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벚꽃이 일찍 피었다고 지자체마다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왜?
미리 계획한 축제기간이 벚꽃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벚꽃 개화시기는 4월 5일 나의 결혼기념일과 일치했었는데
이번엔 3월말에 이미 다 피고 말았으니......
하지만 각종 여행지의 축제에 호감을 갖지 못하는 나는 더 호젓한 벚꽃여행을 할 수 있었다
친구가 이런말을 했다
한번 봤으면 됐지 왜 그 장소에 또 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나의 대답은 이렇다
그 시기, 그 장소에 그 꽃이 또 피기 때문이라고...
그 꽃이 필 무렵이면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꽃바람이라고 이름 짓고 꽃바람을 이기지 못해 달려가곤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바람을 잠재운 편안한 표정이 되어있다
새벽 5시 출발해 아침식사를 중간 휴게소에서 간단히 해결하면 9시 이전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한적한 벚꽃길을 걸어볼 수 있는 여유가 따라온다
벚꽃 속으로 완전히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역시 데크길이다
이 위에서 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꽃대궐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꽃대궐을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긴 시간 머물게 된다
해마다 전망 좋은 곳엔 새로운 카페건물이 들어서는데
이번에 거의 완성된 건물 창에 가득 담겨있는 벚꽃을 보니
내년쯤 이곳은 완벽한 벚꽃뷰 카페가 되어있을 듯하다
늘 벚꽃길만 거닐다 그냥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오랜만에 쌍계사까지 올라가 봤다
오래된 돌담과 기와지붕이 곰삭은 맛이 난다
멋진 고전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다 죽은 것 같은 나무도
목련나무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난 목련이야 하면서....
누군가의 간절함도 색색이 고운 등으로 밝혀질 테고
그 간절함은 또 이렇게 또렷한 그림자로 흔적을 남긴다
이쯤 걷고 나면 역시 잠시 쉴 곳이 필요하다
전망 좋은 찻집에서의 여유를 부리려 찾아가는 카페는 '더 로드 101'
난 이곳에 앉아 꽃길 너머 산자락의 차밭을 바라볼 때 참 편안해진다
보성 차밭이 계획도시처럼 세련된 곡선을 자랑한다면
이곳 지리산자락의 차밭은 자연미가 풍겨 좋다
불도저로 밀어 깔끔하게 조성되고 공장식의 대량생산을 하는 곳이 보성차밭이라면
이곳은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호미와 곡괭이 들고 산자락을 조금씩 일구어 만든 소규모의 차밭느낌이 난다
늘 푸짐한 한식상차림이나 산채비빔밥 등만 먹다가
이번엔 화개터미널 근처 '벚꽃 경양식'집에서
재첩 봉골레 파스타와 돈가스를 먹어봤다
색다르고 맛있다
날씨가 좋으면 테라스에 나가 벚꽃구경하며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린 바람이 부는 관계로 실내에서 조용히 식사했다
벚꽃 개화상태는 하동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확인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눈에 가득 담아 온 벚꽃은 나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