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라이드매거진에서 일하기 전, 화력발전소에 근무했다. 석탄을 많이 봤고, 석탄만큼 컨베이어 벨트도 많이 봤다. 발전소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벨트가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에도 사용된다. 스카이라이드라는 외국의 이색 놀이기구에 쓰이기도 한다. 여러 분야에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유독 체인을 사용하고 있다. 금속이 주는 신뢰성과, 체인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변속 시스템, 분리와 연결이 쉽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벨트를 사용하는 자전거도 있다. 벨트의 장점을 알고,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일 수 있다.
물이 많이 튈 수밖에 없는 수상 자전거에는 체인 대신 벨트를 쓴다. 앞서 언급한 스카이라이드는 바닷가에 설치돼 있다. 수분과 소금은 금속이 부식되는 원인인데, 벨트는 부식의 염려가 없다. 녹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특성은 지상에서도 장점이 된다. 부식 방지제나 윤활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체인 구동 방식의 자전거에는 윤활제가 필요하다. 체인 오일을 바른 다음 겉에 남은 것을 닦아낸다고 하지만, 잘 닦아내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바짓단을 묶어도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윤활 작업을 하는 것도 신경 쓰인다. 반면 벨트 구동 방식은 오일도, 그리스도 필요 없다. 구동계로 인해서는 옷이 더러워지지 않는다.
벨트의 특성 중 하나는 유연하다는 것이다. 체인은 링크 위치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만 움직일 수 있으나 벨트는 자유롭다. 또한 금속과는 달리 부드럽다. 체인링, 스프라켓과 닿고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거의 없고, 저항도 적다.
벨트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체인에 비해 벨트의 수명이 길다. 어반 벨로 프로젝트에서 수입, 공급하는 자전거는 모두 벨트 구동 방식이고, 대부분 게이츠 카본 벨트를 사용한다. 중심이 되는 소재는 폴리우레탄이고, 카본 섬유를 넣어서 강도와 내구성을 높였다. 게이츠 카본 벨트는 일반적인 체인에 비해 3~4배 정도의 수명을 자랑한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벨트 구동 방식 자전거는 많지 않다. 몇 가지 제약사항 때문이다. 슈힌들하우어 자전거를 보며, 벨트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제약사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보자.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위치를 보면, 벨트든 체인이든 프레임 체인스테이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링크나 연결용 핀을 이용해 분리, 결합이 가능한 체인과 달리, 벨트는 끊었다 이을 수 없다. 벨트 구동 방식 자전거는 모두 프레임 일부를 분리, 결합하게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슈힌들하우어는 조금 독특한 방식이다. 드롭아웃 부분에 벨트 포트가 있고, 아래에서 위로 볼트를 조여 고정한다. 시트스테이 중간을 분리하는 방식에 비해 견고하고, 그 위에는 커버를 달아 겉으로는 벨트 포트가 보이지 않는다.
벨트 사용의 어려움 중 한 가지는 변속 부분이다. 변속 시스템은 체인을 기반으로 발달했다. 벨트는 체인에 비해 폭이 넓고 옆으로 움직이기도 힘들어 벨트 구동 방식의 변속이 어렵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내장기어를 이용하면 굳이 벨트를 움직이지 않고도 변속할 수 있다.
내장 기어가 크고 무겁다는 것도 이제는 옛날 얘기다. 허브 내장 기어와, 크랭크 주변에 장착하는 기어 박스 등 종류도 늘었고, 무게와 부피도 줄었다. 내장 기어는 체인을 움직여 변속하는 외장 기어에 비해 변속 간격이 일정하고, 변속 범위도 넓은 경우가 많다.
체인에 비해 벨트는 좌우로 움직이기 쉽고, 그만큼 이탈될 확률이 높다고도 했다. 그러나 게이츠는 이를 간단히 해결했다. 체인링과 스프라켓 이빨 사이에 벨트 이탈 방지용 판을 세우고, 벨트의 볼록한 부분에는 홈을 팠다. 그 부분이 서로 맞물려 벨트는 좌우로 이탈하지 않고 가운데로 정확히 진행한다.
내장 기어가 있다고는 해도, 사람마다 원하는 기어비는 다를 것이다. 싱글기어 자전거의 체인링과 코그 T수를 취향에 따라 바꾸듯, 게이츠 카본 벨트 구동계에도 다양한 사이즈의 체인링과 코그가 준비되어 있다. 단, 마디 단위로 길이 조절을 할 수 있는 체인과 달리 벨트는 길이 조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앞서 벨트 포트를 설명할 때와 지금 사진의 차이는 드롭아웃 방식이다. 먼저 나온 프레임은 가변형 세로 드롭아웃이었고, 지금의 이 프레임은 가로 드롭아웃이다. 가로 드롭아웃 방식은 바퀴 위치를 앞뒤로 조절하며 벨트 텐션을 맞춘다. 힘으로 당기거나 볼트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슈힌들하우어는 크로커다일 벨트 텐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바깥쪽 너트를 돌리면 휠이 앞뒤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벨트 텐션을 조절할 수 있다. 벨트 텐션은 벨트를 튕겼을 때 나는 소리를 기준으로 하는 스마트폰 앱이나 별도의 측정기를 이용해 맞출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벨트는 장점이 매우 많은 구동장치다. 어반 벨로 프로젝트는 이를 알고 카본 벨트 드라이브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수입, 공급하고 있다. 아직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벨트 구동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미래형 구동계다. 소음이 없고, 옷이 더러워지지 않으며, 체인보다 수명도 길다. 내장 기어가 더 가볍고 작아질수록 벨트 구동 방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 구동계의 미래를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