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제1회 천강문학상 동시 당선작] 김규학
등 돌리고 자면
하루 종일 산밭에서 일하고 오신 엄마, 아빠
씻지도 않고 주무신다.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서로 등 돌리고 주무신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등 돌리고 자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와야 한다는데…….
어디쯤 가고 있을까? 꿈속에서 엄마, 아빠
제1회 천강문학상 <아동문학> 심사평 /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 수준
천강문학상은 금년 처음으로 시상하게 되는 상이다. 충의의 고장 의령군이 임란 때 의령 출신 홍의 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켜 빛나는 전과를 올린 충절을 드높이기 위해 적지 않은 상금을 걸고 의욕적으로 시행하는 문학상이라 첫 회인데도 각 부문별로 해외에서까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응모되었다는 담당자의 경과보고를 들었다. 아동문학 부문만 해도 동시부문에 70명의 응모자가 700여 편을, 동화부문에 69명의 응모자가 210여편을 응모했다고 했다. 이들 응모작품들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작품은 동시가 25명의 250여 편, 동화가 20명의 60여 편이었다.
응모 편수로는 중앙 일간지의 신춘문예 응모 작품에 크게 뒤지지 않은 성황인데다 기성 신인을 불문하고 응모할 수 있도록 한 응모 규정 때문에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의 수준에 대해 우리 두 심사위원은 큰 기대를 하며 심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심사를 진행하면서 당초의 기대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응모자의 이름을 완전히 가리고 접수 번호로만 표시되어 있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실력 있는 기성 작가들의 호응이 적었던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의 의미를 생각나게 하는 결과였다.
동시와 동화로 나누어 따로 심사를 진행하여 입상 범위에 든 작품을 골라낸 후, 두 심사위원이 최종 합평회를 거친 끝에 썩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최고상인 대상에 동화 ‘꽃시계’(53-1번-이순영), 금상에 동시 ‘할머니와 호박꽃’(62-4-금해랑), 은상에 동시 ‘글씨’(41-6-김병옥), 동화 ‘하회탈 인사’(59-2-서진희), 동상에 동시 ‘향기’(38-9-윤영선), 동화 ‘이 고집불통’(16-1-최미애), 동화 ‘울지 못하는 새’(19-2-김양화)를 뽑는데 합의했다.
동시는, 어린이들이 사물을 공상적이고 환상적으로 사유한 정서들을 어떤 형식의 율격을 살린 유아어 동요와는 구별돼야 한다. 동요(가사)는 거의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유아적 사고를 3,4조나 4,4조의 정형적 사수율을 통한 유아적 진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동시는 우선 시로서의 특성을 갖춘 뒤라야 그 질과 수준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수준에서 동요적인 유아어 표현이면 다 동시인 줄 아는 것은 매우 잘못 된 동시 입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혜영의 <가을-할머니와 호박꽃 >, 김병옥의 <글씨>, 윤영선의 <향기> 3편을 두고 선후를 고심했다. 김혜영을 금상으로 뽑은 것은, 시적 언어 기술은 비유(특히 은유)라는 것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고 판단하여 앞으로의 발전성을 높이 샀다. 김병옥, 윤영선의 작품도 동일 수준이나 약간의 언어 군더더기 때문에 차별하였다. 그러나 역시 앞으로는 기대가 된다.
동시는 결코 쉬운 시가 아니고 오히려 매우 어려운 시라는 것을 재인식했으면 싶다. 예심을 거친 300여 편에서 이런 생각이 간절했다. 앞으로 위 세 분은 더욱 분발하여 우리 동시단을 발전시키기 바란다.
아동문학 부문에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동화 ‘꽃시계’는 코믹하게 읽히면서도 깔고 있는 메시지가 감동적인 작품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컴퓨터 교실에서 만난 보람이 할머니와 찬현이 할아버지가 사소한 말 한 마디로 삿대질을 하며 싸운다. 사이좋은 친구인 보람이와 찬현이는 외롭게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좋은 친구로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열심히 가르쳐서 컴퓨터 쪽지 통신을 통해 서로 사과하고, 친구로 사귀게 하자고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 두 아이의 작전대로 보람이 할머니와 찬현이 할아버지는 손녀 손자에게 열심히 컴퓨터를 배우고는 서로 쪽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찬현이가 할아버지 몰래 보낸 사과 쪽지 하나로 할아버지 할머니는 좋은 친구가 되고, 컴퓨터 교실을 졸업하는 날 찬현이 할아버지가 쪽지로 데이트 신청하게 되어 시계탑의 꽃시계가 있는 공원에서 성장을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수줍고 벅찬 만남을 갖는 모습을 두 어린이가 몰래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이야기다.
노령화사회가 되면서 홀로되어 외롭게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게 된 것은 큰 사회적인 문제인데 그런 두 노인을 손녀 손자인 두 어린이가 컴퓨터라는 현대적인 소통 수단을 열심히 가르쳐서 서로 친구로 맺어준다는 착상의 기발함과 사회성이 짙은 주제의 참신성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노인들이 컴퓨터란 첨단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유익한 정보를 얻고, 소통의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노년의 외로움과 소외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소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손자 손녀의 작전에 놀아나면서도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갖게 된 이 작품을 대상으로 낙점하면서도 두 심사위원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문장에서 문학적 윤기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상을 차지한 ‘하회탈 인사’는 웃으면 얼굴이 하회탈처럼 이지러지는 뇌성마비 장애아 지호 이야기다. 모두가 기피하는 그런 아이를 따뜻이 감싸 안는 시후와 시후 엄마의 마음씨가 아름답다. 그런데 일껀 지호를 집으로 초대해 놓고는 지호를 본 어머니의 표정이 하회탈이 되면서 당황해하는 것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일관되게 장애아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보였던 것과는 너무 동떨어져서 성격의 일관성을 잃은 표현으로 생각된다.
동상 작품 ‘이 고집불통’은 애완견 코모의 독백체 동화다. 코모를 지극히 사랑하는 주인 아줌마의 사랑 표현 방법에 대해 진저리를 치는 코모의 마음이 비교적 잘 나타나 있지만 너무 흔한 주제인데다 서사 내용의 단순성이 약점이었다.
‘울지 못하는 새’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자신은 목에 구멍을 뚫어 가래침을 받아내며 말을 할 수 없게 된 동수와 너무 자주 이사를 다니는 바람에 동무들과 친해지지 못해 말하는 것을 기피하는 함구증에 걸린 명우와의 이심전심의 우정 이야기다. 극한 상황에 처한 두 어린이의 불행한 학교생활을 다루는 특이성이 관심을 끌지만 구성이 너무 산만해서 무거운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아동문학 부문 심사위원 : 전문수 (동시인, 창원대 명예교수) 이영호 (동화작가, 전 아동문학인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