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는 날은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새벽의 신선한 여름향기가 콧속에서 가시기도 전에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New York Upstate에 있는 Mohonk Mountain 향해 달린다. 八月의 하순, 이곳저곳 눈길을 돌리지만 아직은 짙푸른 녹음이 얌전히 앉아있다. 산길 사이를 지나는 87번 고속도로의 갓길에 드문드문 핀 키 작은 앳된 분홍빛 코스모스는 한 계절을 보낸다는 아쉬움에 가냘픈 고개를 내리고, 산등성이에 걸린 작은 구름들은 하늘 바람에 솜사탕처럼 흩날리며 유유히 남서쪽을 향해 흘러간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하늘 아래 곧게 뻗은 도로에는 여름 끝물의 햇빛이 갈피갈피 처박히고, 복사열과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오는 열기가 뒤엉겨 있고 눈앞엔 신기루(mirage)가 피어오른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차들로 진입로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도로 위를 숨차게 달리던 차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찰음은 얇아지고 나태해진 속도는 느림보 거북이와 같다. 옆 차선엔 공회전을 하는 것도 힘들 것 같은 낡고 늙은 차가 쉬지 않고 내뿜는 매연에 눈이 따갑고 호흡할 때마다 목이 싸하다. 검은 매연은 자연을 파괴할 뿐 아니라 상대운전자의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습관적인 생각에 그 차 핸들을 쥐고 있는 사람을 살짝 흘겨보지만 역시 돈이 없어 보이는 히스패닉이다. 집 떠나면 고생한다는 말이 있지만, 육신이 피곤함에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기쁨과 인생을 배우기 위해 우리 모두 여행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정체가 풀리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터시클 무리가 굉음을 내며 휑하니 시야에서 사라진다. 한난염량(寒暖炎凉)이라고, 좋은 때를 덧없이 보내고 결국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허무하고 슬프다. 마치 모차르트 교향곡 제39번 내림 마장조와 같이 화려하고 행복감에 넘친,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인생이란 길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는 그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부끄럽고 후회하지 않는 삶, 세상과 이웃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금껏 걸어온 나의 삶은 그저 그런 모습이다.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차는 목적지인 Mohonk House Resort에 도착하였다. 뉴욕州에서 가장 낭만적이라는 Mohonk는 칼데라 호수(Caldera Lake)로 Shawangunk Mountains에 위치해 있고 인디언 언어로는 '하늘의 호수(Lake in the sky)'라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 26대 대통령 Theodore Roosevelt, John D. Rockefeller, Andrew Carnegie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과 사업가들이 묵고 갔던 곳으로, 성수기에는 하루 숙박비가 $600-$1,000이라 일반사람들에게는 부담되는 곳이지만 미국 내에서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관광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에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지금도 빼어난 경관과 철저한 관리덕분에 세계 각지의 부호들과 정치인들이 소문 없이 머물다가 떠난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스마일리(Smiley) 일가(一家)의 정신에 따라 기후와 기온, 적설량과 강수량, Mohonk 호수의 수위와 그곳에 내리는 산성비의 강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와 나뭇가지에서 생겨난 눈과 쏙독새 출현 등, 하루에도 너덧 번씩 13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생물기후학적 기록을 남겨 미국 우주항공국(NASA)에서 수집한 내용보다 더 정확해 기상청등 오히려 정부기관이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단다. 주위에 펼쳐진 자연이 오염되지 않도록 정성스레 관리하며 보호하고 있기에 자녀들의 교육은 물론, 빼어난 경관이 관광객들의 정서를 안정시켜주기 때문이다. ‘오직 주는 여호와시라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과 일월성신과 땅과 땅 위의 만물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지으시고 다 보존하시오니 모든 천군이 주께 경배하나이다.’ 라며 자연의 위대함은 신의 인격과 동일하다고 찬양했던 느헤미야 9장 6절의 말씀을 상기하며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한 一家의 모습에 감탄과 칭찬,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리고 음악이 저장되어있는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달콤하고 감미로운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에 귀를 기우려본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난 푸른 나무들과 붉은 장미들을 바라봅니다.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나와 당신을 위해 장미가 꽃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혼자 생각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봅니다.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축복을 받은 밝은 낮과 그리고 신성한 어두운 밤도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곤 혼자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The colo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하늘의 떠있는 무지개 색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떴습니다.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친구들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그들이 진실로‘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I hear babies cry', I watch them grow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 애들이 자라는 걸 바라봅니다.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울 것입니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곤 혼자 생각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를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네, 혼자 생각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를
- George David Weiss,「what a wonderful world」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다시 바람과 섞이어 사라지고 저녁놀에 물들어가는 잡초들은 가냘픈 비명을 내며 스러진다. 아직 눈 시린 하늘로 아래로 곱게 누워있는 하얀 구름, 호수 위를 가로질러가는 기러기 떼, 풀벌레의 울음소리와 기암절벽을 사이에 두고 늦여름의 온갖 풍경을 담아내는 호수의 자연은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게 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항상 원점을 향해 달려가는 분주한 생활 속에서 퇴색되어버린 우리의 인간성을 회귀시켜놓는 아름다운 천국과 같다. 이곳의 방문을 마무리하기 위해 창립자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성(城) 꼭대기에 올라서고 흐릿하게 늘어진 Skyline. 잉크처럼 점점 번져가는 어스름 속에서 농가들의 전등은 하나 둘 씩 밝아온다. 어두움을 눈앞에 두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고, 빛과 어둠을 나누시어 빛은 낮, 어둠은 밤이라 칭하셨다’는 創造의 의미를 되뇌어본다. 더불어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은 자연이란 인간의 利己를 위한 정복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각별히 부여한 의무와 책임이라는 뜻으로 해석한 Smiley家를 본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인간이 과연 파괴하고 인류의 염원인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발의 칼을 들이대는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들, 자본축적을 위해서라면 지구가 오염되어 큰 재앙(災殃)이 닥칠지라도 이윤이 문제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Hermes와 같은 기업인들, 그리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잊어버린 채 우리에겐 안락함뿐이라며 절제 없는 소비를 계속하고 있는 대중들은 지구와 인류의 파멸은 생각지도 않는다. 자연을 활동이 없는 물질에 불과하기에 인간지식의 사용 및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아닌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 지구가 천국처럼 더 없이 아름답고 평안한 장소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서고 칠흑 같은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갑자기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가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는가? 다시 한 번 나직막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첫댓글 여기까지 행복함이 전해옵니다. 여행은 늘 설레임을 주죠. 물론 자기반성도 되고요. 귀한글 잘보고 갑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글쓰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어른들도 많지만 저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나 봅니다. 일주일 내내 오버타임을 해가며 열심히 일하고 쉬는 날을 이용해 그제는 모홍크를 갔다오고 그 다음날 쉬틈도 없이 활천문학 가족을 위해 이글을 쓰고 ^^. 주향기님, 저 활천이 아닝께로 이젠 좀 쉬었다 올릴께요 ㅋㅋ.
쉬면 글이 녹슬어요. ~~~~~
주향기님 말씀데로 그런것 같기도 하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