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적격성 논란의 중심에 선 타이완 복서 린위팅(28)도 4강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했다. 린위팅은 4일(현지시간) 파리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페더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 복서 스베틀라나 스타네바(34)를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불가리아 코치는 린의 대회 출전을 막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네바는 경기장을 떠나면서 두 손 손가락으로 'X' 모양을 만들며 "no, no"라고 외쳤다. XY 염색체를 지닌 린에 맞서 자신은 XX 염색체를 지닌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나중에 설명했다.
스타네바는 이날 링에서 자꾸 린이 팔꿈치를 쓴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녀는 마지막 3라운드 도중 부진을 만회하려고 링 위를 빙빙 돌았으나 린의 팔꿈치에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코치는 "스타네바는 프로 복서"라면서 "그녀는 링에서 맞붙을 상대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 그녀는 싸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선수권대회에서 린은 심판 이점을 안고 뛰었는데 여기선 다시 (팔꿈치 사용을 둘러싼) 이점을 안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렀다.
전날 역시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알제리 출신 웰터급 복서 이마네 칼리프(25)와 함께 린은 지난해 국제복싱연맹(IBA)으로부터 세계선수권 출전을 금지당했지만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선수들과 겨루고 있다. 두 복서는 세계선수권 대회 도중 젠더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돼 이미 격렬한 논란을 지폈는데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는 더욱 논란의 강도가 세졌다.
IBA의 크리스 로버츠 사무총장은 영국 BBC 스포츠의 댄 론 편집인과 인터뷰를 통해 두 선수 모두 XY 남성 염색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올림픽 복싱을 주관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 주 초에는 두 선수가 여성들이란 점은 "어떤 의심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BBC는 독자적으로 IBA의 적격성 검사 결과를 보지 못했으며, 여태껏 그 검사가 어떤 항목들로 이뤄져 있는지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타네바의 코치 보리슬라브 게오르기에프는 "난 린이 출전할 수 있는지 여부나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의료계 사람이 아니지만 검사 결과 그 또는 그녀가 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검사 결과가 나왔으면 그녀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린의 7일 준결승 상대는 에스라 일디즈 카흐라만(튀르키예)인데 만약 린이 지더라도 조국에 동메달을 안긴다.
린과 스타네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8강에서도 격돌, 린이 승리했지만 실격 처리되는 바람에 동메달은 스타네바 차지가 됐다. IBA는 린이 "규정이 정하고 기술된 대로 여성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적격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OC는 두 복서를 강력하게 두둔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날 "우리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길러지고, 여성으로 기재된 여권을 갖고 있으며, 오랜 기간 여성으로 경쟁해 온 두복서를 갖고 있다"면서 "이것은 여성을 명확히 정의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IBA는 2019년 재정과 가버넌스, 윤리, 링에서의 판정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빌미로 IOC에 의해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데 IBA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켈리프와 린이 지난해 세계선수권 도중 실격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밝혀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고 BBC는 전했다. 켈리프의 준결승은 6일 예정돼 있으며 상대는 2021년 도쿄올림픽 챔피언이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였던 부세나즈 수르메넬리(튀르키예)를 물리친 잔잼 수완나펭(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