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간다네
남금희
푸바오가
제 본적 고향에 간다는데
자꾸 마음이 끌린다
누운 몸 일어나 앉은 모습
철부지 막내 같아
이별은 굳세야 한다고 다독인다
유채꽃 향기에 코 비비며
대나무 밭을 걸어 다니겠지
눈밭 뒹굴며 외로운 기지개도 켜겠지
검은콩 눈 우물에 고여 있는
말 못하는 뜻
가까이 듣고 싶어
심장의 주파수를 띄워 보낸다
주름진 내 시름도
속상해도 몸 구르며 울지 말라고
오늘 머무는 자리가 꽃자리인 양
끄덕끄덕 살자고 중얼거린다
망각시대·13
- 뮤직박스
오르골 소리,
가물거리는 옛 기억을 더듬는
손끝이 떨린다
로마 기병은 창을 세워들고 달릴 듯한데
묵직한 투구는 구석에 떨어져 있다
녹이 슨 청동말
피아노 위 먼지 알갱이들이
석양빛에 떠돈다
빛의 온기를 심호흡 하면
입가가 헌 나무낙타는
삭은 먼지 냄새를 풍긴다
십자가를 머리에 인
은방울꽃 같은 희고 작은 종들
봉쇄수도원 새벽 종소리를 담는다
한 짐 덜어내려고 촛불을 켰는데
못다 정리한 유품들
고즈넉이 나를 쳐다본다
육중한 세월을 쟁인 오랜 벗들
뮤직박스 안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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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푸바오가 간다네 / 남금희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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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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