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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이야기 이민 오던 그해, 캘거리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석유회사 복지시설인 데이케어에 취직이 되었다. 첫해에는 아기를 돌보는 방에서 일하다가 몇 년 후에 프리스쿨-유치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지금도 헤일리라는 여자아이를 잊지 못한다. 아기방에는 여섯 명의 아기들을 두 명의 교사가 돌보았다. 어느 날 여자 아기 하나가 새로 왔다. 둘러싼 포대기를 열어 보니 동화 속 엄지공주였다. 태어나자마자 난소 수술을 받았다는 아기는 도저히 일 년 된 아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막 태어난 신생아보다 조금 커 보였다. 아기가 태어나서 일 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발달사항이 있다. 이를테면 걷기를 시작한다든가, 조각으로 잘라 준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다든가 등. 그러나 헤일리는 우유병도 특수하게 만들어 아주 가느다란 병으로 먹어야 했다. 몸무게도 아주 가벼워서 마치 깃털을 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수시로 아기를 보러 왔고 옆 건물에서 근무하는 할아버지도 점심시간에 와서 살펴보았다. 우리는 매일 헤일리의 일지를 적어나갔다. 오늘은 우유를 얼마 먹고, 잠은 얼마나 자고, 무슨 놀이를 하는지 기록해 나갔다. 아이는 눈에 띄게 잘 자라났다. 한 달 만에 몸무게도 부쩍 늘고 먹는 양도 점차 늘어났다. 무엇보다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헤일리의 밝은 미소였다. 아침에 부모 품에 안겨온 아기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 울며 보챈다. 부모와의 첫 분리에서 오는 걱정 시간이 길어 울음이 오래가는 아이는 교사가 긴장해야 하는데 헤일리는 다음 날부터 생글생글하였다. -이제 헤일리는 우리 아기야, 보세요. 이렇게 웃잖아요. 하고 다들 좋아했다. 부모도 마음이 놓이는 듯, 아침에 우리 방에 들어오면 부부가 아이를 내려놓고 서로 안아주고 키스하며 각자의 근무처로 편안하게 돌아갔다. 헤일리가 잘 자라 아기방에서 토들러(toddler)-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는 시기-교실로 그리고 프리스쿨 교실로 차차 옮겨갔다. 복도에서 지나갈 때 만나면 얼른 달려와서 애---나--하며 안기는 헤일리. 볼 때마다 한 송이 꽃처럼 활짝 웃는 그 아이가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내가 헤일리의 엄마가 된 것처럼 뿌듯하였다. 그러다가 나도 프리스쿨 교사로 옮겨가게 되었다. 우리는 한 교실에서 만나 옛정을 나누었다. 함께 보우 강가로 소풍 가서 오리와 놀고, 과학센터로 탐구놀이도 가고 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어느덧 이제 헤일리가 학교 갈 때가 되었다. 바다로 가는 그날까지/신금재
현관문을 열면 봇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데이 케어 수족관 떠나
졸업식 날, 헤일리네 가족만으로도 학부형들 자리가 꽉 찼다. 다른 주에서 온 친척들, 캘거리에 사는 친구들. 꽃다발 속에 파묻힌 엄지공주의 미소가 꽃보다 환하고 밝다. 헤일리가 세상을 향하여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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