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장흥관광단지 소재 '장욱진미술관'이다. 끝나가는 겨울, 2022년 2월 27일 찾았다. 작가 장욱진 회화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종이집 같은 새하얀 건물을 둘러보고, 그 정원에 설치된 조각가 정현 작 <침목> 전시회가 오늘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몰랐던 미술관 옆 '권율장군의 묘'도 둘러보기로 했다.
미술관 앞 버스 정류장이다. 하얀 사람이 하얀 우산을 들고 있다. 이것도 작품인가 싶다. 여기서 하차하여 뒤쪽 건물로 입장하면 된다.
장욱진미술관을 입장하자마자 로비 천장을 바라보라는 팻말이 있다. "지금 계신 곳은 작품 공간입니다. 천장을 바라봐 주세요."라고 씌여 있다. 색칠된 세라믹과 거울과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작품명은 <우주정원>이다.
신상호 작 <우주정원>(2018)
입장권 5,000원을 구매해 들어오면 장흥조각공원이 펼쳐진다. 본 미술관 건물로 가려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동 미술관 맞은편에 개관할 예정인 민복진미술관을 미리 관람하는 듯하다^^ 그의 작품이 조각정원에 여러 개 포진해 있다.
민복진 작 <가족>(1986)
<가족> 작품을 보고, 현재 혹은 미래 시점에서 보편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아래의 작품 주인공은 엄마 아빠 아이인데, 요즘은 일인가구도 많고 결혼해도 자식이 없는 경우도 많으며 동성과 결혼하기도 한다. 물론 Right or Wrong 문제는 아니다. 또한 제작년도가 35년 전이므로 당시 시대상으로 시대착오는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나 라파엘로 그림처럼 현대에 그린다고 그런 감동이 오지 않는다. 모 예술사가이자 철학자 왈, "과거의 예술작품에 감명받는 이유는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가서 감상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민복진 작 <가족>(1991)
민복진 작 <꿈>(1988) 화강암
조각공원은 생각보다 넓다. 천천히 거닐면서 조각 작품을 구경한 후, 하천인 석현천을 가로지는 다리를 건너야 미술관 건물에 도착한다.
다리 위에서 왼쪽으로 찍은 사진이다. 망원경을 들고 저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조각 작품 뒤로는 '미술관옆 캠핑장'이다. 그 앞에 주황색 상자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노는 <AR 스토리북>이다. 장욱진 화가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아래 사진의 다리를 건너 조각의 뒷편에서 촬영한 것이다. 조각은 이것이 힘들다. 사방의 관점이 다 다르니 여기저기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진은 화창한 봄으로 볼일 수도 있겠지만, 석현천을 보면 물이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처음에 하얀종이집같다고 소개했던 미술관 본 건물로 올라간다. 언덕에 위치한다. 건축물은 최-페레이라 건축(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에서 설계하였으며,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오르기 전에 작품일까 그냥 박물관 시설일까 하는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문까지 열려 있는데, 아래 푯말을 보고 작품으로 판명났다. 작품명이 통로인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막혀 있다. 혹시나 했다. 통로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노력해 들어가보니 막혀있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박기찬 작 <통로>(2014)
내부 전시를 둘러보기 전에 야외 전시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관람 순서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사람 형상의 구조물들이 정원에 둥그렇게 늘어서 있다. 어디 다른 곳에서 쓰였다가 버려진 목재로 만든 작품이다.
정현 작 <침목>
소재는 나무이지만, 돌로 이루어진 영국의 스톤헨지가 생각났다. 둥그렇게 늘어서 있어 제의적인 분위기가 풍겼음이리라. 심플한 것이 사람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나에게 이 작품이 그랬다.
동 정원의 작품은 기획전 <INTER BEING 꽃이 웃고, 작작 새가 울고>(2021.12.1~2022.2.27)의 일부이다.
작가 정현(1956~) 왈, "갈라진 고목의 중심부터 시작해서 폭포수처럼 뻗어 올라가는, 번개 맞은 것처럼 그 사이로 분수 물이 솟듯이 뻗쳐 올라가는, 시간이 지나도, 비록 고목 일지라도, 비록 죽은 나무일지라도 거기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힘들을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 내부의 작품들을 관람하겠지만, 난 다른 행보를 하기로 했다. 계속 걸어가면 권율장군 묘가 나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묘의 사이에 문도 없고 담장도 없다.
아래 사진처럼 이렇게 연결된 길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
계속 걸어가보자. 저기에 기와 담장이 보인다.
산책하듯이 걸어가면 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저 멀리 층계를 오르면 묘지가 있다. 아래쪽 왼쪽에 재실이 있고 그 옆으로 묘지로 오르는 계단이 연결된다.
재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는 바, 그런데 문창호가 뜯겨 있다. 나는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보지 말라는데 굳이 구멍을 뚫어서 볼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뚫어진 창호를 막지 않는 것도 재미있다^^ 하나의 현대미술작품같다.
재실 옆으로 층계를 올라가면 묘지가 있는 곳에 이른다. 조선왕릉은 오를 수 없게 아예 층계가 없는 것에 비하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층계를 오르면 끝자락에 묘지가 보이면서 그 앞의 햇빛을 차단하는 나무 그늘 아래 문인석이 보인다.
정확하게는 권율장군의 가족묘라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 부부 무덤까지 안장되어 있다. 앞쪽 가운데 권율장군, 그 왼쪽에 전부인 창녕조씨, 그 오른쪽에 후부인 죽산박씨의 묘가 있고, 뒤쪽이 부모님과 형 내외의 묘이다. 옛날엔 여자들의 이름이 없다. 무슨 성씨가 전부이다.
묘지 앞에서 내려다 본 전경으로, 오른쪽에 재실, 왼쪽에 신도비와 비각이 있고 출입문이 가운데 위치한다.
권율장군의 묘역을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본격적으로 미술관 내부를 탐방한다. 건물 위쪽이 비스듬하여 처음에 사진을 비뚤어 찍은 줄 알았는데, 건축물의 형상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의 그림들은 보면 누구나 알기 쉽다. 일상생활을 평면에 간결하고 담백하게 담아 동심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쉬워보이는 그림이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다. "누구누구네"라고 알아차리면 성공한 것이다. 현대예술은 어렵다 쉽다로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봐주고, 오래도록 회자되는 작품이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That's it!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천장과 창문 그리고 외부 풍경이다.
장욱진의 1959년작 <집과 아이>인데 집은 너무 높고, 아이는 맨 밑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한 관객의 개인적 생각이다.
장욱진 작 <집과 아이>(1959)
아래 작품은 야외 정원에 설치된 나무로 된 조각 <초목> 작품의 작가 정현의 또 다른 작품이다.
정현 작 <Untitled>(2017)
미술관 내부의 여러 작품들 중 눈에 띈 작품이다. 민병헌 작가의 실버프린트 작품을 마지막으로 붙여 본다. 그냥 추상화인가 싶지만, 사진이다. 거기에 풍경 사진이다. 하늘을 보면서 찍은.
민병헌 작 <SKY>(1994~1998) 실버프린트
여행기 초반에 조각공원의 설치 작품으로 설명했던, 민복진 작가의 미술관 건물이 바로 맞은편에 소재한다. 내가 방문한 2022년 2월 27일에 개관 준비에 한창이었다. 3월 4일 문을 연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