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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목요시낭송회
권정숙시인과 함께 합니다
낭송 신청해 주세요
2024년 1월 목요시낭송회
시인 권정숙
약력
문장 41회(2017) 시로 등단
대구시인협회 회원
문장작가회 이사
혜암아동문학회 회원
학산문학회 회장
詩 이음 회장
시니어매일 기자 기획특집 기자코너 [시를느끼다] 詩 평론 연재 중
시집: 고요는 무채색. 산딸나무 꽃
평론집: 시를 느끼다
비 오는 날의 랩소디
아버지의 삼우를 지내고 온 다음 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홀로 된 어머니 뵈러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다지 살뜰한 사이는 아니었건만
날개 부러진 참새마냥 축 늘어져 힘이 없었고
눈가는 촉촉이 젖어 흐린 안개가 눈동자마저 덮었다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어머니
불쑥 하시는 말씀
- 뭐가 그리 급해 벌써 가서
적막강산에 홀로 누워 뼈를 녹이고 있는가-
그때야 알았다
부부의 인연이 몇 겁을 지나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어머니의 가슴속에도 시심이 고여 있다는 것을
누구나 가슴에 묻어 둔 남모르는 고운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詩로 발아한다는 걸
그 때야 알았다 나는.
내 고향은 시골
시골은 내 고향이다
어릴 때 뛰놀던 고향이다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밀 사리 콩 사리 해 먹던 정든 고향이다
봄이면 앞산에 가서 참꽃 따 먹고
감꽃 피는 계절이면 감꽃 목걸이 만들어 걸고
여름이면 멱 감던 앞 냇가
거기에서 가재 잡고 송사리도 잡았지
아카시아 꽃피면 돌에 구워 먹고
목화열매가 익기 전에 다래 따 먹고
산에는 산딸기, 머루랑 다래가 지천이었고
수박서리, 참외서리, 콩서리, 신나고 즐겁던 시절
지금은 찾아가도 아는 얼굴 하나 없는
스산한 바람만 휘몰아치는 고향
집과 길, 들판은 그대로 이건만
정든 사람들은 사라지고 낯선 얼굴들만
정든 얼굴들 다 어디로 갔을까
살던 집과 들판 다 두고 어디로 갔을까
다시 보고 싶다 정겨운 얼굴들
돌아가고 싶다 그때 그 시절
뿌리치고 싶지 않은 유혹
느닷없이 걸려온 다급한 전화 한 통
-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 미치겠어요
두 시간 후에 한 시간만 시간 좀 내 주세요
여기는 서울역, 두 시간 뒤 동대구역에서 만나요
음악처럼 귀를 간질이는 서울 말씨의 사내가
달착지근하게 유혹을 해 오는데
흔들리지 않으면 난 여자도 아니겠지
서둘러 다시 사워를 하고 화장을 한다
무엇을 입을까 옷을 고르면서
가슴 속에서는 난타가 시작 된다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즐거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들이
순서도 잊은 채 오버랩 된다
기쁨의 절정에 있었을 때도 그가 있었고
절망의 나락을 헤맬 때도 그와 함께였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우리는 주위 시선 아랑곳없이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영화를 찍었다
커피숍에 마주앉아 다정하게 손을 맞잡았다
사랑과 정을 담뿍 담은 눈빛으로 다정하게
- 넌 정말 남 주긴 아까운 사내야
- 아이고, 우리 어머니도 갈데없는 아들바보로군요
모래성
어릴 때 바닷가 모래톱에서
두꺼비집을 지었다
꽤 공들여 꼼꼼히 지었지만
파도가 밀려오면 허물어지고 만다
그래도 짓고 또 짓는다
엄마가 부를 때까지
지금도 삶의 얼개를 짓는다
시간의 물이 밀려오면 허물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짓는다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굴리고 또 굴린다
멈출 수 없는 천형 같이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어느 별이던가요
우리가 만났던 별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설마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건 아니겠지요
하나 되기 위해 거슬러 온 시간이 그 얼마든가요
긴 시간 기다려 몸을 섞어 한 몸 되었고
시달리고 부대끼며 뜻을 맞춰 한마음 되었으니
하나뿐인 한주머니 속에 공동운명체 되었지요
영혼까지 하나 되어 영원히 하나가 되고 싶어요
이제 또 다시 이별이 온다면
어느 별에서 그대를 찾으리까
이별 없는 저별에서 만나 지려나요
다시는 서럽고 애달픈 이별 없이
다음 生에는 자웅동체로 태어나고 지고
飛兎섬*으로 가자
토끼가 훨훨 날아다니고
물고기가 겅중겅중 뛰어다니고
갈매기가 풍덩풍덩 잠수 하는 곳
너와 나의 영역은 없어지고
누구나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자유의 섬
허황한 꿈도 이루어지고
황당한 현실도 채색이 가능한
비토섬으로 가자
꿈을 가져야 꿈을 이루고
날개를 가진 자만이 날수 있다
이곳에는
이순신장군도 꽃무늬 갑옷을 입고
장난감 병정놀이를 한다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비토섬
아침 햇살 속으로 나의 토끼가 날아다니고
거친 해일에도 너의 거북이가 꿈꾸는 작은 바다
노을이 곱게 주홍색 치맛자락을 펼치면
우리가 가보고 싶은 환상의 여행지
용궁으로 가는 길이 환히 열린다
*비토섬: 경상남도 사천시 서포면에 실제 존재하는 섬.
별주부전 전설이 있는 섬.
빈방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방
내가 있어도 텅 비어 있는 방
그가 없어도 꽉 찬 방
사유가 깊을수록 벽이 자란다
벽이 자랄수록 점점 왜소해져 가는 나
종내는 모래알만 해 지다
먼지 되어 까무룩 사라져 버린다
어디로 갔을까
존재를 의미를 확인할 길 없어
나를 찾아 방안을 헤매인다
침대 밑에도 없고 옷장 속에도 없는 나는
어디에서 흔적을 만들고 있을까
만들어진 흔적을 지우고 있을까
끝내 아무도 없는 나의 빈방
고요는 무채색
먼 길 돌아온 적막한 발걸음위로
노을이 내려앉아 이제 그만 쉬라하네
적막이 가져다 준 고요는 무채색
애오라지 노을만 하늘을 물들여 가는데
고운빛깔 바라보는 눈동자에
잔물결 일렁인다
지나온 걸음 걸음, 뒤돌아보니
발자국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
길지도 않은 시간 속에 수많은 무늬를
만들고 지우면서 많이도 애썼구나
가끔 맘에 드는 것도 있지만
모두가 버리고 싶은 허접한 것들 뿐
그래도 어쩌랴 살아온 흔적인 것을
그나마 잘 살았노라 자족하면서
하나씩 고이 접어 오동나무 상자에 넣고
노을 진 들녘의 마음을 껴안는다
시와 시인
시란 난센스 퀴즈 같은 것
보이는 것 보다 들리는 것을 받아 적고
현재의 사실보다 미래의 진실을 말하기에
시인은 광인이자 예언자
하여 시인은 늘 외롭고 아프다
메마른 땅에서 꽃을 피워내고
자갈밭에서도 생명의 씨를 키운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아내고*
심해에서 달콤한 과일을 얻어 낸다
우주만물이 친구가 되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들었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준다
겨울여신이 세상을 꽁꽁 얼려 버려도
산속에서 나비 따라 길을 찾아가고
별이 땅과 맞닿은 그곳에서
사의 찬가 목 놓아 부르면서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신들린 사람
*연목구어: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한 말
불가능한 일을 일컬음
아름답기에 그대는 꽃이여라
그대의 마음은 순결한 눈꽃이요
그대의 손은 거룩한 사랑꽃
지나간 자리마다 오롯이 행복열매 열리네
외로운 낙조의 친구가 되어
손잡아 주고 안아 주면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채워 주네
다시 아기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언니가 되고 누나가 되어
따뜻하게 정으로 품어주니
뉘라서 그 사랑 감히 흉내나 내어 볼까나
잠든 그대의 침실에
살그머니 숨어들어
겨드랑이에 감춘 천사의 날개
몰래 훔쳐보고 싶네
아서라!
들켜버린 사랑의 천사
날개옷 입고 날아가 버릴라
* 요양병원 요양사 선생님들께 드리는 노래
착각
복잡한 지하철 안
누군가 뒤에서
내 허리를 꼬옥 껴안는다
웬 횡재?
아직도 내 몸을 탐하는
눈먼 사내가 있는가
어쩜 능글맞거나 험상궂은 사람?
그럼 어쩌나
살그머니 돌아보니
기역자로 꼬부라진 할머니
계면쩍게 웃으면서
좀 어지러워서요
하루를 상납하다
하늘이 눈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하늘이 눈감으면 하루가 지나간다
한번 눈 뜨고 감으면 하루다
이 기적 같은 선물을 설렘 없이
맞는 하루가 어찌 기적의 꽃을 피우겠는가
작은 꽃밭 하나 가꾸려고 온종일 애쓰다
속절없이 하루가 닫힌다
내게 온 귀한 선물 고이 싸서
그대에게 상납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늘도 당신은 어느 스산한 꽃밭에서
날 찾아 헤매이는가
가을에 피는 봄꽃
가슴속에 가랑잎 소리 날 때
그대의 촉촉한 한 방울의 눈물이 필요해요
나를 위해 흘려주던 맑은 이슬에
기적처럼 새순이 돋고 꽃이 피었음을 아시나요
가끔 가을에 봄꽃이 피기도 한다지만
제 가을에도 봄꽃이 피었어요
아론의 지팡이*에 꽃이 피고 살구가 열렸듯이
경주의 어느 토방 집 소나무 기둥에서
솔잎이 돋았대요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믿을래요
왜냐면 봄꽃을 피우는
가을을 알기 때문이예요
계절에 관계없이
꽃피울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
오늘도 희망을 속삭이듯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 꽃이 핍니다
*아론의 지팡이: 구약성서 민수기 17:8
그가 오는 밤이면
왠지 갈증이 올 때
그의 속삭임이 그리워 질 때
조용히 찐한 카페인으로 샤워를 하고
고요히 그를 기다린다
세상이 모두 잠들 무렵
그는 살며시 나타나 내 귓전을 두드린다
보고 싶고 듣고 싶었던 언어들을
나지막하게 조근조근 일러 준다
그 소리는 심장을 찌르기도 하고
엔도르핀, 다이돌핀이 쏟아져
통증 없이 희락에 젖기도 한다
한 밤중 광녀처럼 주절대며
그와 한 몸이 되어 뒹굴다 보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세우기도 한다
그런 밤은 대부분 피곤에 젖어들지만
또한 말할 수 없는 오르가슴의 세례를 받기도 한다
어둠이 걷히고 그가 떠나고 나면
난 밤새 누구와 노닐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나
노트위에는 그의 까만 발자국이 선명히 찍혀있다
“나 다녀갔노라” 고
딸에게
딸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
꽃이 진다고 다시 봄이 오지 않는 건 아니야
여름 지나고 가을이가고 겨울이 되면
다시 봄은 찾아온단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사랑도 낮은 데로 흐르지
내 어머니께 받은 사랑 너에게로 흘렀고
네가 받은 사랑은 다시 네 딸에게로 흐르고 있잖아
바다가 아무것도 밀어내지 않고 모두 품어 주듯이
엄마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바다란다
높은 산에 못 오름도 한탄하지 마라
계곡 흐르는 물의 아름다움도 있지
높은 곳을 자유롭게 나는 새도 있지만
낮은 곳에 피는 예쁜 꽃도 있구나
시간이 야금야금 네 인생 먹어 치운다고 아까워 마라
사라지는 게 아니라 꿈이 완성되어 가는 거란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 맺히듯
시간이 진 자리에 꽃 무지개가 떠오른다
깊은 산골짝 작은 샘이 바다의 어미임을 잊지 마라
나는야
나는야 여든이 되어도 꿈을 꾸고 싶다
시를 좋아하고
꽃을 사랑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면서
목청껏 웃어야지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멋진 청년을 만나면
차 한 잔 하면서 끝없이 대화 할 수 있는
신지식도 습득하고 싶다
일출의 장엄함에 감동하고
낙조의 처절한 아름다움 앞에 겸손해지며
새들과 풀벌레와도 교감하면서
모든 걸 사랑하고 하고 싶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포근한 목도리가 되어주고
힘든 사람에게는 쉴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되어야지
욕심도 미련도 홀가분하게 벗어버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웃음을 웃고 싶다
떠날 때는 아무 말 없이
바람처럼 가벼운 구름이고 싶다
낮아지게 하소서
아침에 일어 날 때
나보다 먼저 콧대가 일어납니다
살살 달래 주저 앉혀 봅니다
너는 그냥 바닥에 뒹굴고 있으라며
아침 밥상에서도 또 끼어듭니다
누구나 하는 일에 생색을 내는 거지요
반성하며 살짝 눌러 줍니다
낮에 사람을 만날 때 인사로 하는 칭찬에
나도 몰래 두 눈이 반짝 입니다
어깨가 한 자나 올라갑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잣대로 측량 합니다
내 입맛대로 선 긋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콧대는 방향을 잃습니다
저녁에 잠들기 전 반성문을 씁니다
반짝인 눈이 남을 업신여기지 않았는지
올라간 어깨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않았는지
자존감이 교만으로 행세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반성문을 씁니다
그래도 다시 맞는 아침은 콧대가 먼저 일어납니다
소크라테스를 꿈꾸다
하늘이 눈 감으려는 시간
나도 눈 감으려 집으로 가네
눈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꿈 한 자락 잡고
뜬 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밤새 못다 지은 집하나 덩그러니
낮달처럼 하늘에 걸리고
미명의 새벽,
열망의 열매 주렁주렁 달린 나무아래서
또 하루를 맞는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탈출하려
어쭙잖은 일탈을 시도해 보지만
거뭇거뭇 어둠이 밀려오면
습관인 듯 발걸음이 집으로 향하는 것을
꿈도 버리고 모험심도 버리고
다 버리고 나면 고요가 찾아올까
이런 흔들림이 행복에 겨운 넋두리일까
그래도 고뇌하는 소크라테스이고 싶어라
가시
누구나 한 두 개의 가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엉뚱하게도 자신을 찌르기 위해 갖고 있다
지키기 위한 가시는 대체로 무디어져 있다
공격을 받지 않을 땐 존재조차 잊고 있다
남을 찌르기 위한 가시는 항상 벼리어져 있다
날카롭게 벼리어 언제든지 공격의 자세다
자신을 찌르기 위한 가시는 예측을 불허 한다
양면의 칼이며 변화무상한 가시다
숨겨져 있다가 엉뚱하게 발톱을 드러낸다
자신이 싫어도 찌르고 남에게도 거침이 없다
조금만 입맛에 맞지 않아도 날을 세운다.
살아가면서 어떤 가시든 뽑아내야한다
갱년기에 흰머리 족집게로 뽑아내듯
벼논에 잡초, 피 뽑아내듯 뽑아내야한다
나를 지킨다는 가시는 나를 못 지키고
남을 찌르기 위한 가시도
결국 나를 찌르기 때문이다
찻잔 속의 태풍
사랑도 분노도 시간을 이길 수 없다
약속도 맹세도 허공에 새긴 비문
서너 발자국 떨어져 보면 찻잔 속 태풍이다
불 같이 뜨거웠던 사랑도
참을 수 없이 억울했던 일들도
깔딱고개처럼 힘든 고통의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모두 찻잔 속 태풍이다
남을 짓밟고 권모술수로 높은 지위에 올라도
남의 것을 빼앗고 속여 재물을 넘치게 모아도
죽고 못 사는 애틋한 사랑을 탐닉해 본들
거짓에 거짓을 더하고 위선에 위선을 더해
세상없는 사람으로 추앙받을지라도
진실 앞에는 사상누각이요 시간 속에 거품이다
지구란 작은 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무한 광대한 우주에서는 찻잔 속 태풍이다
첫댓글 수고많으십니다
딸에게
신청합니다 / 곽동목
감사합니다
수고많으십니다
고요는 무채색 하겠습니다 /김순희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찻잔속의 태풍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비 오는 날의 랩소디' 신청합니다.
힘든 시간 내셨네요
감사합니다
청라 이상화 "아름답기에 그대는 꽃 이어라" 를 신청합니다.
시민 시 낭송 신청
이재도
"내 고향은 시골" 신청합니다!
시민 시 낭송 신청
장성희
"나는 야" 를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