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가 나른다
꽃씨가 나른다
깨끗한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이다
푸르른 새싹위에서
자연스레 날린다
우울했던 침울했던
아침이라는 공간이
환하게 이슬방울처럼
튀어 오르는 기분이다
아침의 소리가
꽃씨처럼 구른다
꽃씨가 나르는 아침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새벽과 아침 사이, 아직 세상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의 시간에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 있다. 창문을 열면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분명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다.
나는 그 소리를 꽃씨가 나르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꽃씨 하나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어디에 내려앉을지, 언제 싹을 틔울지 알지 못하면서도 가볍게 몸을 맡긴다. 푸르른 새싹 위를 스치고, 햇살이 머무는 자리로 흘러간다. 아주 작은 꽃씨 하나가 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그런 날이 있다.
어떤 아침은 유난히 무겁다. 눈을 떴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고, 어제의 걱정이 오늘까지 따라온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슬픔 때문에 아침이라는 공간조차 침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의 울음, 그리고 깨끗한 공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
그 소리들이 내 마음 위에 내려앉는다.
마치 이슬방울처럼.
한 방울, 또 한 방울.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어느 순간 작게 튀어 오른다. 어제까지 어둡기만 했던 아침에 빛이 스며든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것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거창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꽃씨처럼 가볍게 날아오는 것.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고 조용하게 우리 곁에 내려앉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그 자리에 작은 새싹 하나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마음의 겨울을 만난다. 우울하고 침울한 아침도 만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날도 만난다. 그러나 계절이 그러하듯 마음에도 반드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묵은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꽃씨가 날아간다.
깨끗한 공기가 움직인다.
아침의 소리가 천천히 굴러온다.
그리고 그 소리는 내 안에 작은 문을 하나 연다.
그 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나는 그제야 알게 된다.
아침은 언제나 처음부터 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가 듣지 못했던 작은 소리들이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꽃씨 하나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어디에 닿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씨앗은 어디에 내려앉든 자신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니까.
우리도 그러면 된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마음이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어느 아침, 문을 열었을 때
꽃씨가 나르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것은 어쩌면
당신의 마음에도 다시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