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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근후 박사님은 저의 수양아버지 같은 보호자이셨습니다.
-네팔 화가 하레 람 조쥬의 깊은 애도
지난 9월 21일 타계하신 고(故) 이근후 박사님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네팔 화가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 화가들 중에서도 하레 람 조지쥬(Hare Ram Jojiju, 63세, 이하 조쥬 Joju) 화백과의 인연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는 안나푸르나 기슭 포카라 출신으로 13세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네팔에서 가장 권위 있는 네팔미술협회(NAFA) 공모전에서 네 차례나 특상과 금상 등을 여러차례 수상한 네팔의 중견 화가입니다. 1994년 카트만두의 한 갤러리에서 이 박사님과 우연히 만난이래, 조쥬 화백은 한국 땅을 가장 많이 방문한 네팔 화가가 되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풍의 색감으로 네팔 특유의 종교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내는 조쥬 화백의 그림에 매료된 이 박사님께서는,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수집하여 보관하셨고 한국에서의 전시회를 수 차례 주선해 주셨습니다.
1995년 백상기념관 장미회가 주최한 자선 그룹 전시회를 시작으로, 1999년 녹색갤러리 ‘10 Nepal Artists Group Exhibition’, 2004년 Space Cell ‘100 images of Nepal’, 200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2인전, 2007년 서울 예띠 갤러리 전시회, 그리고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문화 소외 지역을 순회하는 전시회가 끊임없이 열렸습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한국행 주선 및 치료
2007년에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당시 이사장 이근후)의 특별 초청으로 조쥬 화백은 혈우병을 앓고 있던 아내 사드나 여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 오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비자, 항공료, 체재비, 치료비 등의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아카데미아 이근후 박사님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비자를 발급받아 2007년 6월 7일 마침내 소망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조쥬 부부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한 익명의 독지가가 항공권 비용을 전액 부담해 주셨고, 이화여자대학교 동대문병원(원장 연규월)의 주선으로 입원하여 철저한 검진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혈우병협회 한국코헴회(회장 유덕희)의 지원으로 다양한 의료봉사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며, 서울 예띠 갤러리에서는 아내를 위한 특별 전시회도 개최되었습니다.
필자 역시 이근후 박사님과의 인연으로 9·11 사태가 일어났던 2001년 의료봉사단에 합류하여 네팔을 처음 방문한 후, 2004년 한국 전시회에서 조쥬 화백을 만나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이근후 박사님의 봉사 정신에 감동 받아 사단법인 헬핑로드를 창립하였고, 칸첸중가 인근 오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필자는 2005년 네팔 방문 당시 카트만두에서 조쥬 부부와 가족을 만나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조쥬 가조과 하루를 보내며 그의 안내로 네팔 혈우병협회도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내의 병환 계기로 그는 네팔 혈우병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카트만두 병원의 좁은 구석에 위치했던 협회에서 만난 환자들은 제게 약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며 약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곤 했습니다. 네팔은 의료시설이 취약하고 혈우병 전문의나 치료약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필자 아내 역시 루푸스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었고 필자 또한 아내가 앓고 있는 한국루푸스환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기에, 그들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당시 조쥬 화백은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고자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고 있었으나, 네팔의 정세 불안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그림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이 컸습니다. 이미 아내의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모든 재산을 쏟아부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이근후 박사님의 노력으로 그의 아내와 함께 한국 땅을 밟게 되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조쥬 화백과 특별한 인연이 있던 필자는 아내와 함께 동대문 이화대학병원 10층 60호실로 찾아가 그의 부부를 만났습니다. 아픈 아내를 보살피는 환자 보호자로서 저희는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 체류 중 조쥬 부부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자 부부는 그들과 함께 설악산 인근 동해로 향했습니다. 하조대 해수욕장에 도착해 푸른 바다를 바라본 조쥬 화백과 사드나는 와아~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의 비경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바다는 너무나 신기하고 감동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이근후 박사님은 저의 수양아버지 같은 보호자이십니다.
-조쥬 화백의 깊은 애도
이근후 박사님과 깊은 사연을 간직한 조쥬 화백은 박사님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슬픔 속에서 한국을 찾아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에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네팔어로 된 장문의 추도사를 필자에게 보내오며 유가족분들께 전달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필자는 그의 추도사를 AI의 도움을 받아 1차 번역한 후 한국의 정서에 맞게 다듬었습니다.
조쥬 화백은 이근후 박사님과의 만남이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삶 깊숙이 연결된 잊을 수 없는 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지만, 비록 박사님께서는 떠나셨어도 그분의 사랑과 영감,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신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작은 감사의 표시라 믿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이근후 박사님은 제 가슴속에 존경하는 수양아버지이자 보호자로 영원히 남아계실 것입니다. 하늘나라로 가시는 길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친지, 동료, 그리고 박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께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 네팔 포카라에서 하레 람 조쥬 올림 —
현재 네팔에서는 예술가들과 이 박사님께 의료 봉사 혜택을 받은 분들을 중심으로 추모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으며, 2027년 2월 네팔 현지에서 별도의 추모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故) 이근후 박사님의 특별한 네팔 사랑
이근후 박사님은 1982년 마칼루 원정대 학술요원으로 쿰부 지역을 트레킹 하던 중, 쿰중마을에서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만났습니다. 힐러리 경을 만난 후 이 박사의 삶에 큰 영향을 받게 되었고, 힐러리 경이 세운 학교와 병원을 둘러보며 이 박사님은 네팔 의료 봉사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1986년 간질 환자를 위한 항경련제 공급을 시작으로, 2001년 정년퇴임 때까지 매년 빠짐없이 의료 봉사를 이어가셨습니다. 퇴임 후인 2004년에는 ‘네팔캠프’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 의료 봉사와 더불어 민간 차원의 한·네팔 문화교류를 본격화하셨습니다.
이후 네팔의 역사, 문화, 미술, 우표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셨으며, 한국 작가의 네팔 전시회와 네팔 작가의 한국 초청 전시회를 매년 주선하는 등 양국의 문화교류에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이 박사님의 네팔 미술에 대한 애정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마칼루 학술원정대 참가를 위해 비행기에 올랐을 때 네팔 화가의 열정을 다룬 잡지 기사를 읽고 큰 감동을 받으신 것이 계기였습니다. 카트만두에서 200km 떨어진 포카라까지 찾아가 비행기에서 본 화가의 허름한 흙바닥 작업실에서 저렴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모습에 깊은 울림을 받으신 박사님은, 이후 네팔을 찾을 때마다 좋은 물감을 챙겨 화가들에게 선물하셨습니다.
이후 네팔 그림 1,000점을 모아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셨고, 2006년 여름 마침내 1,000점의 수집을 완료하여 대덕대학교 이경영 교수와 상지대학교 장무식 교수의 도움을 받아 세종문화회관에서 뜻깊은 설치미술 전시회를 개최하셨습니다.
2001년부터 하레 람 조지쥬, K.K. 카르마챠라 등 네팔의 대표 예술가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전시회를 열어주셨고, 숙소와 관광을 제공하며 따뜻한 교류를 이어나가셨습니다. 나아가 강릉, 경주, 영동, 제주, 거제, 양주, 지리산 천은사 등 전국 각지의 문화 소외 지역을 순회하며 네팔 문화를 한국에 널리 알리셨습니다.
반세기에 걸친 이근후 박사님의 네팔 사랑과 업적은 『신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 등 네팔 문화 시리즈 13권, 우표 시리즈 5권, 소설 및 시집 2권 등 총 20권의 저서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네팔 히말라야의 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시며 네팔 땅을 따스하게 내려다보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레 람 조쥬 화백의 추모사 전문을 가감없이 올립니다
고(故) 이근후 박사님을 추모하며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고(故) 이근후 박사님(Dr. Rhee Kun Hoo)께 진심 어린 애도와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얼마 전 박사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고 제 마음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박사님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저와 제 가족, 그리고 네팔과 네팔 국민에게 보여주신 헤아릴 수 없는 사랑과 지원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게 박사님은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 작가 그 이상이셨습니다. 저의 수양아버지 같은 보호자이자 제 예술의 후원자이셨고,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 주신 삶의 커다란 영감이셨습니다.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선의를 되새기니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가슴에 떠오릅니다. 박사님의 그 큰 공헌을 몇 마디 글로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박사님을 향한 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몇 가지 소중한 기억을 나누고자 합니다.
1. 제 그림에 대한 박사님의 믿음과 지원
1987년부터 박사님께서는 네팔의 여러 갤러리에서 제 그림을 수집하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예술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믿어주고 귀하게 여겨주는 후원자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박사님께서는 제 그림을 단순한 미술품이 아닌 네팔의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창작물로 가치 있게 바라봐 주셨습니다.
2. '100 Images of Nepal' 전시회와 한국 알리기
박사님께서는 '100 Images of Nepal'이라는 이름으로 제게 소형 그림 약 600점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한국의 '예띠 갤러리'에서 매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는 제 작품을 넘어 네팔의 삶과 자연을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매우 뜻깊은 통로였습니다.
3. 1995년 네팔 작가 한국 합동 전시회
1995년 박사님의 초청으로 저와 동료 화가 부디 구룽을 비롯한 5명의 네팔 작가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해외 진출 기회가 드물었던 당시 네팔 작가들에게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물꼬를 터주신 혜안에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4. 2005년 한국 개인전 개최
2005년 박사님께서는 저를 다시 한국으로 초청하여 개인전을 열어주셨습니다. 작가로서 개인전은 매우 특별한 이정표이며, 제 예술에 보내주신 박사님의 신뢰는 저를 계속 창작하게 한 힘이었습니다.
5. 2007년 아내의 치료를 위해 보여주신 큰 은혜
2007년 제 아내가 희귀 혈액 질환인 '폰 빌레브란트병'으로 고통받을 때, 네팔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박사님께서는 저희 부부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전문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인류애는 저희 가족에게 소중한 생명의 희망이 되었으며, 평생 갚을 수 없는 위대한 은혜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6. 아내의 치료 기간 중 이어진 전시회
아내가 치료받는 동안에도 박사님께서는 서울 예띠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및 여러 순회 전시를 통해 제 그림이 한국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셨습니다. 예술을 대중과 나누고자 하셨던 박사님의 깊은 뜻 덕분에 제 예술 여정은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7. 네팔을 향한 대가 없는 사랑과 공헌
박사님의 사랑은 저를 넘어 네팔 전체를 향해 있었습니다. 정기적인 의료 봉사(메디컬 캠프)를 운영하시고 한국과 네팔의 예술가들을 연결하시며 양국 문화교류에 헌신하셨습니다. 그 소중한 교류의 장마다 저를 믿고 참여시켜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8. 제 삶의 고통과 예술을 세상에 알려주신 노력
박사님께서는 아픈 아내를 돌보며 예술을 이어가는 제 삶의 여정을 한국 사회에 따뜻하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제 고통과 열정에 귀 기울여 주시고 글로 풀어주신 그 깊은 공감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9. 네팔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린 저술 활동
1982년부터 네팔의 자연과 문화, 역사, 우표 등을 깊이 연구하신 박사님께서는 20권에 달하는 저서를 통해 네팔의 아름다움을 한국에 알리셨습니다. 한 나라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 깊이 이해하고 알리신 박사님의 헌신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10. 저의 수양아버지 같은 보호자
돌아보면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온정은 일회성 도움이 아닌 제 삶 전반을 감싸 안아주신 지속적인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게 박사님은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참된 수양아버지이자 보호자이셨습니다.
박사님을 향한 영원한 기억
존경하는 박사님,
박사님께서는 제 예술을 믿어주셨고, 아내의 생명을 살려주셨으며, 네팔과 한국 사이에 따뜻한 마음의 다리를 놓아주셨습니다.
이 모든 일은 제 삶과 깊이 연결된 잊을 수 없는 진실입니다. 베풀어주신 그 커다란 은혜에 제가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박사님의 모습은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지만, 박사님께서 남겨주신 사랑과 영감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으로 작은 감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네팔과 한국 사이에 박사님께서 쌓아 올리신 따뜻한 유대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박사님께 드릴 수 있는 진정한 경의라 믿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근후 박사님, 박사님의 영혼이 영원한 평안을 얻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과 친지, 동료, 그리고 박사님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박사님께서 보여주신 온정과 베풀어주신 은혜는 저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내 삶에 영원히 잊지 못할 박사님을 깊이 추모하며,
네팔 포카라에서
하레 람 조쥬 올림 (Hareram Joj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