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권 분량 '서해 피격' 감사원 수사요청서.. 내용 주목
이경원입력 2022. 10. 17. 00:06수정 2022. 10. 17. 00:36 댓글4개
감사원 수사요청서 수백 쪽 분량
내일 국감서 '文 조사' 공방 예상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영정을 든 유족들이 지난달 22일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를 둘러본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를 마친 감사원이 대검찰청에 전달한 수사요청서는 수백 쪽에 이르는 책 한 권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공개한 18쪽의 보도자료가 상세함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수사요청서에는 관계기관 초동대처 부실부터 ‘월북 의사’ 왜곡 가능성까지 더욱 다양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과 검찰이 지금껏 파악한 월북 조작 관련 경위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실관계 차이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이 거론한 모든 내용이 검찰 수사로 확인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검찰은 감사원이 제시한 내용 중에는 사실이라기보다 ‘해석의 영역’에 가까운 것도 포함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대목은 사망 공무원 이대준씨가 “‘어떤 선박’에 옮겨탄 정황이 있으나 미분석”됐다는 부분이다. 이는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되기 전 중국 어선에 올랐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렇다면 왜 다시 바다에서 북한군에게 발견된 것인지 또 다른 의문을 낳았었다. 이 대목은 감사원 발표부터가 단정적 수준은 아니라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큰 의미가 부여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씨 실종 이후 관계기관의 시간대별 대응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감사원이 접근하지 못한 대통령지정기록물도 압수했고 관련자를 일일이 조사했다. 유족을 시작으로 표류예측시스템 담당자, 수사결과 발표 담당자들이 차례로 검찰에 나왔다. 이달 들어서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조사를 받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소환자의 면면으로 본 수사는 ‘8부 능선’에 왔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비중 있게 언급된 일부 고위 인사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 전 장관은 관계장관회의 직후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이로 지목됐다. 군사정보체계 담당 실무자는 퇴근한 상태였지만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와야 했다. 해경은 국가안보실로부터 이씨가 피살됐다는 정보를 전달받고도 “수색을 종료하면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수색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청장은 이후 수사팀의 발표 거부에도 2020년 9월 29일 해경의 ‘2차 중간수사 브리핑’을 열어 “월북 판단”이 발표되게끔 했다. 브리핑 초안을 만들 때 김 전 청장이 “다른 가능성은 말이 안 된다” “월북이 맞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감사 결과가 알려지자 여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월북 몰이’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는 논평이 나왔다. 18일 진행될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문 전 대통령 조사 관련 여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전직 대통령 조사가 필요한지 여부조차 따질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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