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성탄 메시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신 주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주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빛 안에 모두가 충만한 기쁨이 넘치는 성탄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이들은 구세주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구약의 모든 백성들이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렸듯이,
현재를 사는 우리도 특별히 대림 시기를 지내며 차별,
대립과 갈등이 가득한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으로 오실 구세주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큰 사건입니다.
모든 이들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구세주의 탄생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 모두를 구원하신다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성탄입니다.
그래서 성탄 밤 미사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는 이렇게 성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분은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 사람이 되시고,
영혼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간 영혼과 결합 되십니다.”
이처럼 성탄의 의미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말씀은 이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는 그분을 통해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가운데 분명히 나타났습니다.’(『공동번역성서』 1요한 4,9)”(458항)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을 비추는 참빛이시며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사람이 되어 오신 구세주께서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어려움은 단순히 코로나19 감염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야기된 인간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나만 잘하면, 우리나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든 이가 형제자매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서로 도와야 함을 깊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했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모든 이들을 향한 사랑의 연대와 다른 이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돌봄의 중요함을 깊이 체험하였습니다.
전 인류에게 위협으로 다가온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은
공동의 집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형제임을 느끼게 해 주었고,
교황님의 말씀처럼 형제애만이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와,
언제 다시 좋아질지 알 수 없는 사회 지표들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어렵게 합니다.
개인주의라는 편안함과, 나누지 않기에 유지되는 풍요로움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로 하여금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키워갑니다.
또한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이익,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형제애가 아닌 무관심이 더욱 점철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안위나 소수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문화는 서로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고,
사회적으로는 양극화 현실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있고,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모두가 소통 부재로 인한 불만과 화만 가슴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실정입니다.
그래서인지 점차 우리는 이웃이 외치는 고통의 소리에 귀를 닫으려 하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슬퍼하지도 못하며,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는 세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예수님께서 빛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 빛은 소수의 몇몇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비추는 참빛이십니다.
빛으로 오신 구세주는 우리에게 열린 마음으로 모두와 함께 이 기쁨을 느끼기를 원하십니다.
모두가 함께 그 빛이 주는 희망을 누리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모두가 성탄을 통해 주시는 당신의 사랑을 깊이 느끼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 인간이 되신 사랑을 깊이 느끼는 이 성탄에
우리 모두 구세주의 사랑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이들에게 다가서는 형제애를 나누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제적인 고통속에 있는 이들에게 나눔의 손길을 베푸는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이들,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이들에게는
만나고 대화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빛의 자녀다운 행동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안의 한 형제로서 함께 기쁜 성탄을 보냈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의 기쁨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