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방에 있으면 나좀 보제이!"
지난 토요일 아침에 어머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소리다.
(야야!!)
이 호칭이 요즘 우리 집에서 어머님께 불리는 나의 호칭이다.
열 두살 때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에 그래도 집안의 기둥 장남이랍시고
아버님께서 사용하시던 밥상과 그릇, 수저까지 몽땅 내 차지였다.
위로 누님이 두 분 계시고, 아래로 남동생이 둘 있었지만 난 언제나 아버님의 밥상과 그릇, 수저로
독상을 차지했다. 두 분 누님들이 늘
<쥐방울 만한게 꼴에 장남이라고 우리가 니 밥상을 맨날 따로 차려야 하느냐?>며 구박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님은 언제나 맛난 반찬이나 과일, 과자.옷가지등등.... 가장 좋은것을 골라 먼저 나에게 주고서
누나와 동생들에게 주셨다.
그렇게 어머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살았는데......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큰애야> <아범아> 혹은 하다못해 <애비야> 정도로는 불리웠는데
이젠 이 집안에서 어머님께만은 나는 아무런 이름도, 직책도, 직위도 없는 그저 <야야~>로 불리고 있는
그렇고 그런 존재로 하락했다.
지금의 우리 어머님 사랑 일순위는 당연 내 손주인 당신의 증손주이고, 이등은 증손여이며, 삼등은
내 며느리인 당신의 손주며느리이고, 내 아들인 당신의 손주가 사등이며, 당신 배 아파가며 낳아 기른
당신의 아들인 나는 오등--즉 꼴등--이다.
<와요?>
하며 어머님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앉으라는 말도 없이 대뜸,
<니 돈 가진거 있으면 좀 내어 놓거라.>
<와요? 돈 쓰실 때 있능교? 어저께 드린 돈은 다 쓰셨능교?>
꼭 어릴적에 내가 어머님께 용돈을 달라고 하면 어머님께서 하시던 그 말들을 지금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
<야야~ 에미도 사람인데 와 돈 쓸대가 없겠노? 그라고 먼저번에 준 돈은 아들 다 줬다 아이가.>
<아들은 ~~~ 조끔씩 주시지 한꺼번에 다 줬어요? 그래 오늘은 또 뭐 하실라고요?>
<오늘 마 아들 데불고 포천 이동에 가서 갈비나 좀 먹고 올라칸다.>
<갈비요? 와요 갈비가 드시고 싶으신교? 그라고 갈비가 드시고 싶으면 애기한테 해 달라카시지
뭐 힘들게 이동까지 갈라카요?>
<야는~~ 아들이 집에서 고기가 묵고 싶어도 니 땜시 못먹는다 아이가. 그래서 내가 마 오늘
아들 데리고 가서 나도 먹고, 아들도 모처럼 고기 좀 편안하게 먹여서 올라칸다.
그라이 마 암 소리말고 돈이나 좀 주고 니는 마 아무 친구네 집에 잔치가 있어 간다카고 나갔다 오이라.>
8여년전에 내가 몹쓸 병으로 수술을 하고 아직까지 식이요법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지라 고기류를
잘 못먹는 관계로 내가 집에 있으면 사실 애들도 고기류를 마음 편하게 잘 먹지를 못하고 있는 사정을
잘 아시는 어머님의 특단? 의 조치이다.
<아이고야~~ 어무이~~ 내 어무이 맞능교? 아들 돈 뺏어서 그것도 아들은 쫓아내버리고 손주,증손주들만
데리고 고기 먹으러 간다고요? 아이고야 서러버서 살겠능교?>
<야야~~ 마~ 씨끄럽데이 애들 듣겠다. 얼릉 돈이나 주고 나가거라.>
<아이고 내가 무슨 은행인교? 달라카면 돈이 툭 튀어 나오게요.>
이 또한 어릴적 어머님이 내게 하시던 말을 어처구니 없게도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
<이왕 아들 돈 뺏어서 가는거 오고가는 길에 그 잘난 손주놈 차에 기름도 만땅 채워 주소.>
그렇게 지갑을 탈탈 털어서 가진 돈 몽땅 삥당 당하고
<아이고 아부지 보셨는교? 마 엄마가 이제 이 아들놈 필요 없나 보내요. 아들놈 돈 털어서 손주놈들
고기 맥인다며 아들놈은 쫓아내버리내요. 아부지 지 좀 빨리 데불고 가 주이소.>
하면서 방문을 나서는데,
<지랄한다 느거 아부지가 데려갈려면 날 데려가지 니는 뭐 할라고 데려 갈끼고,.
고 ~~~맙데이~~~~! 고기 많이 묵고 오꾸마.>
그렇게 하여 나는 남들 다 편안하게 뒹굴며 쉬는 주말 아침에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간다며 집에서 쫓겨나 하릴없이 인사동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다 (정양)도 없는
<정 찻집>에서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마담 할망구 손도 한 번 잡아보질 못하고 비싼 대추생강차만
사 주고, 우리 엄니처럼 머리 하얀 할머니가 계시는 난전 리어카에서 어릴적 시골 방안을 희미하게
밝혀주던 하얀 호롱을 하나 사 들고 돌아왔다.
어머니!!
<야~야!>면 어떻고, <이놈아!>면 어떨려구요.
그저 지금처럼 건강하시게만 이놈 곁에 계셔만 주세요.
소고기가 아니라 소 한 마리인들 못 사들이겠습니까?
이놈 늙으막에나마 어머님을 직접 모실 수 있어 행복하고, 밤엔 어머님 이부자리 펴 드릴 수 있어 좋고,
새벽엔 어머님 기침소리 들을 수 있어 마냥 행복합니다.
부디 아프지만 마시고 오래 오래 이놈 곁에서 <야~~야~~!!>하고 불러만 주세요.
훗날 아버님께 가실적엔 이놈이 고운 옷에다 고깔에다, 연지 곤지 예쁘게 단장하여 보내 드릴께요.
어머니~~ !
당신 나이 마흔 둘에 아버님 보내시고 홀로 저희 5남매 행상으로 다 키우시며, 48년이란 긴 세월을
외롭게 살아오신 내 어머니!
사랑합니다!!!!
첫댓글 어머님.
정거장님..
정말정말 감동 입니다...
쎈스 있으신 어머님.....
늘 건강 하시길요..
네~ 감사합니다. 건강관리 잘해서 님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겠습니다.
효자이십니다...^^
아버님이 드시던 숟가락까지 그대로 사용하신다니 대단하시고요...
전 친정엄니 돌아가시면 그 살림살이 어디까지 정리해야하나 생각이 들때가 있네요..^^
공자가 말하길 최고의 효는 자식이 부모 앞에서 아프지 않는 것이라 했는데, 그리보면
천하의 불효자 입니다. 열심히 건강 챙겨 효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어머님과 오래도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유머도 있으시고,
지혜로우신 어머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잘읽었습니다
감동입니다
우리어릴적엔 모든것이
ㅂ아들위주 특히
장남위주였지요
두분 다정하신 모습 넘
보기좋으십니다 어머님 모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장남으로 대접만 받고 컸으면서 어머님, 누님들, 그리고 동생들에게조차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살았습니다.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재미있는 이야기꾼 아들님의 재주가
더 재치있으신 그 어머님에게서
유전 받으신것 같습니다
복이지요 암요
어머님 과 손자들과 아주 부러운 광경입니다
4대가 한 집에 살다보니 참 다사다난 합니다.
그래도 참 좋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참으로 큰 복입니다.
늙으막에 찾아든 복 놓치지 않으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열심히 사신만큼 자식효도 받으시며 다복하게
사시네요 가족의 행복한 모습 그려집니다, 건강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머님의 기대만큼 살지를 못해 늘 어머님께 죄스럽고,부끄럽습니다.
어머님께 남은 세월이나마 잘 모실려 합니다.
님게서도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야~~야!
우리 어머니도 이렇게 저를 부르셨지요.
첫음절에는 약간의 강세가 있고
뒤에는 한없이 부드럽게 마무리 되던
야~~야! 가 저의 호칭이었습니다.
가끔 남편이 장난으로 저를 야~~야라고 부르지만
어디에도 다정함이나 친밀감이 없이 장난기만 가득합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야~~야!
님의 글에서 엄마를 만나고 가는 아침입니다.
님과 어머님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
네~~ 감사합니다.
활기차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