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명견만리 2권. ② 청렴한 보츠와나와 싱가포르 (46~57쪽)
안녕, 너에게 작별 인사를 전해
보츠와나는 다소 생소한 나라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접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고 손꼽힌다.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안녕, 안녕, 부패여! 너에게 작별 인사를 전해.
우리는 보츠와나에서 태어났어요.
보츠와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이 노래는 보츠와나가 반(反)부패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지역개발 사업에 특혜를 주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느낀 보츠와나 정부는 1994년 강력한 반부패법을 제정했다.
보츠와나는 반부패법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부패 및 경제범죄원(DCEC, Directorate on Corruption and Economic Crime)’을 두고 있다. DCEC에는 25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곳에서는 일반 시민의 신고를 받아 부패사건을 수사하며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들을 일벌백계한다.
보츠와나가 청렴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은 단지 이 기관 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2년에는 친척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은 한 장관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부패사건을 전담하는 법원이 신설되었다. 2013년에는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부패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부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은 정부 조달 · 관급 공사에서 5년간 배제하는 식이다.
왜 보츠와나는 이토록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까? 보츠와나가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반부패 정책을 계속 강화해나간 덕분에 외국 투자자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15년 전 보츠와나에 가발 공장을 설립한 한 교포 사업가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부패가 없는 보츠와나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다른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상당한 뒷돈이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츠와나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사업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안도감과 신뢰를 주죠.”
청렴함을 바탕으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를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보츠와나의 1인당 명목 GDP는 5,897달러로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더불어 주변국 가운데 국제신용 등급 1위를 유지하는 것도 깨끗한 사회가 이룩한 큰 성과다. 부패 없는 사회를 바탕으로 이룬 경제발전은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국가 이익이 국민 모두에서 공평하게 돌아가다 보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종족 간의 갈등도 없고 정치도 안정되어있다.
반부패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정한 보츠와나에는 정규 교육과정에 반부패 수업이 포함돼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부패의 위험과 부패에 대항하는 일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앞에서 소개한 노래를 누구나 부를 수 있다.
싱가포르, 대가성 없는 선물도 금지
청렴한 나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자타 공인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싱가포르다.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반부패법은 아주 강력하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10만 싱가포르달러(약 9,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불법 자산은 전부 국가에 반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징역형이 추가된다. 또한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내기만 하면 범죄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한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아주 값싸고 사소해서 대가성을 논할 수 없는 선물이라도 공직자가 이를 받으려면 먼저 신고를 하고 그 물건의 가치를 평가받은 뒤 자신의 월급에서 선물값을 공제해야 한다.
고위공직자와 재벌 등 권력층을 감시하는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은 부패 혐의가 있으면 영장 없이 체포와 수색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공직자와 재벌의 공로를 내세워 선처해주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원래부터 청렴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1965년만 하더라도 부패가 만연해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1995년부터이니 부패를 척결하기까지 30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기간 동안 리콴유 전 총리를 필두로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정신으로 과감한 부패 척결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싱가포르는 공직자들의 청렴도가 높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며,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들여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독립 반세기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국가 경쟁력을 세계 2위까지 끌어올린 싱가포르의 놀라운 성장 배경은 다름 아닌 청렴한 국가를 향한 강력한 의지였다.
반부패의 성과는 그뿐만 아니다. 싱가포르 국민은 자신들이 그 혜택을 골고루 받고 있다고 믿는다. 1인당 명목 GDP가 세계 9위(2016년 기준 5만 2,755달러)인 싱가포르는 국민의 80퍼센트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기성세대는 낮을 수 있겠으나 미래를 이끌 청소년이라면 훨씬 더 공정한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2013년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부정한 입학이나 취업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6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거짓말이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0.1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심지어 성인 응답자 31퍼센트보다 높은 수치였다. 우리 청소년이 자신들의 미래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뼈아픈 자료다.
김영란법, 내수경제를 망치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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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2016년 5월 9일,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자 여러 언론에서 쏟아낸 기사 제목이다. 사실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이던 2012년 8월, 이 법의 원안이 발표되었다. 이후 무려 929일 만인 2015년 3월에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이후에야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었다. 그만큼 이 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시행령이 입법예고 된 뒤로도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속속 피력했고, 농수산업계, 중소상공업계 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시위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영란법 시행령의 핵심 내용은 이러하다. 금품수수의 기준은 100만 원 (1회 100만 원, 동일인으로부터 1년 누적 300만 원)이다. 100만 원을 넘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무조건 형사처벌 받는다. 100만 원 이하일 때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과태료를 문다. 직무 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는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까지 허용된다.
또 인허가·면허 처리, 채용·승진의 인사 개입 등 열네 가지 부정 청탁의 경우에는 금품 수수가 없어도 처벌받는다. 금품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또는 교통· 숙박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해당된다.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정부 및 공공기관, 지자체 및 산하단체, 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에 종사하는 공직자와 사립 교육기관과 언론기관 종사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로 대략 400만 명에 달하지만, 이들에게 부정 청탁이나 금품 제공을 하는 누구라도 법의 적용을 받기에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이다.
김영란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앞서 기사 제목에서 보았듯이 3-5-10만 원의 금액 책정 부분이다. 허용 금액이 너무 낮게 책정되어 현실성이 없다는 점, 국내산 농수축산물에까지 적용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어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 접대와 선물이 줄어듦으로써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의 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 등 내수시장의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경제적 논리로 볼 때 이 법으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