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신윤복의 혜원전신첩(간송미술관 소장)중 표모봉욕~
그늘지고 으슥한 빨래터에서 노파와 까까머리 중이 빨래방망이를 맞잡고 한바탕 실랑이 중이다.
이 와중에 까까머리 중은 건너편 빨래하는 아낙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아낙은 무심한 얼굴로 실랑이 장면을 쳐다보면서 빨래 방망이만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까까머리 중이 이제 막 과부가 된 아낙에게 수작을 걸다가 이를 보아 넘기지 못한 노파와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다.
표모봉욕(漂母逢辱)은 "빨래하는 아낙네가 봉욕을 당하다"라는 뜻이다.
표모(漂母)를 그대로 해석하면 '떠다니는 어머니'이다.
'표모'가 '빨래하는 아낙네'라는 뜻으로 된 것은 중국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韓信)과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한신은 형집에서 얹혀 살았는데, 하루 종일 빨래하는 개울터에 나와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곤 했다.
빨래하는 아줌마가 주먹밥을 싸와 한신에게 주곤하였다.
후에 초왕이 된 한신이 아줌마에게 천금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 아줌마 이름이 표모(漂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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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당나귀 ‘노당’ 데리고 떠돌아다니며 소금 파는 ‘염생원’
취한 채 주모 방에 들어가는데…
염생원은 소금 두자루를 서로 묶어 당나귀 등에 걸쳐 싣고 이 산골 저 산골 돌아다니는 소금장수다.
삼십여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다닌 터라 염생원도 당나귀도 척하면 삼천리다.
염생원이 당나귀에 늙을 노(老)자를 붙여 ‘노당’이라 부르면 노당은 단번에 자기를 부르는 걸 알아차린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염생원이 말하는 입모양을 보고 노당은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을 한다.
염생원도 표정을 보고 노당의 심기가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꿰뚫어본다.
어느 날 소금 한자루를 팔고난 뒤 반자루씩 노당의 등에 묶어 싣고 고개를 넘고 있었다.
‘아이쿠야.’
염 생원이 발목을 삔 척 짚신을 벗고 개울에 맨발을 담가 주물렀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염생원이 절룩거리며 슬며시 당나귀 등에 올라탔다.
노당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백걸음도 못 가 노당이 돌부리에 걸린 듯 앞다리를 굽히니 염생원의 몸뚱이가 앞으로 고꾸라져 풀밭에 나뒹굴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어느 날~
부티 나는 노인이 어린 기생과 당나귀를 타고 가다가 길가 약수터에 내렸다.
염생원이 약수를 마시고 막 떠나려는데 노당이 발정을 해서 육봉을 세우고 노인과 동기가 타고 온 암탕나귀에게 치근거렸다.
염생원이 얼른 소금자루 두개를 내리자 노당은 암탕나귀에게 돌진했다.
어린 기생은 호호 웃었다.
노인네가 막대를 들고 노당을 후려치려는 걸 염생원이 막았다.
“벌과 나비도 꽃을 찾고 나으리도 짝을 찾았는데, 춘정을 못 이기는 저 한쌍도 눈감아 줍시다요.”
염생원의 애원에 노인도 웃었다.
일을 마치고 난 노당은 만면에 희색이다.
등짝에 소금자루가 무거울텐데도 노당은 걸음을 멈추고 뒷발로 세번 땅을 두드린다.
등에 타라는 신호다.
염생원과 노당은 사이가 좋을 땐 서로 간이라도 빼줄 듯 하지만 사이가 틀어질 때는 원수지간이 된다.
처서가 지난 어느 날~
염생원이 억새밭에 들어가 큰일을 보고 있는데 노당이 길섶의 콩밭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까칠한 콩밭 주인한테 걸려서 염생원이 콩밭을 통째로 떠맡아 전대가 크게 축났다.
염생원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고개 너머 장날에 늦지 않아야 하는지라 아무 말 없이 고삐를 끌었다.
그날은 장터에서 곡물장수와 자리싸움을 하느라 장사도 망쳤다.
주막에 들어서자마자 염생원은 부지깽이를 들고 나와 노당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고 막걸리 몇사발을 들이켜니 분이 풀리고 노당한테 좀 심했다 싶었다.
염생원은 사립문 밖 버드나무에 고삐가 묶인 노당 앞에 두건을 벗어 던져줬다.
노당이 주인의 두건을 발로 밟고 이빨로 물어뜯어 발기발기 찢어놓았다.
염생원이 주막에 부탁해 콩 반되를 삶아 노당 여물통에 넣어줬다.
다음날 아침 염생원과 노당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태연히 주막을 나와 길을 떠났다.
어느 장날~
염 생원이 좋은 값으로 소금떨이를 하고 나루터 주막에서 저녁을 먹은 뒤 주모에게 수작을 걸었다.
주모에게 넉넉하게 해웃값을 선불로 쥐여주고 엉덩이를 툭 치며 눈을 찡긋해놓고 뒤꼍 우물가에서 하초를 씻는데, 노당이 ‘헥헥’거리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염생원이 사동(使童)을 불러 엽전을 쥐여주자 ‘알았다’는 듯 노당을 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염생원이 나루터 주막 등을 끄고 사립문도 닫은 뒤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소장수 우서방이 술에 취해 사립문을 발로 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염생원, 오랜만이야. 한잔 해야지.”
이튿날 아침~
염생원의 갈비뼈가 세대나 나갔다.
지난밤 염생원은 삼경이 돼서야 소장수와 술판을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곤하게 잠에 빠진 주모의 고쟁이를 벗기다 발길질에 나가떨어지며 갈비뼈가 나갔다.
노당은 동네 암말에게 치근거리다 암말의 뒷발길질에 이빨이 세대나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