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부근 어느 해안에 바히야 라는 어부가 살았다.
그가 탄 배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다른 어부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으나,
그는 나무조각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헤엄쳐 육지에 닿았다.
뭍에 기어오른 그는 벌거벗은 상태였기 때문에
해안에서 주운 나무껍질로 몸의 일부를 가리고
먹을 것을 구걸하러 다녔다.
인도에서는 나체상태로 수행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벌거벗은 상태로 다니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고결한 성자가 왔다며 음식과 거처를 제공했다.
바히야는 명상수행을 한 적도, 경전을 읽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옷을 입으면 성자 대접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시 고된 어부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람들이 선물하는 옷을 마다하고 계속 나무껍질 옷만을
고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존경심을 갖고,
"나무껍질 옷을 입은 사람'이라는 뜻의 '다루찌리야'라는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그런 무위도식하는 생활은 어느 날 한 진실한 구도자를
만나면서 중단되었다. 구도자는 바히야의 거짓된 삶을
금방 알아차리고, 참된 수행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그동안 거짓된 삶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바히야는
진심 어린 지적에 정신을 차리고, 구도자가 일러준대로
슈라바스티라는 곳에서 가르침을 펴고있다는
영적 스승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서인도 뭄바이에서 동인도 슈라바스티까지는
오늘날도 기차로 수십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바히야는 그 먼 길을 한숨도 자지 않고 걸어서 며칠만에 주파했다.
그 속도와 지구력이 상상을 초월해서 천신들이 그를
들어 올려 공중이동을 시킨 것이라고 기록할 정도였다.
아침 무렵 슈라바스티에 도착한 바히야는 곧바로 위대한
스승이 머물고 있다는 숲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제자가 말했다.
"스승님은 지금 탁발을 하러 마을에 가셨습니다.
여기서 쉬면서 기다리면 곧 오실 겁니다."
바히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기다릴 수 없소, 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소.
그 스승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고, 나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오.
그렇기 때문에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번도 쉰적이 없소.
스승을 만나면 그때 쉬겠소.그 분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말해 주시오."
제자는 스승이 간 방향을 일러주었고,
바히야는 지체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한 수도자가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을얻고 있었다.
그 수도자를 감싼 평화와 고요를 감지한 바히야는
영적 깨달음에 이른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에게 다가가 길 한가운데에서 큰절을 올리며 바히야는 말했다.
"당신이 완전한 자유에 이르렀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그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스승이 말했다."지금은 알맞은 때와 장소가 아니다.
탁발을 하러 다니는 중이니 내 거처로 가서 기다려라.
곧 탁발을 마치고 돌아가서 그대를 만나리라."
바히야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안됩니다. 기다릴 수 없습니다.
죽음이 우리 둘중 누구에게 먼저 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대자유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스승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음식을 탁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바히야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이란 없습니다.어떤 위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됩니다. 지금 진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바히야가 세번이나 간청하자, 스승은 그의 절실한 마음을 이해했다.
스승은 말했다.
"바히야여, 그렇다면 이와같이 해야한다.
어떤 것을 바라볼 때는 다만 바라보라.
어떤 것을 들을 때는 다만 들으라.
어떤 것을 감각할 때는 다만 감각하고,
인식할 때는 다만 인식하라.
그것들에 나의 마음을 개입시키지 않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바로
괴로움의 끝이고 자유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볼 때는 다만 바라봄만이 있어야 한다.
들을 때는 오직 들음만이 있어야 한다.
감각할 때는 오직 감각만이 있어야 하고,
인식할 때는 오직 인식함만이 있어야 한다."
자유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품고있던 바히야는
이 몇 문장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고 길가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 단 몇 분만에 집착에서 벗어나고,
번뇌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스승이 그 장소를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바히야는 새끼밴 암소에 받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불교경전 우다니경에 실린 실화로, 그 스승은 붓다이다.
바히야가 죽은 것을 알고,
붓다는 제자들에게 바히야의 시신을 거두어 화장하게 하고
그곳에 작은 탑을 세웠다.
그리고 말했다.
"수행자들이여, 바히야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진리에따라 수행했으며,
그의 마음은 죽기전에 자유를 얻었다."
<인도우화집 - 류시화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