안간 환경단체가 되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5'에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회복지관” 이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일정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복지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사회복지사업법은 복지관을 건물적으로만 정의합니다.
이렇게만 정의하니 코로나19와 같은 지역사회 위기 상황 때 '시설휴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시설(건물)은 닫았어도 지역사회 속에서 이웃 서로 살피게 거들었어야 합니다.
복지관은 '시설 정체성' 외에도 그런 '조직(적) 정체성'도 있는 겁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사회복지관 정의'도 아쉽습니다.
관협회는 사회복지사업법을 바탕으로 정의합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지역사회복지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여기서 지역사회복지란 주민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지역사회차원에서 전개하는 사회복지를 말한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사회복지관 정의'는 두루뭉술합니다.
지역사회복지문제, 지역사회, 종합적인 복지서비스, 복지증진, 삶의 질, 지역사회차원, 사회복지.
이런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따라 복지관마다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반면,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정의 덕분에 해볼 만한 일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도 역시 복지관을 시설(건물)로만 생각합니다.
시설로만 정의해버리면, 지역 주민을 복지관으로 데려와 복지관에서 서비스 하기 쉽습니다.
복지관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다 주는 방식으로 일해버리기 쉽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말이 '지역밀착'일테고,
이런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지역에서 나가서 또 건물을 지으려고 합니다.
내가 일하는 복지관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어떤 일이든 '복지관답게' 합니다.
正名
子路曰 :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 必也正名乎! ~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자로왈 : 위군대자이위정, 자장해선?
자왈 : 필야 정명호! ~ 명부정즉언불순. 언불순즉사불성. 論語 子路篇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이름을 바르게 할 겁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으니까요.
사회사업도 그러합니다.
사람다움 사회다움, 사회사업 개념,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 사회사업가 정체성 따위를 밝힘이 사회사업 정명이고,
그대로 행하여 명실상부케 함이 사회사업 정명의 완성입니다.
이름대로 실천해야 사회사업 제대로 한다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복지를 이루게 돕는 겁니다.
사회사업 개념대로,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에 부합하게, 사회사업가답게 하는 겁니다.
사회사업 개념을 밝히지 않고도 사회사업한다 할 수 있을까요?
이상과 철학을 세우지 않고도 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도 제구실 할 수 있을까요? 애당초 부정명일 테고 끝내 부정명일 겁니다.
사람다움을 밝히지 않고도 사람답게 도울 수 있을까요?
사람다움을 좇아 행하지 않거나 사람답게 돕고 있는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름은 사람을 돕는 일인데 실제는 사람다움을 오히려 해치는, 이것이야말로 사회사업 부정명의 극치일 겁니다.
이름이나 그 가리키는 바에 본디 그러한 건 없습니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고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다만 어떤 실제에 대해 그렇게 쓰기로 약속했거나 흔히 그렇게 쓰는 이름이 있으면 그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아는 개념이 있으면 그 개념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각자 좋게 여기는 의견을 택하여 따를 일이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나름대로 정할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따르든 나름대로 정하든, 일관성은 있어야 합니다.
사람다움 사회다움, 사회사업 개념 가치 이상 철학, 정체성 따위가 서로 꼭 들어맞아야 합니다.
서로 모순이 없고 따로 놀지 않아야 합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 보기에도 그럼직해야 합니다.
실무를 규정 통제 평가하는 효력이 있도록 쉽고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복지소학」, (한덕연, 2017) 인용 편집
복지관 개념, 현장 현실을 생각하여 조작적 정의
사회사업 조직은 크게 단체와 시설과 기관이 있습니다.
사회사업 조직으로서 복지관은 ‘기관’에 속합니다.
기관으로서 복지관을 다시 조직과 시설(건물)로 나눠 정의합니다.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구슬복지관까지 태워주세요.” 했습니다.
이때 구슬복지관은 ‘시설’ 즉, 건물이나 공간을 말합니다.
“구슬복지관이 서울시와 협정을 맺었다.” 했을 때 여기서 구슬복지관은 ‘조직’을 말합니다.
복지관을 ‘이용시설’로만 말하는 건 아쉽습니다. 자존심이 상합니다.
⑴ 복지관의 조직 정체성
사회사업 조직으로서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지원 기관입니다.'
지역사회를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게 하는 기관입니다.
생태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역사회’는 ‘약자’의 바탕입니다.
복지관은 지역사회라는 바탕을 만드는 기관입니다.
약자가 살아갈 만한 지역사회, 약자의 바탕을 만드는 조직입니다.
복지관을 영어로 ‘welfare center’로 쓰는 곳이 있습니다. 협회 같은 곳에서도 이렇게 표기합니다.
아쉽습니다. ‘마을회관’의 영문 표기가 ‘welfare center’입니다.
함께 모여 식사 복지를 이루는 곳, 쉬는 곳, 머무는 곳. 친목 도모하는 곳, 이런 장소의 의미입니다.
사회사업 조직으로서 복지관은 ‘community welfare center’입니다.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하는 곳, 그렇게 하게 지원하는 곳입니다. ‘community’가 빠지면 안 됩니다.
혹은,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중개하는 곳이란 의미로
‘community welfare agency’로 쓸 수도 있습니다.
‘community’를 놓아버리면 사회사업가는 그저 건물 관리인, 시설 지킴이로 전락합니다.
(*관리인을 낮게 보는 직업적 비하가 아닙니다. 우리 직업의 이름과 실제가 다르다는 겁니다.)
복지관 각 사업은 이렇게 ‘지역사회’라는 약자의 바탕을 만들기 위해 맡은 일로 지역사회를 일굽니다.
복지관 여러 사업을 열심히 실천해 나아가면, 이 일은 모두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지역사회’란 정점에서 만납니다.
복지관의 여러 사업은 ‘지역사회’를 이웃과 인정이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구실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업을 맡더라도 그 일로 지역사회를 일굽니다.
복지관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보다 ‘어떤 사업이든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어떤 사업이든 복지관답게 합니다. 어떤 사업이든 그 일로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밑반찬 사업의 결과가 좋은 반찬 제공일 수 없습니다.
복지관의 밑반찬 사업 목표가 더 많은 대상에게 반찬 가지 수를 늘려서 더 자주 드리는 일일 수 없습니다.
복지관이라면 그 일을 구실로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사업 결과를 평가할 때 그 일을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이루고, 이로써 얼마나 이웃이 가까워졌는지 살핍니다.
그래야 복지관답게 진행한 밑반찬 사업입니다.
‘지역사회’란 바탕이 튼튼하면 다가올 문제를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업을 통해 당장 드러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사업들로 지역사회란 바탕을 살게 하면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거나,
다른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일어나도 어렵지 않게 해결합니다. 그래서 그 일로 복지를 이루고, 나아가 더불어 살게 거듭니다.
맡은 일이 무엇이든 그 일로 ‘더불어 사는’ 데까지 이르러야 복지관답게 일했다 할 수 있습니다.
밑반찬 사업을 통해 당장 반찬 문제를 해결하지만,
나아가 밑반찬 사업으로 더불어 살게 거들면 반찬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외로움, 역할상실, 나들이, 집수리…)도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복지관의 실천은 그 자체로 지역복지입니다. 지역복지실천입니다.
복지관에서 하는 그 어떤 사업도 지역사회와 무관한 건 없습니다.
지역사회를 일구려고 만든 곳이 복지관입니다. 지역사회와 따로 일할 수 없습니다.
복지관이 약자를 그 지역사회에서 따로 떼어 돕는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지역복지팀(지역조직팀)을 따로 만들고 이 팀만 지역사회와 상관하는 일을 한다는 건 복지관 정체성에 맞지 않습니다.
“사람을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서 떼어 내는 것은
땅에서 나무를 떼어 내거나 손에서 손가락을 떼어 내기보다 더 어렵다.
사람과 둘레 환경은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두 부분이다.
손가락도 손의 일부이지만 손에서 손가락을 떼어 낼 수는 있을망정 사람과 환경을 떼어 놓을 수는 없다.”
「희망」 (스콧니어링, 보리, 2005)
복지관 정체성을 생각합니다. 복지관의 밑반찬 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업입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일이 되게 합니다. 복지관 사회교육사업이나 마을잔치도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지역사회 것으로 이루고 누리게 거드는 곳이 복지관입니다.
⑵ 복지관의 시설 정체성
복지관은 복지를 위해 이용하는 시설입니다.
지역 주민이 지역 주민의 복지 활동을 하는 데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시설입니다.
시설 정체성은 복지관 건물 (물리적 공간)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설명합니다.
복지관 건물과 그 공간은 지역 주민이, 지역 주민의 복지를 위해 이용하는 곳입니다.
지역 주민이 이용 주체인 지역 주민의 시설입니다. 사회복지사만의 사무공간이 아닙니다.
복지관 개념 정의. 정리하자면,
- 사회사업 조직으로서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지원 기관입니다.'
- 시설(건물)로서 복지관은
'지역주민이 지역주민의 복지 활동을 하는 데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시설입니다.'
복지관이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막히 없이 술술 말하면 좋겠습니다.
정의에서 관점이 나오고, 관점에서 방법이 만들어집니다.
정의대로 했는지를 살피는 게 '평가'입니다.
정의대로 이루어갔는지를 확인하는 게 '기록'이고,
'평가'의 근거는 이 '기록'이 됩니다.
'정의' 없이 관점, 방법, 기록, 평가를 말할 수 없습니다.
첫댓글 올해,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실천한
'주민모임 실천 사례 100편 읽기' 모임을 시작합니다.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이 공부 같이 합시다.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읽어주세요.
단체로 구매하여 팀학습 시작해주세요.
https://cafe.daum.net/coolwelfare/SD5b/1
팀학습 어떤 책으로 할지 궁리중이었는데, 결정! 언제나 저에게 해답인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