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산(華山) 기행(紀行) / 김석수
상하이, 사오싱, 취조우, 항조우, 수저우 여행을 마치고 고속 기차로 시안으로 왔다. 나는 이곳에 두 번째 왔지만 아내는 처음이다.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과 화청지 구경을 마치고 지하철로 시내 중심으로 와서 ‘성벽’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물만두 한 그릇에 오천 원이다. 양이 많아서 한 그릇 시켜서 둘이 먹어도 배가 부른다. 아내는 만두피가 졸깃하고 소가 알차서 맛있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로비에 앉아 있으니 여행사 직원이 내게 다가와서 화산 여행을 추천한다.
그녀는 “화산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한다. 중국 5대 명산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서악(西岳)이라 불렀다. 화강암 바위가 험준하지만 매우 아름답다. 케이블카로 서봉( 西峯)으로 올라가서 북봉( 北峯 )으로 내려오면 하루 만에 등반을 마칠 수 있다. 내일 날씨가 맑고 바람도 불지 않으니 등반하기에 좋다. 나이가 더 들면 갈 수 없다. 시안에 와서 화산을 안 보고 가면 후회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여행사 등반 프로그램에 참가하라고 부추긴다. 정해진 일정이 없고 산행을 좋아해서 솔깃하다. 아내도 한 번 가봤으면 하는 눈치다.
다음 날 새벽에 오전 여섯 시 50분까지 호텔 앞으로 나오라는 위쳇 문자가 왔다. 식당이 일곱 시에 문을 열어서 아침을 못 먹겠다 싶었는데 조금 뒤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연락이 왔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일곱시 반에 나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어리게 보이는 가이드가 반갑다고 인사한다. 여러 군데서 손님을 태운 뒤 고속 도로를 달렸다. 가이드는 화산의 등산로와 역사를 매우 길게 설명한다. 우리는 케이블카로 서봉으로 올라가서 북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가기로 했다. 그는 중국인 아닌 사람은 우리 둘뿐이라며 길을 잃을 상황에 대비하려고 내게 ‘위치 추적기’를 건네준다.
시안 시내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쯤 지나자 화산 입구에 도착했다. 수천 명이 넓은 광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넓은 통로에서 여러 줄로 서 있다가 점점 좁아진 통로로 들어 간다. 신분증과 물건을 검사하는 데 한 시간쯤 걸렸다. 입구를 통과한 뒤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가려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줄을 서서 다시 검색대를 거쳐야 했다. 사람이 많은 중국이라고 하지만 이곳에 몰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는 데 두 시간 반쯤 걸렸다.
따렌에서 왔다는 50대 초반의 부부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한다. 그들은 10일 일정으로 충칭과 청두 그리고 시안을 여행한다. 지금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아들이 우리나라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종일 산행을 했다. 중국어가 서툰 내게 영어로 안내를 잘해 주었다. 서봉까지 케이블카로 20여 분 걸렸다. 케이블카 위에서 화산의 화강암 바위는 활짝 핀 연꽃처럼 보인다. 구부러진 소나무와 암벽이 매우 비슷하다. 바위 틈새에 피어나는 나무와 풀이 신기하다. 바위가 웅장하고 매끈하다.
서봉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30여 분 걸려서 올라가면 화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봉 카페가 있다. 맞은 편에 가장 높은 남봉이 보인다. 우리는 서봉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없어서 남봉(南峰)까지 가지 않고 서봉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내려와 중봉과 동봉 쪽으로 왔다. 중봉(中峰)과 동봉(東峰)도 올라가지 않고 북봉으로 내려왔다. 북봉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가려면 용이 잠자고 있는 모양과 비슷한 '잠룡령'을 거쳐야 한다. 곳곳이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깎아 세운 것처럼 높이 솟아있는 험한 낭떠러지다. 경사가 급하고 절벽 계단이 아찔해서 식은땀이 난다. 용의 척추 비늘을 밟고 내려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능선이 가파르다. 하지만, 빼어나게 아름다운 전망이 매우 훌륭하다. 빼어난 경치를 보려고 고개를 들자 덜컥 겁이 난다. 계단만 보면서 내려갔다.
북봉 케이블카를 타려고 많은 사람과 함께 줄을 서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산에서 내려와서 셔틀버스를 타고 가이드가 있는 곳으로 오니 저녁 일곱 시가 훌쩍 넘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시안 시내로 돌아왔다. 버스 기사는 마지막에 내가 묵은 호텔 근처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숙소에 돌아오니 열 시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어제 호텔에서 여행사 직원이 우리를 설득하려고 ‘거짓말’을 한 줄 알았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화산이 아름답다는 말만 했지 나이 든 사람이 등산하는 데 위험하고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의 거짓말 덕분에 예로부터 도교의 발상지고 중국 무협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화산을 엉겁결에 갔다 왔다.
첫댓글 그녀의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멋진 화산을 볼 수 없었겠죠?
고생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여행사 직원 손님 끄는 수법이 보통 아닌데요?
고생했어도 귀한 경험 추가했네요.
가이드 덕분에 좋은 구경하셨네요. 중국 여행은 쉬워 보이지 않던데,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