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 장거리 산행하려고 나섰다. 혼자 간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도 혼자였다. 세상 떠나갈 때도 혼자이다. 산행도 혼자 할 때 더 자유롭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속에 있어도 혼자인 것이다.
참 오랜만에 가는 코스이니 즐거운 산행이 되도록 하자. 전에는 수시로 갔었는데 높은 산을 덜 오르다보니 오랜만이다.
10시에 산입구에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11시24분 예봉산 정상이다. 산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무정차로 2키로 올랐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고스란히 맞으면서 쉼없이 올랐다. 전에는 50분에 올랐는데 세월따라 산행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어쩔수 없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여기까지 무사히 올라온 것에 감사한다.
이제 다시 운길산까지 긴 여정을 시작하려고 운길산으로 향한다.
날이 흐렸다. 바람은 계속 분다. 한겨울이면 얼어죽을 지경일텐데 역시 봄은 봄인가보다.
운길산 코앞에 두고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앉아 풍광즐기면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다. 따사로운 햇볕이 얼굴을 간질인다. 등산화 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을 햇볕에 목욕시키니 피로가 풀린다. 유유자적한다는 게 이런 것이겠지? 가끔 지나가는 등산객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름모를 새소리가 들릴 뿐이다. 예봉산 오를 때 불던 강바람은 추운 겨울바람이었는데 지금 부는 바람은 훈풍이라 너무 좋다. 눈앞에는 휘어져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세월의 풍상을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지난번 내린 눈에 아무 상처입지 않고 잘 자라고 있어 고맙다.
15시18분 운길산 정상이다. 두물머리 모습이 경이롭다. 양수리 두물머리 풍광을 보러 먼 길 돌고 돌아 여기 왔다. 힘든 여정이다. 오랜만에 예봉산 운길산 여정을 끝냈다. 힘들 때가 많았지만 되돌아갈 수도 없으니 꾸벅꾸벅 걷다보니 드디어 정상이다. 북한강 남한강이 合江하여 한강이 되는 두물머리 풍광이 있어 행복하다. 얼굴을 때리는 강바람이 시원하다. 봄날이 왔다. 강물은 멈춘 듯 명경지수로다. 저멀리 용문산 정상에는 흰눈이 쌓여 있다.
17시40분 운길산역에 도착해서 오늘 일정이 다 끝났다. 수종사에서 조안면 송촌리 방향으로 하산해서 한음 이덕형의 자취를 살펴보고 의정부 영석여중고를 설립한 안채란님의 흔적도 돌아봤다. 많이 걸었다. 오른쪽 다리가 아프다. 나이 때문인가? 오랜만에 장거리를 걸어서 그런가보다. 자주 높은 산과 장거리 산행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산행을 통해 체력을 알 수 있다. 게으름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산행해야겠다.
오늘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 산행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들이 지난번 폭설에 속수무책으로 부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수십년 이상 온갖 風霜을 겪고도 멋지게 자라던 소나무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였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내가 애지중지하는 두그루 소나무들이 무사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산행은 나의 의지와 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지라는 생각이다. 오늘 시험을 통과해서 기쁘다.
오늘 산길 34,000보 걸었으니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