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따라간건가? 비가 따라온건가?
지리산에 들던 날, 태풍 옆구리로 돌아든 비님은
연 나흘 지성스럽게 내 옆에 앉더니 노고단 산상기도로 마무리 하는 날 말간 얼굴로 히죽이며 빠이빠이 한다.
그대로 고즈녁하니 좋다.
가끔씩 능선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운무가
"그래 세상도 이 삶도 곧 개일거야" 하면 나도 빙그레 "맞아 그럴거야, 꼭 그럴꺼야!" 하며 맞장구를 친다.
그랬다.
삼복 더위는 물럿거라!
입선 내내 소슬바람은
지리산 정기인 듯 상큼하다.
언뜻,
비가 그치고 禪房이 맑으니
내가 앉은 듯 한가로움이어라.
돌계단 오르고
다시 오른 그자리
선뜻,
평화로움이어라.
저 안에서,
아니 내 안에서,
비 그치고 바람 자,
그윽함이어라.
번득번득
절룩이는 걸음으로
들어앉은 그자리,
자유로움이어라.
무성한 익모초
그대로 꽃무지요,
나란한 돌덩이
삶의 무게로 앉았구나.
在慾無慾하고
居塵出塵을 위지선이라
욕심바다에 욕심이 없고
티끌세상에 티끌을 벗어남.
이를 일러 선(초롱함)이라.
치연작용이나 정체여여를
위지좌요
종횡득묘하야 사사무애를
위지선이니
하하하
지리산!
智.異.山.!
지리산이 내게 달리 보라 하네
지리산이 내게 달리 살라 하네
지리산으로 달라지라 하네...
새까만 후배가 써 준 이름표
무척 정겹다.
그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